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5일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에서 광주 FC의 골문을 지키는 윤평국 골키퍼(맨 왼쪽)

2021년 8월 15일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에서 광주 FC의 골문을 지키는 윤평국 골키퍼(맨 왼쪽) ⓒ 심재철

 
어떤 축구팬의 비유처럼 이제 '광주'는 '윤평國'이라는 나라의 수도가 된 듯하다. 이번에도 윤평국 골키퍼가 광주 FC의 골문을 단단히 지켜준 덕분에 또 이겼다. 시즌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니 승점 6점짜리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다. 지난해 6월 17일 이후 434일 만에 3연승을 거두고 꼴찌에서 조금 먼 듯한 곳(9위)까지 도망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김호영 감독이 이끌고 있는 광주 FC가 24일(화) 오후 7시 광주 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1 성남 FC와의 홈 게임에서 2-0 완승을 거두고 3연승 휘파람을 불며 꼴찌에서 벗어나 9위(26게임 28점 8승 4무 14패 25득점 31실점)까지 치고 올라갔다.

GK 윤평국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

이 게임 홈 팀 광주 FC는 지난주 금요일 대구 FC와 만난 달빛 더비에서 짜릿하게 2-1로 이겼는데 당시 홈 팀 대구 FC의 새 얼굴 라마스의 왼발 킥 실력이 매우 뛰어났지만 윤평국 골키퍼 덕분에 1골 차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성남 FC와 만났으니 승점 6점이 걸린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흐름이었다. FC 서울까지 맞물려 세 팀이 돌아가면서 꼴찌에 내몰리는 것이었으니 광주 FC 입장에서 다시 2부리그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성남 FC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광주 FC는 게임 시작 후 35분 만에 재치있는 측면 크로스를 통해 먼저 골을 넣으며 게임 흐름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미드필더 이순민이 왼쪽 측면으로 빠져나가 오른발로 감아올린 크로스를 김주공이 이마로 절묘하게 돌려넣은 것이다.

이렇다고 해서 광주 FC가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어웨이 팀 성남 FC에는 K리그 최고의 골잡이 중 하나인 키다리 뮬리치가 뛰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장 완장을 찬 이한도와 알렉스가 겹수비를 펼쳐도 좀처럼 막기 힘든 인물이기 때문에 1골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말로 뮬리치의 위력은 대단했다. 43분에 누가 봐도 동점골이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오른쪽 얼리 크로스를 받은 뮬리치가 놀라운 유연성을 자랑하며 오른발 발리슛을 정확하게 광주 FC 골문 안쪽으로 날린 것이다. 골키퍼 윤평국도 역동작에 걸려 어쩔 수 없는 실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윤평국은 포기하지 않고 발을 내뻗어 뮬리치의 발리슛을 골 라인 위에서 기막히게 걷어냈다.

지난주 달빛 더비에서 대구 FC의 새로운 왼발잡이 라마스의 아찔한 중거리슛을 막아낸 슈퍼 세이브 그 이상의 순간을 연출한 윤평국이었다.

윤평국의 슈퍼 세이브 실력은 후반전에도 여전히 빛났다. 54분에 성남 FC의 또 다른 공격수 홍시후가 재치있는 오른발 감아차기 중거리슛을 날렸을 때 광주 FC 센터백 둘 사이로 날아들어 반응하기 힘들었지만 윤평국은 자기 오른쪽으로 훌쩍 날아올라 그 공을 쳐냈다.

이렇게 윤평국 골키퍼 덕분에 두 차례나 아찔한 실점 위기를 넘긴 광주 FC는 63분에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완승 기회를 살렸다. 2분 전에 교체 선수로 들어온 엄원상의 왼발 슛을 성남 FC의 국가대표 수비수 권경원이 팔 벌려 막다가 핸드 볼 반칙을 저지른 것이었다. 

이에 김용우 주심은 권경원에게 두 번째 옐로 카드를 꺼내며 퇴장 명령을 내렸고 반칙 지점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이기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 기회를 헤이스가 놓치지 않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굴려넣어 점수판을 2-0으로 만들었다. 광주 FC의 3연승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광주 FC 골키퍼 윤평국은 85분에도 성남 FC 후반전 교체 선수 이스칸데로프의 왼발 중거리슛이 날카롭게 휘어날아왔지만 자기 오른쪽으로 높이 날아올라 그 공을 걷어냈다. 사실 이 슛이 골문 안쪽으로 날아드는 궤적은 아니었지만 윤평국의 최근 몸 상태가 골키퍼로서 절정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 된 셈이다.

윤평국은 그동안 주전 골키퍼가 아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키퍼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를 묵묵하게 준비했지만 실제로 글러브를 끼고 공식 게임에 나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윤평국의 공식 K리그 데뷔는 2015년 상주 상무에 입대하여 단 2게임 뛴 것부터였다. 거기서도 후보 골키퍼였던 것이다. 전역 후 광주 FC로 팀을 옮겼지만 그에게는 역시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 광주 FC가 2부리그로 미끄러져 K리그 2에 속한 2018-2019 두 시즌에만 이른바 주전 골키퍼 소리를 들었다. 2년간 50게임을 뛰었고 1부리그 승격의 감격을 가장 험난한 포지션에서 실감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1부리그(2020 시즌)로 와서는 베테랑 골키퍼 이진형과 반씩 나눠서 장갑을 끼워야 했다. 올해는 자신보다 1살 어린 윤보상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주는 바람에 다시 기약없이 대기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윤평국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린 덕분에 광복절부터 다시 스타팅 멤버에 이름을 올렸고 지금까지 3게임 연속 승리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윤평국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 덕분에 광주 FC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를 K리그 팬들이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9위까지 순위표를 끌어올린 광주 FC는 보름 이상 뜻밖의 휴식기를 보내게 됐다. 원래 일정이라면 이틀밖에 못 쉬고 강릉으로 가서 강원 FC를 만나야 하지만 최근 강원 FC 선수단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27일(금)로 예정됐던 강릉 어웨이 게임이 연기된 것이다.

그래서 광주 FC는 9월 11일(토) 오후 7시 빅 버드로 찾아가 수원 블루윙즈를 만날 때까지 조금씩 쉬면서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반면에 성남 FC는 오는 28일(토) 오후 7시 DGB 대구은행파크로 찾아가 현재 6위 대구 FC를 만나야 한다.

2021 K리그 1 결과(24일 오후 7시, 광주 전용)

광주 FC 2-0 성남 FC [득점 : 김주공(35분,도움-이순민), 헤이스(65분,PK)]

광주 FC 선수들
FW : 허율(79분↔여봉훈)
MF : 헤이스, 김주공, 이찬동(58분↔김봉진), 이순민(79분↔이희균), 엄지성(61분↔엄원상)
DF : 이으뜸, 이한도, 알렉스, 이지훈(61분↔이민기)
GK : 윤평국

성남 FC 선수들
FW : 뮬리치, 홍시후
MF : 서보민(46분↔이스칸데로프), 정석화(46분↔박수일), 이규성(75분↔권순형), 안진범(69분↔이중민), 이태희(46분↔이시영)
DF : 권경원, 리차드, 이종성
GK : 김영광
- 63분 성남 FC 권경원 경고 누적 퇴장


◇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5게임 48점 13승 9무 3패 41득점 27실점 +14
2 전북 현대 23게임 43점 12승 7무 4패 42득점 23실점 +19
3 포항 스틸러스 24게임 35점 9승 8무 7패 27득점 26실점 +1
4 수원 FC 25게임 34점 9승 7무 9패 34득점 38실점 -4
5 수원 블루윙즈 25게임 34점 9승 7무 9패 33득점 30실점 +3
6 대구 FC 24게임 34점 9승 7무 8패 28득점 29실점 -1
7 인천 유나이티드 FC 24게임 33점 9승 6무 9패 27득점 32실점 -5
8 제주 유나이티드 25게임 28점 5승 13무 7패 27득점 30실점 -3
9 광주 FC 26게임 28점 8승 4무 14패 25득점 31실점 -6
10 강원 FC 24게임 27점 6승 9무 9패 26득점 29실점 -3
11 성남 FC 25게임 26점 6승 8무 11패 21득점 30실점 -9
12 FC 서울 24게임 25점 6승 7무 11패 23득점 29실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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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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