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 올림픽이 오는 23일 개막한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1년 연기라는 결정을 내렸던 도쿄 올림픽은 전체 750개 경기 중 96.5%가 무관중으로 열리는 역대 최초의 '조용한 올림픽'으로 진행된다. 국내에서도 각 방송국마다 대규모의 중계진을 파견했던 과거와 달리 방송사들이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현장에서 화면을 받아 중계하는 '이원 중계' 형식으로 올림픽의 현장과 열기를 시청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지상파 3사에서 올림픽 준비를 허투루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상파 3사에서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화려한 경력을 가진 해설위원들을 영입해 '시청률 전쟁'에 돌입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올림픽 기간 내내 하루하루 발표되는 시청률 결과에 일희일비하겠지만 시청자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지상파 3사의 올림픽 중계를 안방 1열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KBS] 막내딸의 메달도전을 해설하는 아버지
 
 '도마의 신' 여홍철 해설위원은 막내딸 여서정의 올림픽 메달 도전과정을 해설할 예정이다.

'도마의 신' 여홍철 해설위원은 막내딸 여서정의 올림픽 메달 도전과정을 해설할 예정이다. ⓒ KBS

 
지난 2006년 'KBS 야구 중계의 터줏대감'이었던 고 하일성 해설위원이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으로 부임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고 KBS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허구연 해설위원을 앞세운 MBC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패했다.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되면서 야구 국제대회 중계가 많지 않았던 KBS는 13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20 도쿄 올림픽을 위해 야구종목의 '히든카드'를 준비했다.

KBS가 도쿄올림픽을 위해 영입한 스페셜 야구해설위원은 바로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박찬호는 2012년 한화 이글스에서 현역 은퇴 후 야구계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있지만 오히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투머치토커'로 불리며 대중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KBS는 이번 도쿄올림픽 야구종목에서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의 풍부한 지식과 '토머치토커'의 친숙한 이미지가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부터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KBS의 축구 국제대회 시청률 1등을 견인했던 이영표 해설위원(강원FC 대표이사)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신분이라 이번 도쿄올림픽 해설진에 포함되지 못했다. 대신 전 국가대표 선수이자 수원FC 플레잉코치, 그리고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는 20만 유튜버이기도 한 조원희 해설위원이 한준희 해설위원과 함께 태극전사들의 경기를 해설하며 후배들의 선전을 응원할 예정이다.

이번 도쿄올림픽 KBS 해설위원들 중 주목해야 할 인물은 바로 기계체조의 여홍철 해설위원이다. 현역 시절 '도마의 신'으로 불리며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따냈던 여홍철 해설위원은 베이징올림픽부터 도쿄 올림픽까지 4번째 올림픽 해설을 맡은 베테랑 해설위원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여홍철 해설위원에게 매우 특별한 올림픽이 될 수 밖에 없다. 바로 여홍철 해설위원의 차녀 여서정이 도마 종목에 출전해 메달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아들 차두리(오산고 감독)의 경기를 중계하던 차범근 해설위원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차범근 해설위원은 한국의 8강 진출이 확정되자 냉정함을 잃고 "저기 우리 아들도 있지 않습니까?"라는 귀여운 발언을 한 바 있다.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와 <뭉쳐야 쏜다>를 통해 대중들과 가까워진 여홍철 해설위원이 딸의 경기를 해설하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BC] 관록의 허구연-안정환에 새내기 해설 장혜진까지
 
 여러 방송국을 넘나들며 예능인으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역시 안정환 해설위원(왼쪽)의 '본캐'는 MBC 축구 해설위원이다.

여러 방송국을 넘나들며 예능인으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역시 안정환 해설위원(왼쪽)의 '본캐'는 MBC 축구 해설위원이다. ⓒ MBC 화면 캡처

 
"(이승엽의 홈런 타구가) 독도를 넘어 대마도까지 날아가쓰요", "고마워요 사토". KBO리그 원년부터 MBC의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던 허구연 해설위원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많은 어록을 남기며 일약 '국민해설위원'으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13년의 세월이 흘렀고 50대였던 허구연 해설위원은 어느덧 70대가 됐지만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김선우 해설위원과 함께 중계석에 앉아 특유의 친근한 해설을 시청자들에게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각 방송국마다 쟁쟁한 스포츠 스타들을 해설위원으로 초빙했다. 하지만 그 많은 해설위원들 중에서 가장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자랑하는 해설위원을 한 명만 꼽으라면 역시 2014년부터 예능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MBC의 안정환 축구 해설위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안정환 해설위원은 현 시점에서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과 함께 가장 성공한 스포츠 스타 출신 예능인이다.

하지만 안정환 해설위원이 예능인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본업인 축구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A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안정환 해설위원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햇수로 8년째 MBC 축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을 포함해 대형 국제대회마다 번번이 이영표 해설위원이 버틴 KBS의 벽에 가로 막혔던 MBC가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안정환 해설위원을 앞세워 축구 시청률 1위 등극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양궁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휩쓴 '짱콩' 장혜진은 지난 2019년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장혜진은 올림픽 연기로 선발전이 다시 열리면서 재도전의 기회를 얻었지만 3차 선발전에서 18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직전 올림픽 2관왕을 차지했던 장혜진에게도 힘든 무대였다.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장혜진은 도쿄 올림픽에서 해설위원으로 나선다. 특히 이번 도쿄 올림픽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대표팀 맏언니 강채영은 지난 리우 올림픽 선발전에서 4위로 아쉽게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바 있어 이번에는 5년 전 자신 때문에 기회를 놓쳤던 후배를 응원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올림픽에서는 KBS의 기보배, MBC의 장혜진, SBS의 박성현 등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던 '신궁 3인방'이 3사 해설위원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SBS] 퇴사 후에도 올림픽 중계하는 '프리' 배성재 캐스터
 
 지난 3월 SBS에서 퇴사한 배성재 아나운서(가운데)는 도쿄 올림픽에서 '프리' 자격으로 축구를 비롯한 주요 종목들을 중계한다.

지난 3월 SBS에서 퇴사한 배성재 아나운서(가운데)는 도쿄 올림픽에서 '프리' 자격으로 축구를 비롯한 주요 종목들을 중계한다. ⓒ SBS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야신' 김성근 감독을 특별 해설위원으로 초빙했던 SBS는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13년 전 베이징 금메달의 주역인 이승엽 해설위원이 정우영 캐스터,이순철 해설위원과 함께 야구중계에 나선다. 물론 해설 구력은 MBC의 허구연 해설위원 등과 비교할 수 없지만 한국야구 퍼펙트 금메달의 생생한 기억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줄 해설위원으로 이승엽 위원 만큼 적임자는 찾기 힘들다.

SBS는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차범근과 박지성 등 '거물급 해설위원'을 영입한 바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막걸리 해설'로 유명세를 탄 최용수 해설위원을 전면에 내세운다. 최용수 해설위원은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하며 '코로나 19' 2차 접촉자로 분류됐지만 PCR 검사결과 음성이 나오면서 올림픽 축구 해설위원으로 합류할 수 있게 됐다.

최용수 해설위원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당시 "옛날 미국전의 저를 보는 것 같네요", "저런 심판은 월드컵에 못 갑니다"같은 솔직하고도 구수한 어록들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최용수 해설위원은 도쿄 올림픽에서도 '해외 축구 전문가' 장지현 해설위원과 함께 한국 경기를 책임질 예정이다.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의 도전에 최용수 해설위원이 또 어떤 어록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할지 주목된다.

SBS는 지난 3월 10여 년간 월드컵과 올림픽을 비롯한 A매치 축구 중계를 도맡아 오던 간판 아나운서 배성재가 프리를 선언하며 퇴사했다. SBS는 조정석 아나운서가 지난 러시아 월드컵부터 축구중계를 맡아 왔지만 당장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 메인 캐스터를 맡기엔 중계경험과 관록이 다소 부족하다. 결국 SBS는 프리로 활동 중인 배성재 캐스터를 다시 불러 들여 도쿄 올림픽 중계를 맡기기로 했다.

배성재 캐스터는 이미 지난 아시안게임부터 최용수-장지현 해설위원과 중계를 했던 경험이 있어 호흡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퇴사 후 K리그와 유로 2020의 중계를 했기 때문에 중계 감각에 대한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SBS 직원이 아닌 프리 아나운서로 첫 올림픽 중계에 참가하는 배성재 캐스터는 도쿄 올림픽에서 축구뿐 아니라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 해설위원과 유도, '윙크보이' 이용대 해설위원과 배드민턴 중계도 맡아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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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중계경쟁 여홍철 안정환 배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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