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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아침 출근길, 주말에 주문이 들어온 택배를 당연히(?) 가지고 나왔다. 아내는 종종 아기 용품을 정리해 판매하는 중고거래를 한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주문이 더 들어오는 듯하다. 어랏, 그런데 항상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버스가 늦게 오는 것이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이윽고 도착한 버스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마음이 급해 허둥지둥 대던 나는 환승을 찍지 못했다.

후에야 알았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음을... 
 
출근길에 택배를 친환경 봉투에 넣어 가지고 나오는 모습
▲ 택배 보내기 전 출근길에 택배를 친환경 봉투에 넣어 가지고 나오는 모습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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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받은 주문은 두 건, 아침에 출근길 근처의 편의점에서 부칠 요량이었다. 익숙한 루틴으로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는 내내 시간에 쫓겼다. 지각은 아니더라도 원래 출근하는 시간에 출근하지 않으면 무언가 하루가 잘 못 끼워진 단추처럼 망가진다고 여기는 필자에게 출근 시간은 중요했다. 다행히 원하는 시간에 이 택배들만 부치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인 정보로 인해 일부를 가린 것을 양해 부탁드린다.
▲ 택배의 송장 개인 정보로 인해 일부를 가린 것을 양해 부탁드린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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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를 보내려 무인기 앞에 섰다. 아내가 보내준 송장 번호를 확인했다. 맙소사. 두 개가 다 '반값 택배'였다. 아내에게 부끄러워 말을 하지 못했지만 반값 택배는 늘 보낼 때마다 헤맸다.

반값 택배는 편의점에서 편의점으로 가는 택배인데 편의점 브랜드마다 시스템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어찌어찌 접수를 하고 어느 날들처럼 혹여라도 다칠까 '깊숙하고도 조심스럽게' 택배를 모아 둔 곳에 넣어 두고 계산을 하려는데 점원께서 말씀하셨다.

"고객님, 반값 택배는 카운터로 가져와 주셔야 하는데요?"
"아 맞다. 깜박했네요. 죄송합니다. 가져다 드릴게요."


오늘따라 유달리 깊디깊은 택배함을 다시 뒤져 택배를 찾아 카운터에 맡기고 출근하는 길, 냅다 뛰었다. 그리고 그 아침이 엉망이었음은 안(?) 비밀이다. 그렇게 하루와 한 주가 대환장 파티로 엉망진창이자 얼렁뚱땅 시작되었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어서야 아내에게 송장을 보냈다. 아내는 택배를 기다릴 엄마들에게 송장을 미리 보내 안심(?)을 시켜주곤 하기 때문이었다.

으레 답장이 올 줄 알았다. 항상 그러던 것처럼. 오늘따라 버스도 아내의 메시지도 늦었다.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아기와 하루를 함께 보내느라 바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늦었어도 아침 출근길에 반값 택배를 두 개씩이나 처리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들었다. 책상 한 편에 놓인 두 개의 송장이 그렇게 꿈나라 왕복 여행 티켓처럼 보이던 그쯤에 아내에게 메시지가 왔다.

"여보. 큰일 났어요. 택배가 바뀌었어요."
"엥? 뭐라고? 택배가 바뀌었다고요? 아니겠지요. 다시 확인해 보세요."


이런 사고가 처음이었다. 아내도 나에게 택배를 맡길 때마다 이런 사고가 없었기에 따로 조심하라는 말을 하지 않고 택배를 건넨 거였다. 돌이켜봐도 두 개 말고 대여섯 개를 부칠 때도 이런 사고는 없었다. 말 그대로 사고였다. 그것도 대형 사고다. 

처음에는 다 그렇다. 현실 부정을 한다. 

'그럴 리가 없다.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하지만 자기 위로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내의 재촉 메시지들이 연달아 도착해서 피고(?)의 각성을 재차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냅다 뛰어서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다행히 택배는 출발하지 않고 카운터에 있었다. 

오늘따라 '쿵쾅쿵쾅'을 반복했었을 요동치던 심장이 그제야 더디 뛰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이대로 택배가 출발했더라면 아침 일찍 택배를 보내주려던 아내의 배려와 내 노력이 오늘 아침 사용한 아기 기저귀와 함께 종량제 봉투에 버려질 뻔했기 때문이다.

퇴근길에 재킷 안에 있던 두 개의 송장을 다시 꺼내 보았다. 아기 용품이라 물품 가액과 중량, 그리고 반값 택배라 가격 등이 비슷했다. 잠시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실수할 수도 있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아내 생각이 났다. 아기 엄마가 주말 내내 이 상품들을 꼼꼼히 세탁하고 말리고 개서 포장하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주말에 아기에게 '물건들을 잘 보내줘. 안녕...' 하면서 함께 인사하던 기억도 났다.

아내는 지금까지 출산 전후 입덧, 젖몸살, 산후 우울증, 등등... 보고 듣고 겪어 보지 못한 많은 통증들을 참아내고 이겨내었다. 아기가 11kg 가까이 되는 9개월에 접어들면서 쌀 1포대의 무게에 달하는 아기를 하루에도 수없이 둘러메고 업거나 안아주었다.

집 안에서 말고도 아기를 보듬고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아기에게 집 밖의 풍경을 담아주려 애쓴다. 곁에서 보는 아내의 모습은 내가 알던 보통 여자이던 아내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아내가 위대해 보이는 요즘임을 고백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초인적인 모습으로 아내는 이 시대를 정면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그랬다. 아내는 아기가 태어나고 초능력을 얻었는지 원더 우먼(?)이 되었다. 살림도 힘들 텐데 주중에 육아하면서도 아기에게 시기에 맞는 물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며 시기가 지난 상품들은 정성스레 사진을 찍고 아기 엄마들과 연락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그 금액으로 게다가 아기에게 필요한 창의적인(?) 용품들을 검색해서 직구까지 단행했다.

비단 아기 엄마뿐만이 아니다. 부부가 수없이 받고 보낸 택배에는 수많은 원더 우먼들이 있었다. 살림은 물론 아기 양육을 하면서도 아기에게 필요한 것을 제때 알뜰하게 하나라도 챙겨주려 하는 아기 엄마들의 원더 우먼 같은 마음들이 있었다. 

고백하건대, 오늘 대형사고를 칠 법한 본인은 슈퍼맨이 아니었다. 아내가 주문한 설명서 없는 장난감을 조립한다고 기를 쓰다 시간을 보내고 육아를 도울 때마다 아내가 아기 용품을 찾아달라고 하거나 오래 아기를 봐달라고 하면 그때마다 헤매기 일쑤였다. 문득 아기와 아기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가 원더 우먼이라면 나는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 오늘처럼 이런 일들도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9개월을 접어드는 아기가 시기에 맞게 필요한 게 달라지고 많아지는 요즈음은 더욱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다짐이 일었다. 집에 가는 길, 원더 우먼이 집 근처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아기 띠로 아기를 안은 채의 당당한 모습으로.

"여보 나는 당신이 참 대단한 거 같아. 원더 우먼이야... 원더우먼."
"아니에요. SNS나 맘 카페에 보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저보다 더 대단한 엄마분들이 많아서 볼 때마다 위축되는데요 뭘."


오늘도 사랑으로 아기를 양육하고 계실 이 시대 슈퍼 맨과 원더 우먼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꼭 필자처럼 슈퍼맨이 아닐지라도 노력하고 계시는 아빠라면 다들 이 시대의 슈퍼맨이라고 꼭 말씀을 드리고 싶다. 

코로나 4단계 격상으로 양육에 더 어려움을 겪을 시점에, 단단해진 원더 우먼의 모습으로 육아를 하며 이 시기를 이겨내고 계실 모든 아기 엄마들과 슈퍼맨들께 '번개 배송의 반값 택배'에 담은 응원과 위로를 보낸다.  

박미라 작가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책의 문구를 이 시대의 진정한 슈퍼맨과 원더우먼이신 아기들의 모든 부모님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서툴고 좀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아이를 염려하는 만큼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해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필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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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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