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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이나 조례를 단 한 개도 제정하지 못한 의원을 평가할 때, 우리는 게으른 의원이라고 쉽게 판단합니다. 실제로 입법 활동에 소홀한 의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무능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대구시의회에는 지난 3년 동안 조례안 4개(조례 개정 제외)를 대표발의했지만 모두 계류(사실상 부결) 상태에 있는 의원이 있습니다. 김동식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수성구 제2선거구)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단 하나의 조례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일까요?

서울, 대전, 부산은 되는데... 대구는 안 된다?
 
김동식 대구시의원(수성구, 더불어민주당)
 김동식 대구시의원(수성구, 더불어민주당)
ⓒ 김동식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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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이 처음 대표 발의한 건 2018년 9월 대구광역시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입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2016년 서울시를 처음으로, 경기도, 부산, 울산, 대전, 전라남도, 충청남도에서 제정됐습니다.

김 의원은 노동이사제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가해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가지는 제도인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에 있고 민간기업에도 적용되고 있는 중입니다. (...) 대구시는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을 통한 노사상생의 선도 도시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의 비리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같은 해 10월 스스로 보류를 요청합니다. 대구시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보류를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대구시가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용역연구 시행 사실을 발견한 김 의원은 그 내용을 입수해 2020년 6월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행정부시장에게 요약 설명합니다.
 
높은 시민의식과 교육수준으로 노동자를 통제와 명령의 대상이 아닌 이해와 참여, 협력의 관계로 보는 시대가 됐고 노사협력과 상생이 기관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시대가 됐다. (...) 경영책임에 대한 우려가 있고 기관의 독립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노동이사회의 역할과 그 업무와 조직의 대표성에서 노동조합과의 명확한 배분이 되어 있지 않은 등의 문제점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실 용역연구는 발주처의 의지가 많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좀 편향된 결론으로도 보입니다. 어쨌든 김 의원은 이 용역 결과를 언급하며 "노동이사제가 안 된다면 근로자 참관제나 노동자 추천 이사제라도 도입하자"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부시장은 "노동이사제 도입이 지방공기업법이나 지방 출자·출연에 관한 법률상 지방자치단체장의 임명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저희들이 이 법에 대한 개정을 선행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완곡한 거부 의사를 밝힙니다.

조례안 제출 3년 후인 2021년 4월 21일, 김 의원은 주민청원 형식으로 다시 노동이사제를 소개하는데 이번에는 삼성경제연구소까지 언급합니다.

"갈등비용 저감을 통해 생산성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은 터키에 이어 OECD 가입국 중 2위에 해당할 만큼 심각하며 매년 최대 246조 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이 사회갈등으로 인해 지출되고 있다. 특히 노사분규로 인한 갈등이 전체 사회갈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조례 제정을 요청했으나, 대구시의회는 상위법령이 우선되는 것을 전제로 통과시킵니다. 현재 노동이사제 임원구성에 근로자 대표를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김경협 의원 등이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박홍근 의원 등이 발의한 지방공기업 일부개정법률안). 즉, 법률이 바뀌면 조례를 만들겠다는 결론이니 결과적으로 부결시킨 셈입니다.
 
7월 13일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대구지역본부 공공기관노동이사제도입촉구 기자회견
 7월 13일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대구지역본부 공공기관노동이사제도입촉구 기자회견
ⓒ 김동식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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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의 존재 이유, 의원의 존재 이유

2019년 9월에는 김 의원이 대구광역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하는데, 이 조례안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즉 법안을 토의하지도 못한 것입니다.

'살찐 고양이법'이라고도 하는 이 법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임원의 임금 상한액을 정해 우리 사회의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례입니다.

대다수 조례는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의 연봉을 최저임금의 6~7배 이상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대구시의회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조례안이 사라진 반면 인천, 부산, 울산, 대전, 전라북도, 강원도 등에서는 이미 제정돼 시행 중입니다.

심사도 하지 못한 조례안에는 대구시(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 구매제한에 관한 조례안 2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마찬가지로 보류됐습니다.

당시 9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결의가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정부 관계자들이 '해당 조례가 지방계약법이나 지방자치법 등 현행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고 향후 일본과의 외교 분쟁 과정에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를 전달받아 지역별 입법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의했다고 합니다.

현재 대구시의회 계류법안은 민주시민교육조례안을 포함해 총 9개입니다. 그중 4개가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입니다.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무슨 이유로 대구시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냐는 것, 또 하나는 4개의 조례안이 통과됐다 하더라도 그 숫자가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김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고 합니다. 특히 동료의원들에게 설명하면 '정말 좋은 조례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답니다. 특히 일본 전범기업 제품 구매 제한 조례안은 당시 일본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았기 때문에 충분히 통과가 가능했다고 봤답니다.

그렇다면 왜 통과되지 못했을까요? 김 의원은 대구시의 의지 문제라고 합니다. '좋은 법이다'라고 했던 동료의원들이(정확히는 시장과 같은 당의 의원들이) 대구시에서 한번 왔다 가면 입장이 바뀐다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현재 의회는 견제와 감시의 영역이 아니라 집행부(대구시)가 원하는 법을 대신 발의해주는 역할밖에 없다는 비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례 대표발의 개수 자체가 적지 않냐는 질문에는 "4년 임기 동안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조례, 다른 의원들이 발의할 수 있는 조례는 가능한 만들지 않으려고 했으며, 오히려 노동·공정 등의 가치를 의제로 의회가 토의하고 공론화하는 장이 되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조례를 많이 만드는 것이 꼭 유능하고 성실한 의원의 기준은 아니며, 정말 필요한 내용이지만 입법과정 자체가 힘든 조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는 이야기입니다.

올해 9월 김 의원은 정신질환자지원조례 전부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구시가 숨어있는 정신질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요. 많은 논란과 함께 예산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등록되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되지 않은 정신질환자들을 발굴 지원하고 역할과 권한을 주기 위한 지원조례. 그래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례라고 합니다.

김 의원이 임기 동안 조례를 하나도 제정하지 못한 의원으로 남을지 함께 지켜볼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구의정참여센터 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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