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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 인플레이션 시대에 도시브랜드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도시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자 <오마이시티, 오마이브랜드> 기획을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인천광역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도시브랜딩 활동의 기획·진행·평가 등을 짚어보면서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연재는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이었던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와 이한기 <오마이뉴스> 기획취재 선임기자가 함께 진행한다.[편집자말]
도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도시브랜드 슬로건, 살고 싶고 방문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도시의 가치를 함께 찾아가는 참여형 도시브랜드 캠페인 등 세계 각 도시에서는 다양한 도시브랜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21세기 들어 도시브랜드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시민을 단순히 도시브랜드 수용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참가자, 소비자, 경쟁력 있는 가치 제공자, 관리자, 공동생산자, 공동마케터 등의 모든 역할을 수행하는 가치 공동창조자(Value Co-creator)라는 관점이다. 즉, 시민과 함께 도시의 문제점, 숨겨진 가치 등을 찾고 개선·발전시키는 형태의 도시브랜딩 활동이다.

기존의 공공 캠페인은 정부 주도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사회의 안녕과 시민들의 의식 변화를 유도하는 교육적 도구로 활용됐다. 그러나 시민주도형 캠페인은 지역의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면서 시민을 주체로 세웠다. 또한, 낯선 가치에 대한 관념의 합의 과정을 이끄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참여'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끼어들어 관계하는 행위다. 정치학에서는 널리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영향력의 행사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을 뜻한다. 시민참여는 과거 정부 주도 방식이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하향식(top-down)으로 추진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성장주도형, 획일적 개발에 대한 대안으로 나타났다. 

1991년 지방자치 시대와 함께 본격화된 시민참여의 개념은 계획과정에서 전문가 중심으로 참여하는 것에서 운영과 집행과정 전반에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시민은 지역의 다양한 인프라와 문화를 누리는 수혜자이자 지역을 변화시키는 주체다. 따라서 시민은 도시개발, 문화정책, 지역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시민이 중심이 된 도시를 만들어가는 지향점을 갖는다. 도시의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시민참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소극적인 의견 제시에 그치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민참여는 특정한 전문가 계층이나 주류사회에 국한돼왔다. 시민은 생활의 주체로서 도시 발전과 변화의 속도·방향에 대한 선택권을 갖는다. 지역 사회가 보유한 자원과 그 활용가능성 등은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는 시민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의 능동적인 참여는 필수다. 설령 소극적인 참여일지라도 시민의 의견이 취합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도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국 포틀랜드의 '센트럴시티 2035'
 
미국 포틀랜드는 2035년의 미래 도시상을 만들기 위해서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프로젝트 이름은 '센트럴시티 2035'.
 미국 포틀랜드는 2035년의 미래 도시상을 만들기 위해서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프로젝트 이름은 "센트럴시티 2035".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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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생태도시로 유명한 미국 포틀랜드는 20세기 초 시(市)정부의 부패로 몸살을 앓았다. 이에 진보적인 포틀랜드 시민들이 힘을 합쳐 1913년 투표를 통해 위원회(Commission) 형태의 시정부를 채택했다. 1950-60년대까지 이어진 시정부는 백인남성 우위의 도시였다. 그러다가 1970년대 시민참여를 독려하는 연방정부의 정책들이 포틀랜드의 진보적인 정치세력과 결합하며 포틀랜드형 시민참여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당시 포틀랜드의 골드슈미트 시정부는 시민참여를 통한 개방형 정책을 내세웠다. 그 가운데 하나로 '마을회의소(Neighborhood Associations)'라는 시민조직의 공식 승인제도를 도입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을 바탕으로 포틀랜드는 시민들이 시정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점차 늘어났다. 1974년에 시작된 마을회의소 제도는 지금까지 지속됐고, 이처럼 공인된 시민조직은 현재 90여 개에 달한다.

포틀랜드는 2035년의 미래 도시상을 만들기 위해서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프로젝트 이름은 '센트럴시티 2035'. 센트럴시티는 포틀랜드 안에 있는 8개의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로, 시의 중심부에 있으며 윌라멧 강을 중심으로 북서, 남서, 북동, 남동 쿼드란트로 나뉘어 있다. 18개월 동안 약 2200명의 시민들이 디자인 워크숍에 참여해 이 프로젝트의 콘셉트를 완성했다.

인천시의 '해피 버스 데이(Happy Bus Day)'
 
2017년 6개 노선 12대의 버스로 시작해 현재 100여 대까지로 확장된 인천시의 '해피 버스 데이(Happy Bus Day)'는 성공한 캠페인이다.
 2017년 6개 노선 12대의 버스로 시작해 현재 100여 대까지로 확장된 인천시의 "해피 버스 데이(Happy Bus Day)"는 성공한 캠페인이다.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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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2017년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교체하면서 인천시의 공공문제 해결을 위해 도시사랑 시민참여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 도시브랜드 활동은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인천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인천 사랑을 주제로 한 참여형 캠페인이었다. 인천시민의 참여를 통해 인천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했다.

효과적인 시민참여 캠페인의 조건은 쉬운 참여, 문제에 대한 공감, 가시적인 변화 도출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인천시의 현안을 점검하고 캠페인을 기획했다.

당시 지역신문은 물론이고,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돼 인천시의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게 '인천버스의 난폭운전', '버스기사 폭행사건'이었다. 인천시는 시민참여를 통해 시의 이미지를 개선할 주제로 이 문제를 선정했다.

주제를 선정한 뒤 인천 버스 운전기사들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의 버스기사들은 시간에 쫓기며, 장시간 외롭게 근무하는 감정노동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버스기사들에 대한 시민들의 응원을 통해 시민과 버스기사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중교통(버스)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기획을 하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하차벨 감사 멘트'다. 이에 하차벨을 누르면 센서 반응을 통해 미리 녹음해놨던 시민들의 감사 멘트를 자동으로 재생하는 기기를 제작했다. 인천 시내버스 최장거리 노선인, 156곳의 정류장을 거치는 8번 버스에 인천시민 156명의 응원이 녹음된 '하차벨 감사 멘트'를 적용했다.

일주일만에 30여 개 언론매체에서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고, SNS에 올려진 관련 영상에는 5000개가 넘는 공감과 댓글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이 캠페인을 접한 인천시내 초등학생들이 감동을 받아 버스기사 분들에게 직접 응원편지를 보냈고, 기사 분들은 자필로 답장하는 훈훈한 교감이 이뤄졌다.
 

 

2017년 6개 노선 12대의 버스로 시작해 현재 100여 대까지로 확장된 '해피 버스 데이(Happy Bus Day)'는 성공한 캠페인이다. 그러나 2017년에 시작된 이 캠페인이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는 과정에서 반복적 메시지 재생에 따른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과 버스기사의 의견을 수렴해 업그레이된 후속 콘텐츠 개발을 통해 캠페인의 진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인천시의 '바라는대路' 캠페인

원도심과 신도심의 균형발전은 모든 도시의 공통된 숙제다. 2018년에 시작된 인천시의 '바라는대路' 캠페인은 원도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시민참여형 시민의식 개선 프로젝트다. 건물을 새로 짓고, 가로(街路)를 정비하는 일처럼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도시정비 계획이 아닌, 시민이 공감하는 사안에 시민이 참여해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캠페인이다.

SNS 공모전을 통해 불법주차와 쓰레기 무단투기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가운데 선정된 문구를 로고젝터에 담아 인천시 원도심 골목길에 설치했다. '로고젝터(logojector)'는 전봇대나 가로등 등에 설치해 바닥에 특정 로고나 문구를 투영해 주는 장치로, 로고(logo)와 프로젝터(projector)의 합성어다.
 
2018년에 시작된 인천시의 '바라는대路' 캠페인은 원도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시민참여형 시민의식 개선 프로젝트다. SNS 공모전을 통해 불법주차와 쓰레기 무단투기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가운데 선정된 문구를 로고젝터에 담아 인천시 원도심 골목길에 설치했다.
 2018년에 시작된 인천시의 "바라는대路" 캠페인은 원도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시민참여형 시민의식 개선 프로젝트다. SNS 공모전을 통해 불법주차와 쓰레기 무단투기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가운데 선정된 문구를 로고젝터에 담아 인천시 원도심 골목길에 설치했다.
ⓒ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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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소리를 듣고 만들어진 메시지는 인천의 골목길을 밝히며 쓰레기 무단투기, 소방도로 불법주차, 불법 흡연 등 시민들의 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소리 없는 외침이 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보편화됨에 따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디자인을 하거나 작업 결과물을 SNS에 공유하는 것이 용이해졌다. 디자이너와 마케터의 전유물이었던 디자인, 마케팅 활동이 시민들 스스로 생산·재생산하는 환경으로 변화했다. 그 결과, 완벽하게 마무리된 프로젝트가 아닌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캠페인이 가능해졌다. 시민들의 해석까지 포함되면서 공동작업의 의미가 확대·누적되고 있다.

정서진에서 열린 세계 최초 '언플러그드 콘서트'

에너지 보존의 법칙. 사람들이 움직이며 발생한 에너지는 어디로 갈까? 

지구 전역은 에너지·환경 문제에 당면해있다. 우리나라 서쪽에 위치한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의 날인 매년 8월 22일 오후 9시가 되면 5분 동안 전등 끄기를 실천에 옮기는 전국 동시 소등 행사가 열린다. 일년에 한 번, 잠시지만 불을 꺼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의 소중함을 느끼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다.

인천시는 2019년 에너지 날을 맞아 자가발전 에너지 배턴(baton)을 개발했다. 이는 시민들의 움직임을 전기로 저장하는 에너지 하베스팅(harvesting) 기술로 만들어진 축전기다. 에너지 배턴은 30초의 움직임을 전기로 전환·축적해 5분 동안 빛을 낼 수 있는 랜턴 기능이 있다. 또한, USB 단자가 있어서 휴대폰이나 작은 가전제품을 충전할 수도 있다.
 
2019년 8월 22일 밤 인천 정서진의 노을종에서 세계 최초 언플러그드(unplugged) 콘서트를 열었다.
 2019년 8월 22일 밤 인천 정서진의 노을종에서 세계 최초 언플러그드(unplugged) 콘서트를 열었다.
ⓒ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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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이 배턴을 활용해 20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에너지 잇고, 미래 잇다'라는 캠페인을 추진했다. 2019년 8월 22일 밤 정서진(강원도 강릉에 있는 정동진의 대칭 개념으로,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서쪽에 있는 나루터다. 정동진이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면, 정서진의 일몰은 낭만, 그리움, 회상을 의미한다. 12월 31일 해너미로 유명하다)의 노을종에서 세계 최초 언플러그드(unplugged) 콘서트를 열었다. 

해가 지는 서쪽 끝에서 시민들이 만든 에너지로 다시 빛을 밝힌다는 취지였다. 행사 당일에 참석한 시민들은 에너지 배턴을 받고 자연스럽게 흔들며, 콘서트를 기다렸다. 콘서트가 시작되고 밤 9시가 되자 에너지의 날 소등 행사로 콘서트장의 모든 전기가 차단됐다. 이때 시민들이 축전한 에너지 배턴을 사용해 콘서트장을 밝히고 공연을 이어갔다.

시민들이 직접 움직여 에너지를 만드는 캠페인을 통해 에너지의 소중함과 친환경 대체에너지 발굴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 행사는 '에너지 잇고, 미래 잇다' 릴레이 캠페인으로 이어졌고, 시민들은 실생활에서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 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CBPP'(Commons-based peer production, 사람들이 협력해 일하는 사회·경제적 생산 모델을 설명하는 용어)라는 용어를 만든 하버드 로스쿨 교수 요하이 벤클러(Yochai Benkler)는 "사람들이 금전적 보상 없이도 콘텐츠를 창조하고 공유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연결돼 있다는 심리적인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성향이 창조적 활동에 참여하게 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통해 창조적이라고 느끼는 감성을 자극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창조적 과정을 함께 이끄는 원동력이 만들어진다.

관주도형이 아닌 소통적·통제적·수동적 참여

이러한 활동은 지방정부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시민들은 해결 방법의 일부를 함께 수행한 소극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의 문제가 스스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자발적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에서부터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에서는 시민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협치(協治)를 이야기한다. 진정한 협치를 이루기 위해서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이다. 참여는 공동의사결정에 의해 도출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자 협치의 전제조건이다. 

참여는 여러 단계의 레벨이 있는데, 지방정부와 시민이 동등한 의사결정을 하는 소통적 참여(Interactive Participation), 시민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통제적 참여(Controlling Participation), 비(非)제도권에 머물며 시민이 의견을 개진·공유하는 수동적 참여(Passive Participation)가 대표적이다. 각 레벨에 맞는 참여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우리 도시의 문제를 데이터로 수집하고 축적해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관주도형 기획단체가 아닌 빅데이터를 통한 시민의 소통적, 통제적, 수동적 참여의 장을 만들어낸다면 시민참여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를 도출하는 진정한 공론화의 길을 열고, 시민과 도시가 함께 진화할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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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도시 및 국가 등 장소브랜드 관련 글을 기고합니다.

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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