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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 최고의 화두는 2022년 대선입니다. 지방의원들도 벌써부터 대선 때문에 바쁘다고 합니다. 아직도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다들 지방과 지역민의 삶에는 관심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소는 누가 키우고 있을까 걱정이 듭니다.

지방의원들이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대구에 사는 8살 라율이네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미취학 아동들은 예방접종 확인 등을 이유로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라율이 엄마는 지난해 3월 당시 7살이던 라율이를 데리고 소아청소년과에 가서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의사는 '아이의 눈이 안 좋으니 안과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말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라율이는 약시·난시·원시 모두 해당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안구가 약했다는 겁니다. 그제야 라율이 엄마는 과거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 일이 떠올랐습니다. 가끔 길 가다 넘어지고, 책을 보면 5분도 되지 않아 잠들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던 거죠. 라율이 엄마는 아이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까지 찾아갔지만, 병원에선 '안경밖에 답이 없고 웬만해선 나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혹시나 해서 다른 방법이 없는지 백방으로 찾아다니던 중, 라율이 엄마는 비슷한 사례의 아이들을 위한 시기능훈련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찾아보니 부산에도, 대구에도 이런 센터가 있었습니다.

라율이는 대구에 있는 센터에서 일주일에 2번 훈련을 하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나 안과를 찾은 라율이 엄마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라율이 약시가 고쳐졌다는 겁니다. 안경을 쓰고도 시력 0.3이 겨우 나왔던 아이가 말입니다. 라율이는 엄마에게 조용히 말했답니다. "엄마 얼굴이 깨끗하게 보여요." 라율이는 안경 착용과 훈련을 겸하기 전까지 흐릿한 세상이 진짜 세상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제도가 만들어 낸 희망, 이게 바로 정치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시기능훈련센터는 보험 자체가 안 되므로 이런 훈련을 계속하기엔 부담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라율이 엄마는 부산시교육청이 지역 유·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중물'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런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020년 12월 말, 라율이 엄마는 김원규 대구시의원(국민의힘, 달성군)을 찾아 이런 제도를 대구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김 의원은 몇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일단 그는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도 아니었습니다. 부산시교육청을 비롯해 전국 광역교육청에 질의를 하고,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동래교육지원청에서도 설명을 듣기는 들었는데, 어떻게 지역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김 의원은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이 엄마와 대구시교육청 강은희 교육감이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2021년 1월 라율이 엄마, 김원규 대구시의원, 강은희 대구시교육청 교육감
 2021년 1월 라율이 엄마, 김원규 대구시의원, 강은희 대구시교육청 교육감
ⓒ 김원규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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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교육감을 만나게 된 라율이 엄마는 그간의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강 교육감은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다품교육으로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자신의 공약이었다면서, 이 내용을 받아들였습니다. 다품교육은 강 교육감 공약으로, 한 아이도 소외 없이 모든 아이들을 다 품겠다는 정책입니다. 실제로 특수교육 대상 지원 학생은 강 교육감 취임 전 2018년 4849명에서 2019년 4874명, 2020년 4946명, 2021년 5119명으로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약 5개월 뒤인 2021년 6월, 마침내 대구에서도 대구행복카드라는 제도를 통해 라율이처럼 훈련이 필요한 친구들이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대구교육청에서 특수교육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서혜연 장학관에 따르면,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에 '치료지원' 항목이 있다고 합니다. 대구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진단평가를 한 뒤,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서 결정을 합니다. 이런 절차를 거쳐 아이에게 대구행복카드가 발급되는데, 대구행복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치료지원제공기관에 시기능훈련센터를 포함한 겁니다.

이렇게 해서 8월 현재, 대구에 거주 중인 아동 9명이 관련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시기능훈련센터와 라율이 엄마는 지난 10일 김 의원을 만나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라율이네 가족은 "아이가 선명한 세상을 보고 마음껏 뛰어놀게 됐다"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조례를 만들거나 제도를 신설한 것도 아니고, 시스템을 바꾼 것도 아닙니다. 치료지원제공기관으로 추가 등록 과정을 거쳤을 뿐인데 라율이를 지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지원인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대구와 부산에서만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국의 지방의원들은 알고 있을까요?

시기능훈련센터를 통해 라율이의 약시가 나아졌다는 것은 개인적 사례입니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제도를 통해 다양한 지원 토대가 만들어진다면, 적어도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며 맞닥뜨리는 어떤 막막함만큼은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태그:#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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