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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아아악~~~'

8월 1일 새벽, 방금 전 여자 역도 국가 대표 김수현 선수의 바벨을 들어 올릴 때와 메달이 좌절 되었을 때의 포효보다도 큰 비명소리가 들렸다.

'분명 티브이는 껐는데... 김수현 선수의 경기가 다시 열릴 일은 없는데...'

놀라 허둥지둥 깨서 사태의 진위와 심각성을 확인했다. 아기였다. 9개월 아기. 아기가 소리를 지르며 깬 것이었다. 그러고는 눈도 뜨지 못한 채, 울고 있었다. 요새 들어 이런 일이 한 번씩은 있었기에 까무러치듯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고성을 지르며 일어난 적은 처음이었다. 아이를 안고 한참을 달랬다. 

주말마다 비가 오고, 매일 폭염주의보에 열대야가 찾아 오자 아기는 밤과 낮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물론 아기의 방과 거실에는 에어컨을 항시 틀지만 하루 종일 아기에게 에어컨을 틀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새벽 1시에 기상한 부부와 아기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갑자기 놀라 깨서 그런지 잠을 자다가도 뒤척이고 뒤척이다가도 금세 울고 불고 하는 과정을 아기가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아기가 너무 안쓰러웠다. 지난번 앞니가 날 때도 이런 쓰린 마음을 달랬는데 다시 한번 그 일련의 과정을 반복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 짜증이 몰려왔다.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기는 신기한 일'들을 해오고 있었다. '엄마라는 인생의 코치'와 함께 말이다.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다르게 가지고 놀았다. 게다가 아기는 뒤집고 기다가 이제는 물건을 잡고 선다. 그리고 성공 후에 '엄마와 아빠에게 날리는 미소는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포효'와 맞먹는 세리머니를 보여준다.

선수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채찍질' 한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자신을 넘어 하루하루 자신을 스스로 이겨낸다. 그 모습이 지금까지의 아기 발달 과정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쉬었다 다시 전진할 뿐 멈춤은 없다. 아기도,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지금까지 현장에서 수고를 하고 계실 선수들도 말이다.

지금의 육아는 선수촌의 선수들의 모습처럼 지겨운 반복과 반복을 거쳐 새로운 기술들을 습득하고 능력치를 향상하며 새로운 결과들을 만들어내는 선수들의 그 땀방울과 너무나도 닮았다. 

종목도 다양하다. 잡고 설 수 있는 물건을 잡고 균형까지 잡아야 하는 체조 종목에 진심인 아기, '베터파크 (베란다+워터파크, 베이비+워터파크)에서 열리는 자유형, 배영 등의 수영 종목부터 원하는 것을 정하면 '아빠가 치우기 전까지 최대한 빨리 돌진'해야 얻을 수 있는 육상,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장난감을 최대한 멀리 던지는' 투포환 등이 이에 속한다.

아기의 엄마는 '훌륭한 코치'였다. 아기의 그림책은 아마 책의 수에 만 번씩을 곱해 주면 될 정도로 많이 읽어 줬다. 그만큼 '지루한 코칭'의 연속을 엄마라는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꾸준히 해오고 있다. 퇴근길이나 출근길에 한 소절을 듣고 나오면 그다음 내용들이 반칙 후에 '심판에게 받는 옐로카드'처럼 따라와서 이어폰의 노래가 들리지 않을 정도인데도 말이다.
 
일본 네티즌 '에포'가 그린 '마마(파파)올림픽' 픽토그램.
▲ 육아 픽토그램 일본 네티즌 "에포"가 그린 "마마(파파)올림픽" 픽토그램.
ⓒ 에포의 트위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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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개막과 함께, 지난달 27일 일본 네티즌이 트위터에 올린 픽토그램 '마마올림픽(파파올림픽) 2020 종목 목록'이 화제가 되었다. 이 픽토그램을 보고 나 역시 정말 많은 공감을 했다. 평소 아기 엄마의 육아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한살 딸을 키우는 엄마 에포는 육아를 올림픽과 비교해 7종목을 픽토그램으로 표현했다. △쇼핑(2인전) △쇼핑(3인전) △아기 들어 올리기 △아기 옷 입히기 △아기 기저귀 갈기 △밥 던지기(아기 종목) △밥 잡기(부모 종목) 등. 

반복의 연속, 새로운 기술의 습득, 지겨움 넘어의 결과를 바라보기 위해서 엄마는 아기에게 정말 지겨울 수도 있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한다. 아기 선수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서 아기에게 최고의 식품과 환경을 제공하려고 애쓴다.

이 시기라 더욱 한정된 공간과 지루할 시간을 이렇게 아기와 엄마들은 초인적인 '올림픽 정신'으로 이겨가고 있다. 그 면면과 모습을 보면 금메달도 부족하다. 아기와 엄마를 선수로 보고 복식이나 단체전 금메달도 드리고 싶다.

'아기가 심판이라면 엄마들에게 금메달'을 줄 것이다. 감사함과 고마움의 마음을 기꺼이 담아서다. 오늘 이 시간에도 '그들만의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실 이 시대의 아기들과 엄마들께 저도 금메달을 드린다. 존경과 위로의 은메달과 격려의 동메달도 함께.
 
김수현 선수
 김수현 선수
ⓒ M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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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유도 경기에서 동메달을 놓친 76kg급 인천시청 소속 역도 국가대표팀의 김수현 선수에게도 응원과 이 메달을 함께 바치고 싶다. 정말 수고 많으셨고 당신 존재 자체가 금메달이라는 진심 어린 말씀을 함께 드리는 바이다.

'엄마들의 마음과 진심'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의 마음'과 닮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던 여자 역도 국가대표 김수현 선수의 출전 소감과 출사표를 이 시대의 엄마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내가 좋아하는 역도로,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올림픽 무대에 선다. 매일 꿈꾸는 기분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함께 든다고 생각하고 다 들어버릴 거예요."
 
아기의 공손하고 진심을 담은 선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 응원합니다. 아기의 공손하고 진심을 담은 선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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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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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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