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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편집자말]
퇴근 후, 아기를 재워 두고 소담한 시간을 갖던 중에 일이었다. 아기 엄마가 옥상에 '흔들 그네 의자'를 사서 두고 싶다고 말했다. 옥상과 테라스를 아기를 위해 정성껏 꾸미는 아내의 마음을 알기에, 흔쾌히 동의했다.

아내는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만 사는 터라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만약 반대한다 손쳐도 마음을 바꿀 사람이 아니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왕 이리 된 거, 쿨한 아빠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아내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그리고 며칠쯤 지났을까? 업무를 하고 있는 도중에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를 열었다. 아내가 드디어 지난한 검색과 가격 비교의 끝에 의자를 구매한 모양이었다. '그래, 드디어 샀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려는데 금액이 눈에 들어왔다.

'고객님의 카드로 30만 원이 결제되었습니다.'
'가만 보자 조립식인데 30만 원이라... 그래그래 의자가 30만 원 정도 할 만하니까 하겠지... 옥상 의자인데 그리고 철제라는데... 그리고 3인용이라는데 아기가 쓸 건데... 아기 엄마와 아기가 앉아 놀 건데...'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애써 웃어넘겼다. 평온한 일상을 지내다 3~4일쯤 지났을까? 퇴근길에 엄청 큰 택배가 와 있었다. 뜯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문제의 그 의자가 분명했다. 이번 주말에 씨름해야 할 상대가 비로소 정해졌다. 퇴로는 없다. 그냥 설치하는 방법뿐이었다.

들어보니 엄청 무거웠다. 낑낑거리며 옥상에 가져가서 박스를 개봉했다. 일일이 다 조립해야 하는 친절한(?) 흔들의자였다. 뜨거운 태양이 허둥대며 의자를 조립하는 필자를 쫒아다니며 위로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갖다대 보고 조았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야 의자가 비로소 완성되었다. 
 
아기를 위해 실제로 아기 엄마가 구입한 의자
▲ 의자 아기를 위해 실제로 아기 엄마가 구입한 의자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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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이후에도 아기가 앉아서 집중을 해야 하니 여기저기 달아줄 인형과 볼거리 그리고 교체를 해주어야 하니 관련된 다양한 물건들을 구매하고 혹 이제 앉기 시작한 아기가 불편할까 쿠션도 깔아 두는 등 정성을 보였다. 의자에 앉을 때는 아기의 필수품인 모기 퇴치 도구들을 당연히 가져가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아내는 잊은 듯했다.

흔들의자를 설치하고 보니 낮에는 아기를 데리고 나가서 의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막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웠다. 아기가 잠을 자지 않는다면 해가 떨어지고 난 뒤인 오후 7시 정도를 전후로 잠시 나가서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비가 오면 지붕을 걷고 다시 쳐야 해서 의자를 이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비는 그렇다 치자. 추워지면 아기를 데리고 나오기 힘들 것 같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내가 이상(?)했다. 근데 이 의자를 아내가 대하고 관리하는 정성이 심상치 않았다. 문득 아내가 다른 이유와 생각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혹시 의자를 들이게 된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뒤이어 돌아온 아내의 답은 사진 한 장으로 갈음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옥상에서 가끔 야경과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눌 때가 있었다. 가끔씩 보이는 별과 하루하루 옷을 갈아입는 달을 보았다. 그러다가 두어 번 하늘에 별똥별이 내리는 것을 보았다. 아기 엄마는 이 순간이 많이 특별했단다. 이 순간을 아기와도 공유하고 싶었던 거였다.
 
엄마가 아기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별똥별
▲ 별똥별 엄마가 아기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별똥별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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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어느 날 포착하기 쉽지 않다는 별똥별 사진을 부부는 우연히도 찍었다. 게다가 핸드폰 카메라로 말이다. 저 순간이 한 번이 아니었는데 그 이후의 도전에서는 별똥별을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

아내는 탁 트인 야경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과 하늘에서 혹시 모르게 떨어질 저 별똥별처럼 예쁜 기억들을 아기의 기억 속에 하나하나 쌓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말 못 하는 9개월짜리 아기의 기억이 아니라 아기의 무의식에 정성스럽게 채워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아기 엄마의 그 어찌 보면 부질없고 번거로워 보이던 한결같은 정성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얼리어답터 감성적인 엄마'라는 별명은 두고두고 봐도 참 잘 지은 것 같았다. 아기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들이 이런 것들이었다니 그 걸 몰라보았던 아빠로서 진정 반성이 일었다.
 
아기의 시선으로 본 실제 야경
▲ 야경 아기의 시선으로 본 실제 야경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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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기 엄마와 여건이 허락된다면 매일 보는 야경이다. 아기의 시선에서 보게 될 장면이다. 물론 낮에는 평범한 풍경이겠지만 밤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아기 엄마는 달이 뜨면 달을 가리키며 달의 모습을 알려주고 혹시 별이 뜬다면 하늘의 별을 아기에게 헤아려 줄 것이다. 아기 엄마는 그렇게 하고 싶어 의자에 그토록 공을 들인 것이다. 비단 아기 엄마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이제는 아기에게도 둘도 없는 추억이 하나 더 생기는 순간이었다.
 
실제 아기가 그네에 앉아서 내려다 보면 보일 풍경
▲ 그네에서 실제 아기가 그네에 앉아서 내려다 보면 보일 풍경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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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비가 와서 그네 의자를 분해해 두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내에게 독촉 문자가 왔다. 분명 아기 낳기 전까지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내가 알던 아내는 아니다.

이곳 부산에서도 오는 25일,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앞두고 있다. 지금보다 부모님들에게는 힘든 난관들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저려온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모님들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기들에게 별을 헤아려 주고 계실 모든 부모님들께 예쁜 별똥별을 닮은 감사와 존경 그리고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추후에 필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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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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