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습도 다소 높음> 관련 이미지.

영화 <습도 다소 높음> 관련 이미지. ⓒ 백지수표(주)

 
시종일관 사람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스크를 벗을 수조차 없다. 극장에서 숨 좀 돌리려 하니 코로나 시국이라 감염을 예방한답시고 냉방기를 꺼버렸다. 누구는 소개팅을 위해 극장을 찾았고, 누구는 자신의 작품 시사회를 위해 극장을 빌렸다. 지극히 현실적인 코미디 소동극 <습도 다소 높음>의 주요 이야기 골격이다.

해당 작품은 <델타 보이즈>(2016), <튼튼이의 모험>(2017) 등으로 소위 B급 코미디 영화 전문 감독이라 불리는 고봉수 감독의 신작이다. 답 없는 청춘들의 사중창 합창단 도전기, 비인기 스포츠인 레슬링에 미래를 건 고교생 레슬러의 도전기 등 생활 밀접형이면서 동시에 특이한 캐릭터 설정을 해 온 감독이다. 

이번엔 코로나19 시국을 맞은 극장 사업자와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관객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다. 배우 백승환, 신민재, 김충길, 윤지혜, 고성완 등 전작의 주연과 조연을 맡은 배우들이 이번에도 대부분 등장한다. 가히 고봉수 사단이라 불리는 이 배우들은 그간 특유의 개성을 캐릭터에 담아내며 고봉수 식의 코미디 소동극의 주축 역할을 해왔다.

영화는 재정난으로 모든 직원을 내보낸 채 단 1명의 아르바이트생만 남겨 둔 낭만극장 사장(신민재)의 다소 황당한 영업 방식, 그리고 성실해 보이지만 투박하고 능글맞은 행동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알바생(김충길) 측과 극장을 찾는 관객과의 구도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한여름이지만 에어컨은 전혀 틀 생각이 없고, 팝콘과 음료도 단 한 종류만 마련한 채 손님에게 강권하는 극장 측의 행동에 안하무인 자기 권리를 넘어 온갖 서비스를 강요하는 관객 측의 태도가 서로 대비되며 웃음을 자아낸다.

고봉수 감독 사단 배우들과 함께 눈에 띄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으니 바로 배우 이희준이다. 이병헌 감독의 소개로 알게된 두 사람의 인연이 영화 출연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희준은 극 중 낭만극장에서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감독 역을 맡았다. 
 
 영화 <습도 다소 높음> 관련 이미지.

영화 <습도 다소 높음> 관련 이미지. ⓒ 백지수표(주)

  
 영화 <습도 다소 높음> 관련 이미지.

영화 <습도 다소 높음> 관련 이미지. ⓒ 백지수표(주)

 
핵심 갈등은 바로 코로나로부터 비롯된다. 감독과 관객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문진표 작성을 거부하거나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한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기로 한 평론가는 왜 아이스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느냐며 극장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전찬일 평론가가 직접 연기했다.

이처럼 지극히 현실적 상황에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습도 다소 높음>은 고 감독의 전작에 비할 때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고, 감정적으로 쉽게 다가갈 만하다. 극적으로 구성된 갈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작업 또한 정해진 대사보다는 배우들의 즉흥 연기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다만 각 캐릭터 간의 호흡과 감정 흐름이 다소 투박하고 거칠다는 건 단점으로 작용한다. 단순 소동극으로 보면 부담 없겠지만, 어떤 영화적 감흥까지 도달하기엔 이번 작품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코로나 시국을 가장 있는 그대로 반영한 최초의 한국 영화로 기억하기엔 충분하다.

한줄평: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반짝이는 상상력을 활용한다 
평점: ★★★(3/5)

 
영화 <습도 다소 높음> 관련 정보

감독: 고봉수
출연: 백승환, 이희준, 고주환, 차유미, 김충길, 신민재, 고성완, 전찬일
제작: 백지수표㈜, ㈜곰픽쳐스
공동제작: ㈜씨엠닉스
제공: 백지수표㈜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러닝타임: 77분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개봉: 2021년 9월 1일
 

 
습도 다소 높음 고봉수 이희준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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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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