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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최 선생. 아기도 있는데 휴가 날짜 먼저 정하지? 이번에는 우리가 양보할게. 내일까지 날짜 정해줘요."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출근길에 휴가 날짜를 정해달라고 했다. 으레 휴가들을 순서대로 정해온 터라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감사하게도 선심을 써 주시나 보다.

휴가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언제 얘기가 나올까 기다렸다. 그리고 가끔 휴대전화로 출퇴근 길에 아기와 함께 가는 여행지를 검색했다. 이미 유력한 휴가지도 정해 두었음은 것은 안(?) 비밀이다. 그 리스트를 아내에게도 이제서야 공유했다. 

7년 전 12월,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찾았었다. 한겨울의 제주도는 춥고 또 추웠다. 시베리아보다 제주도가 더 추울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했다. 운전기사님이자 인솔을 해 주셨던 가이드분은 '얼음으로 도배된 테마파크'와 '선상 낚시'까지 굳이 친절하게 선물해 주셨다.

얼마나 추웠으면 '진짜 사람이 얼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상상까지 했었다. 이번 휴가를 제주도로 가면 눈과 추위로 도배된 신혼여행의 아쉬움을 풀 기회가 되리라. 올 여름휴가 때 제주도를 아기와 함께 찾고 싶었다. 생각만 해도 참 신나고 들뜨는 일이다.

본격적으로 휴가에 대한 내용을 검색했다. 아기와 어디를 갔다, 어느 호텔이 아기와 함께 묵기 좋더라, 멋진 사진을 대동한 후기들이 많았다. 이제 아내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었다. 휴가지가 그렇게 가까워지는 즐거운 퇴근길이었다. 돌아와 아내와 마주 앉아서 휴가 얘기를 전했다. 보내 주었던 링크들에 대한 의견도 구했다.

"여보 안 그래도 링크 잘 봤어요... 그런데 이번 휴가, 안 가는 건 어때요?"
"뭐라구요? 뭐? 아니, 여보 갑자기 왜...?"


'하늘이 무너지는 청천벽력의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린다면 이런 기분이구나'라는 것을 짧은 시간에 느꼈다. 아내는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자 휴가에 대한 마음을 접어버리기로 가닥을 잡은 듯했다.

'아기에게 좋은 추억과 기억을 남겨 주고 싶다' '이왕이면 바다 가까이의 아기가 좋아하는 수영장이 딸린 리조트를 가는 것은 어떨까?' 등. 아내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 결정이 못내 더 아쉽게 느껴졌다.

결국 휴가는 포기했지만 
 
아기 엄마가 휴가지에서 입히려고 미리 준비한 수영복.
▲ 아기의 수영복 아기 엄마가 휴가지에서 입히려고 미리 준비한 수영복.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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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선생, 휴가 날짜 생각해 봤어? 이번에는 돈 좀 써서 멀리 제주도라도 가보는 건 어때? 아기랑 제주도로 가봐. 제주도 좋아하잖아."
"아. 네 그렇죠. 제주도... 안 그래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해서 들은 동료의 말에 필자는 아예 정신줄을 놓을 뻔 했다. 제주도를 좋아해서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가닥을 잡았는데... 아내에게 들었던, '바다가 가까이 있고 리조트가 있는 숙소들'이 제일 많은 곳도 제주다. 아내에게 보냈던 리스트들은 다름 아닌 '제주도의 숙소와 음식점들'이었다.

퇴근을 해서 함께 아기를 보다 아내에게 넌지시 마음을 물었다. 이번에는 설득의 의미를 정성껏 담아 콕 집어서 '제주도'라는 명칭도 함께 붙였다. 아내는 마음을 바꾸지 않은 듯했다. '끝났구나... 작년에도 아기 엄마가 임신해서 휴가를 미뤘는데... 지난해에 무슨 짓을 해도 제주도를 갔었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4박 5일...' 머릿속에 그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맛있는 거 한번 먹고 '호텔 콕 육아'를 하더라도 이번에는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꼭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쉬움에 그렇게 몸서리를 칠 때쯤이었다. 아기의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의 생각을 지워주기 위해서일까? 타이밍도 기가 막히다. 아기가 앞에서 응가를 하고 있었다.  

이유식을 하루에 세번에 걸쳐서 나누어 먹게 되면서, 아기는 많으면 하루에 일명 '6 똥'을 했다. 하루에 여섯 번 대변을 본다는 말이다. 헷갈리지 마시라. 지난 기사의 육아 동지를 줄인 '육동'이 아니다. '6 똥'이다. 엄마들이 아기의 하루 대변 횟수를 셀 때 쓰시는 말이다.

일단 머릿속은 정리 못한 채로 두고 아기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아기는 다 싸고 일찍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으면 울고 칭얼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아기의 기저귀를 갈았다. 이윽고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듣고 핸드폰을 보았다.

'고객님이 관심을 가지신 상품이 결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명 '찜'을 해 두었던 여행 상품의 결제 관련 알람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보니 다른 한 손에는 기저귀가 들려 있었다. 손에 들린 아기의 대변 기저귀가 나를 반겼다. '기저귀를 미처 안 버리고 메시지를 확인할 정도로 정신이 없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니 그저 웃음만, 헛웃음만 나왔다.

휴대전화로 인터넷 창을 열어 보았다. 검색했던 수많은 블로그들에 블로거님들께서 환하게 호텔에서 웃는 모습으로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어서 빨리 제주로 오시라...' 유혹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결제할 수 있는데... 나도 저기 있을 수 있는데...'

그럼에도, '휴식'은 잃지 않길 

비단 우리 가정만의 일일지 궁금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다른 아기들의 부모님들께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실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캐리어에 아기 용품만으로도 가득 채워도 기쁘게 끌고 다닐 수 있는데... 이 시대에 휴가를 한번 가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다.

그럼에도 이 환장의 시기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기들의 기저귀를 누구보다 기쁘게 갈아 주시고 계실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부디 슬기롭게 휴가 계획 잘 세우시기를, 좋은 휴식들 보내시기를 기도해본다.

휴가가 아니더라도 온전한 여러분의 휴식을 바라며 아리 작가의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의 일부분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여행'이란 단어가 낭만도, 사치도 아닌 금기가 된 시절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엄마들에게 가장 벅찬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바깥세상과의 연결은 느슨해지는 대신, 모두가 집 안으로 모여들면서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의 강도가 이전보다 강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숨통을 틔워줄 나만의 '작은 여행'을 해야 한다고 감히 권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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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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