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코트 위에 드러누워 우승의 감격을 누리기 시작한 노박 조코비치는 이번에도 잔디 맛을 본 뒤 성큼성큼 관중석을 지나 플레이어 박스에 가서 코칭 스태프 셋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세계 4대 테니스대회를 일컫는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스무 번이나 가져올 수 있는 힘은 바로 그들로부터 나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여섯 번째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받아든 노박 조코비치는 호주 오픈 9회, 롤랑 가로스 2회, US 오픈 3회 우승 기록을 묶어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나란히 그랜드 슬램 20회 우승 트로피를 보유하게 됐다. 2015년 윔블던 우승부터 시작하여 2016년 롤랑 가로스 우승에 이르기까지 메이저 대회 4연속 우승 기록을 세우던 기세가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노박 조코비치의 시대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남자 프로테니스 부동의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우리 시각으로 11일 오후 10시 10분 런던에 있는 올잉글랜드 론 테니스클럽 센터코트에서 벌어진 2021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마테오 베레티니(9위, 이탈리아)를 3시간 24분만에 3-1(6-7, 6-4, 6-4, 6-3)로 물리치고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 트로피를 가장 높게 들어올렸다. 지난 해 코로나-19로 취소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대회 3회 연속 우승, 대회 통산 6회 우승, 그랜드 슬램 20회 우승의 위업을 이룬 것이다.

조코비치의 놀라운 크로스 앵글샷

이 결승전이 끝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EURO(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20 결승전에 이탈리아가 올라와 홈 그라운드의 잉글랜드와 만나게 되었기 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윔블던 결승전에 올라온 마테오 베레티니에게 기대를 거는 팬들이 많았고 실제로 센터 코트 관중석에는 이탈리아 남자축구대표팀의 유니폼도 눈에 띄었다. 

테니스에서 축구로 이어지는 결승전 빅 이벤트 덕분에 더 주목을 받게 된 마테오 베레티니는 정말로 첫 세트를 먼저 따내며 많은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조코비치를 압도한 빠른 서브가 인상적이었고 스트로크 싸움에서도 좀처럼 주눅들지 않았다. 첫 세트 아홉 번째 게임이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이었지만 마테오 베레티니는 절묘한 포핸드 다운 더 라인 발리를 성공시키며 4-5로 결정적인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냈다.

그리고 이어진 타이 브레이크에서도 마테오 베레티니의 기세는 런던 하늘을 찔렀다. 조코비치의 포핸드 서브 리턴 실수를 이끌어내며 3-0으로 달아난 베레티니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포핸드 스트로크를 성공시켰고 세트 포인트는 예상대로 서브 에이스로 따냈다. 70분 11초나 걸린 첫 세트는 그렇게 베레티니의 것이었다.

그러나 노박 조코비치는 여기서 흔들리지 않았다. 2세트 첫 게임부터 베레티니의 서브 게임을 잡아내며 대역전 드라마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홉 번째 게임을 통해 다섯 포인트를 연속으로 따낸 베레티니가 게임 스코어 4-5까지 따라붙었지만 조코비치는 바로 이어진 자기 서브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끝내 2세트를 자신의 것으로 돌려놓았다. 

결승전 가장 놀라운 순간은 4세트 여섯 번째 게임에서 나왔다. 베레티니가 첫 세트처럼 흐름을 휘어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조코비치는 네트를 살짝 넘어와 떨어지는 공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달려와 기막힌 포핸드 크로스 앵글샷을 코트 반대편에 뿌렸다. 이 포인트를 빼앗겼을 경우 베레티니에게 2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내주는 상황이었지만 조코비치는 저절로 기립박수를 치게 되는 포핸드 크로스 각도를 만들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중요한 갈림길에서 중심을 잡은 노박 조코비치는 끝내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잡았고 침착한 스트로크 싸움을 걸어 깎아치기로 대응했다. 결승전 마침표는 베레티니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는 순간 찍혔다. 이로써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20번이나 차지한 노박 조코비치는 이 상승세를 몰아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 클레이 코트의 절대 강자 라파엘 나달을 뛰어넘는 일만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US 오픈 남자단식은 이들 세 선수에게 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2021 윔블던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 결과(11일 오후 10시 10분, 올잉글랜드 론 테니스클럽)

노박 조코비치 3-1(6-7 TB 4-7, 6-4, 6-4, 6-3) 마테오 베레티니

◇ 결승전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노박 조코비치 5개, 마테오 베레티니 16개
더블 폴트 : 노박 조코비치 4개, 마테오 베레티니 3개
첫 서브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61%(75/122), 마테오 베레티니 59%(91/154)
첫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 79%(59/75), 마테오 베레티니 76%(69/91)
세컨드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 53%(25/47), 마테오 베레티니 38%(24/63)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71%(34/48), 마테오 베레티니 62%(24/39)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40%(6/15), 마테오 베레티니 29%(2/7)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40%(61/154), 마테오 베레티니 31%(38/122)
위너 : 노박 조코비치 31개, 마테오 베레티니 57개
언포스드 에러 : 노박 조코비치 21개, 마테오 베레티니 48개
뛴 거리 : 노박 조코비치 6157.2미터, 마테오 베레티니 5865.4미터
첫 서브 평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185km/h, 마테오 베레티니 203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141km/h, 마테오 베레티니 173km/h
서브 최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199km/h, 마테오 베레티니 222km/h

노박 조코비치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 20회 목록
호주 오픈 : 2008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5년, 2016년, 2019년, 2020년, 2021년 9회 우승
롤랑 가로스 : 2016년, 2021년 2회 우승
윔블던 : 2011년, 2014년, 2015년, 2018년, 2019년, 2021년 6회 우승
US 오픈 : 2011년, 2015년, 2018년 3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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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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