지난 25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배우 황정민이 출연해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를 들려줘 관심을 모았다.

지난 25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배우 황정민이 출연해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를 들려줘 관심을 모았다. ⓒ CJ ENM

 
사진 한 장이 부른 나비효과일까. 새 영화 <인질>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배우 황정민이 드디어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아래 <유퀴즈>)을 찾아왔다. 지난 25일 방송된 <유퀴즈>에선 도쿄 올림픽 선수들과의 두번째 만남과 더불어, 황정민을 초대해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화제를 모았다.

앞서 지진희, 조승우가 출연해 약 17년 전 찍은 전설의 여행 사진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안겨준 적이 있었다. 시청자들은 마지막 남은 주인공 황정민의 출연을 학수고대 해왔고 드디어 그 바람이 실현된 것이다. 이날 방송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배우 황정민의 진지한 연기 철학까지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드디어 완결된 황-조-지 소환 방송
 
 지난 25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배우 황정민이 출연해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를 들려줘 관심을 모았다.

지난 25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배우 황정민이 출연해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를 들려줘 관심을 모았다. ⓒ CJ ENM

 
그간 <유퀴즈>는 여러 차례 황정민, 지진희, 조승우가 2000년대 초반 함께 찍었던 여행 속 사진을 자료화면으로 활용해 웃음을 만들어냈다. 지극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찍은 듯한 이 사진들은 오랜 기간 인터넷에서도 화제를 모았고, 올해 <유퀴즈>에 세 배우들이 출연하는 계기가 되어 줬다. 이를 지켜본 당사자 황정민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는 "아는 친구들이 나오니 창피하더라.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더 이상 그 사진이 안 나올 수 있게 마무리 짓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론 또 한번 시청자들에게 사진을 더욱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효과와 더불어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어 방송에서는 또다른 황정민의 과거 모습이 공개되어 MC 유재석을 비롯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황정민은 민망함,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로 인해 시청자들은 한층 더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알고 보면 긴 무명 겪은 황정민
 
 지난 25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배우 황정민이 출연해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를 들려줘 관심을 모았다.

지난 25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배우 황정민이 출연해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를 들려줘 관심을 모았다. ⓒ CJ ENM

 
우정 사진, 과거 사진이 큰 웃음을 줬지만 진지한 이야기도 그에 못지 않았다. 황정민은 어릴 적 부모님의 반대 속에서도 패기로 극단을 만들었다. 그 이후 본격적인 연기자로 주목받게 만든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캐스팅부터 <달콤한 인생> <너는 내 운명> <신세계> 등 이날 방송에선 황정민의 연기 인생을 당사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다(<와이키키 브라더스> 임순례 감독의 이름을 임순택으로 잘못 기재한 자막은 '옥에 티'였다).

부모님이 독서실비 내라고 준 돈을 모아 친구들과 연극 공연 준비에 나섰지만 그게 뜻대로 되겠는가? 결과적으로 지금 돈으로도 큰 비용인 2000만 원의 빚을 지게 되었다는 황정민은 이를 갚기 위해 작품 오디션을 보기로 했다. 그 작품은 바로 영화 <장군의 아들>이었다. 당시 3차까지 테스트를 치른 끝에 단역 하나를 얻었지만 여러 번 대사 실수를 하면서 처음 좌절감을 맛보고 만다. 이후 대학로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연기력을 키우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주요 배역에 발탁된 것. 그 이후의 과정은 이미 많은 관객들이 잘 아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작품 속 인물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영화 <신세계> 정청 역을 맡았을 땐 조직 폭력배 세계에서 독특한 리더로 보이기 위해 구두 대신 슬리퍼를 신고 공항 입국장에 등장했으며 애드리브로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도 했단다. 노숙인들의 일상을 관찰하기 위해 서울역에 갔다가 쫓겨난 이야기나(<로드무비>), 촬영 기간 도중 20kg의 체중을 늘렸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일화(<너는 내 운명>)는 지금의 황정민이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누적 관객 1억명 배우의 작은 바람
 
 지난 25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배우 황정민이 출연해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를 들려줘 관심을 모았다.

지난 25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배우 황정민이 출연해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를 들려줘 관심을 모았다. ⓒ CJ ENM

 
"남의 인생을 쉽게 살 수 있겠어요? 그리고 관객분들이 돈을 내고 보잖아요. 그만큼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황정민)

지금껏 황정민이 출연한 작품의 누적 관객수는 무려 1억 명 이상에 달한다. 인물을 완성하기 위해 그는 기자처럼 여러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고 행동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왔다. 그 결과 <와이키키 브라더스> 강수부터 <인질> 속 주인공 황정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수많은 캐릭터가 완성된 것이다. 그가 말하는 연기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방식이었다.

웃음과 진지함이 교차된 이날 방송 말미에는 인상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내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첫 장면을 어떻게 연출하고 싶냐"는 조세호의 물음에 그는 영화 <매직 아워>를 예로 들었다. '매직 아워'는 해가 딱 떨어지기 직전 15분여 남짓한 황혼녘을 의미하는 단어다. 황정민은 "누구나 '매직 아워'가 있다"며 "행복인지 몰랐던 사소한 순간들이 모두 우리에겐 마법같은 시간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황정민의 말처럼, 내 인생 속 평범했던 어느 한 순간도 영화의 첫 장면이 될 수 있다. 막연히 배우의 꿈을 키웠던 철부지 소년이 '관객 1억 명 배우'가 되기까지 경험했던 수많은 시간 역시 그에겐 '매직 아워'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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