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편견 유무 논란이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한부모에 대한 인식개선 내용도 점점 달라졌다. 1998년도 IMF로 대규모 실업사태가 벌어지면서 늘어난 이혼률에 대한 여성단체들의 인식개선은 편모, 결손가정에 대한 용어를 '한부모'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이후 모자복지법이 한부모가족지원법으로 바뀌면서 혼자서도 당당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한부모가족 지원에 대한 서비스전달체계를 생활시설에서 이용시설로 전환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다.

급기야 한부모당사자 단체들의 노력으로 2018년 한부모가족의 날이 제정되면서 이혼가족 뿐만 아니라 사별과 조손가족 그리고 미혼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대하였다. 현재 한국한부모연합은 다양한 가족에 대한 자율적 가족구성권을 요구하며 2020년도에는 TV드라마, 유튜브 등에 등장하는 한부모 이미지 고착의 문제점을 토론회를 통해 드러냈고, 2021년도에는 건강가정기본법에 혼인·혈연·입양으로 정의된 가족정의 삭제 및 가족해체 예방이라는 규정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4월에는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씨의 '슈돌' 출연을 응원하며 비혼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도 KBS정문 앞에서 가진 바 있다.

내가 이혼한 2001년도엔 이혼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시대가 분명 아니었다. 이혼에 N개의 이유가 있었지만 왠지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남편은 뭐하세요?'라는 질문에서 고개를 떨구던 시절이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을 생계부양자로 대우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부터였다. 노동의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한 가구를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임금으로 고단한 삶을 살았다. 싱글맘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하지 못했고 여성들의 일자리도 지금 만큼 다양하지 못했던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 연예인들도 결혼을 하면 활동을 중단했고, 이혼을 하고 다시 연예인으로 복귀하면 갖은 비난과 함께 생계형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윤여정의 인터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윤여정이 이혼 후 복귀해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은 이유를 4월 29일 방송된 KBS 1TV <다큐 인사이트 다큐멘터리 윤여정>에서 동료 배우들이 말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이혼 그리고 그 이혼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양하다. 이혼한 연예인들의 재회를 다뤘던 2020년 11월 20일~2021년 2월 15일 방송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방송자체의 아슬아슬했던 장면들로 인해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내가 키운다>의 한 장면.

<내가 키운다>의 한 장면. ⓒ JTBC

 
한편 지난 7월 9일 방송된 JTBC <내가 키운다>는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된 연예인들을 등장시키면서 '이혼'을 당당히 예능 콘텐츠로 가져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혼 속에서 아이들을 지켜내고자 했던 양육자들의 굳은 의지와 그러한 바람대로 커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지난 시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함께 울고 웃었다. 

급기야 7월 11일 MBN의 <돌싱글즈>는 8명의 돌싱들이 만나 합숙을 한다. 룰은 단 하나 '사랑에 빠지기'.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가장 많이 공감을 한 것은 만나자마자 몇 년차인지 물어 보는 것이었다. 이혼 몇 년차인지, 협의 이혼인지 소송 이혼인지...마치 한부모단체에 상담 오시는 분들을 만날 때 우리가 나누던 이야기와 너무 흡사했다. 아직 젊은 30대 전후반 남녀들에게 이혼은 무엇이었으며 또 그들에게 다시 사랑하는 일은 가능할까? <뉴시스> 보도를 보면 <돌싱글즈>의 박선혜 PD는 연출 의도에 대해 "이혼 인구에 대한 시선, 더 넓게는 한부모 가정이나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아직도 이 프로에서 공개되지 않은 자녀 유무는 이들의 연애감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JTBC <내가 키운다>에서는 여성들이 주양육자로 나온다. 배우 조윤희-이로아 가족과 개그우먼 김현숙-김하민 가족, 방송인 김나영-최신우-최이준 가족이 나오지만 요즘 들어 남성들이 주 양육자인 경우도 많다. 통계는 없지만 남성들이 주양육자인 경우에 있어 부양육자인 여성에게 양육비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는 또 다른 사회적 현상일 것이다. 과거, 남성들이 주 양육자인 경우엔 생모를 아이 키울 수 없는 여성으로 낙인찍으며 분리했다면 요즘엔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남성한부모들에게 양육비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가족'에 대한 정상성은 공고하다. 그럼에도 방송매체 그중에서도 예능은 그들이 정상가족의 삶과 다름없이 화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이혼 후 새로운 사랑을 꿈꿀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살려고 이혼했다"는 김구라는 '이혼은 행복하려는 게 아니라 덜 불행하려고 하는 거다' 라고 한다. 연예인들의 이러한 커밍아웃을 바라보며 한부모들은 정작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들 몹시도 궁금해 한다. 또 이혼했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 즉 "좀 참지 그랬어..." 그리고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20년 전 세월을 넘어 지금도 어김없다는 걸 알았다. 열심히 사는 이유에 대해 한 번 이혼했다는 것을 만회하려는 것이라는 말에 또 다시 무너졌다.

포복절도를 예상했지만 눈물바다가 된 예능프로 JTBC <내가 키운다>와 MBN의 <돌싱글즈>. 예능은 예능일 것이다. 예능은 사회 변화는커녕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나마 있는 그대로를 반영한다면 그것만으로 족할 것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마저도 반영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많은 부부가 이혼하고 가장 힘든 것은 주거문제 즉 아이들과 거주할 집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돌봄과 생계를 병행해야 하는 한부모들의 부양육자 양육비소송은 형사소송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여성들의 괜찮은 일자리도 많아져야 한다. 8시간 노동 후 대면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싱글맘은 많지 않다.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것은 가장 낮은 자리일 필요는 없지만 가장 낮은 자리를 염두에 두지 않은 사회상 반영은 너무도 공허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오진방씨는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입니다.
#비정상가족은없다 #한국한부모연합 #건강가정기본법개정 #내가키운다 #돌싱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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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혼자 키우며 여성으로 한부모 가장으로 아직도 우리사회에 많은 차별과 편견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철학과 종교학 그리고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한부모로 바라본 세상은 아직도 힘들고 어렵습니다. 이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노동권과 주거권, 돌봄권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가족에게도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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