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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과 한여름의 폭염이 겹쳐 우리집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아이들은 밖을 거의 나가지 않는다. 얼마 전, 둘째와 셋째 녀석이 하도 놀이터를 가자고 졸라대는데도 너무 더워서 낮에는 나갈 수 없다고 겨우 설득을 하였다.

하지만 늦은 저녁 무렵, 결국 남편과 나는 더위에 맞서는 용기(?)를 가지고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로 향했다. 단단히 각오를 하면서 냉수를 가득 담은 물병 3개를 가방에 넣었다. 그러나 놀이터는 전면 폐쇄된 모습이었다. 놀이터 주변이 전체적으로 통제선으로 둘러싸여 있어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한 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내 모든 놀이터가 그랬다.

아이들은 꽤 실망한 것 같았지만 나의 마음을 고백하자면 순간 '앗싸'를 외쳤다. 나는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하면서도 이제는 집에 바로 들어가도 된다는 기쁨을 애써 감추었다.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슈퍼마켓으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유일한 놀이터가 된 집

그날 이후 아이들은 더이상 놀이터를 가자고 조르지 않았다. 나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스스로 부끄럽고도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한 것이 하나 있다. 함께 놀아주는 것을 누구보다 힘들어하는 엄마라는 것이다.

때로는 마음을 다잡고 의욕적으로 아이들과 놀아주려다가도 이내 성의가 없어지거나 짜증스럽게 구는 내 자신이 매우 싫고 죄책감이 들었다. 너무 괴로운 마음에 나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였다. 아이들과의 놀이는 되도록 남편이 하는 쪽으로 역할분담을 하였고 아이들에게 이런 나의 마음을 솔직히 고백하기도 하였다.

이런 엄마로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점이 있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하늘이 도운 듯 2살 터울의 둘째와 셋째 아이는 둘이서 여러 가지 놀이를 개발(?)해 내고 '동물보호소 놀이' 등 여러가지 놀이를 하고 있다. 곁에서 두 아이가 놀면서 나누는 대화를 듣고있으면 흐뭇하기도 하면서 자주 웃음이 난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아이들이 저런 말들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부모의 말이 자녀들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뜨끔하기도 하였다.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나에게 없는 미술 감각이 매우 발달한 듯하다. 매일매일 다양한 캐릭터를 그림으로 그리고 가위로 오려서 놀이의 소재로 삼는다. 아이들은 거실을 온통 자신들이 그린 그림과 장난감 등으로 가득 메우고, 거실은 물론 이 방, 저 방을 다니며 어찌나 재미있게 노는지 진종일 켜놓는 에어컨이 무색할 만큼 이내 피부가 끈적해지기도 하였다. 
  
자녀들의 그림그리기 등 미술 놀이
 자녀들의 그림그리기 등 미술 놀이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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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폭염이 내린 의외의 선물?

셋째인 유치원생은 코로나19와 폭염으로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거나, 예년 여름처럼 휴가지의 워터파크를 가지도 못했다. 하지만 의외로 새로운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하고 성장하는 것 같다.

인생 선배인 초등학생 둘째 아이와 늘상 어울리면서 평소보다 더 성숙하고 풍요로운 언어구사능력과 표현능력이 생긴 듯하다. 또한 매일 그림을 그리는 첫째와 둘째 아이를 따라서 자신도 이런저런 종류의 많은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 실력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 

특히, 나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갑갑하고 힘들 수 있는, 코로나19와 무더위 속에서도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자연스럽게 싹틀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녀석은 '말랑한 복숭아'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뜨거운 여름, '말랑한 복숭아'가 등장하자마자, 나는 아이를 위해 복숭아 한 상자를 냉큼 샀다. 특이하게도 둘째와 셋째 녀석은 맛있게 복숭아를 먹고 난 후, 복숭아를 감싸고 있는 포장재와 박스까지 서로 갖겠다고 싸우곤 했다. 어른의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냥 버려지는 그것들조차 격렬하게 다툴 정도로 탐내는 놀이의 재료인 것이다.
  
셋째 아이가 복숭아 포장재로 만든 강아지 토끼 모자
 셋째 아이가 복숭아 포장재로 만든 강아지 토끼 모자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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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인 셋째 아이는 그 흔한 복숭아 포장재로 만든 장난감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엄마! 이것봐! 귀엽지?"
"하하하, 정말 너무 귀엽다. 와! 정말 잘 만드네."


요즘처럼 더운 날씨 속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여러가지 다른 일들까지 준비하느라 많이 지친 나는 아이의 작품을 보자마자 웃음이 '팡' 하고 터졌다. 그리고 바로 사진을 찍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강아지 인형에 딱 맞는 모자가 너무 귀엽고도 신기했다. 
 
셋째 아이가 복숭아 상자로 만든 강아지 집과 사료를 연상시키는 마이크로블럭
 셋째 아이가 복숭아 상자로 만든 강아지 집과 사료를 연상시키는 마이크로블럭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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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반려견를 키우는 우리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료를 갈색 '마이크로 블럭'으로 그럴듯하게 표현하여 장난감 냄비에 담아두었다. 게다가 복숭아를 담았던 박스 안에는 알록달록 예쁜 그림을 바닥에 깔아주어서 종이상자인 재활용품에서 아기자기한 강아지의 '러브하우스'로 재탄생하였다. 그렇게 아이는 강아지를 키우는 주인으로서 혼자서도 즐겁게 역할놀이를 하였다.

어쩌면 나같은 엄마를 위한 일종의 위안일 수 있겠지만, 때로는 아이들도 혼자만의 시간 혹은 놀이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말에 꽤 공감이 간다. 부모가 모든 것을 곁에서 함께 해주지 못하더라도 너무 죄책감을 갖거나 미안해하진 않는 것이 좋겠다. 나는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혼자만의 시간과 놀이를 통해서도 아이들은 의외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해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고 나에게 위안을 보냈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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