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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사진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시절의 모습.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사진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시절의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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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청와대 청년비서관으로 임명된 것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만 25세 청년이 1급 상당인 공무원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박 청년비서관 임명을 옹호하는 측은 '문제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청년비서관은 지난 2018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입당 후 전국대학생위원회에서 활동했고, 2019년에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청년대변인으로 발탁돼 이후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지냈다. 때문에 '청년'비서관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본다.

반면, 박 청년비서관 임명을 반대하는 측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는 '박성민 청년비서관 해임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공무원이라는 체계가 계급체계인 만큼 한 급수씩 올라갈 때마다 상당히 긴 시간과 노력,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박 청년비서관 임명을 비판했다.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은 불공정할까?

박성민 청년비서관의 해임과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박탈감닷컴(박탈감.com)'까지 등장했다. 박탈감닷컴에는 "SKY 재학생이 5급인 행정고시를 도전할 때 보통 3년 이상을 공부한다"라며 취업 활동도 없이 정당 활동만으로 고위직 자리에 오른 박 청년비서관을 꼬집는다.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이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에 일부 공감한다. 그러나 청년비서관 자리와 5급, 9급 공무원을 비교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청년비서관이 고위직 공무원 자리이지만 어디까지나 정무직 비서관, 임명직이며 정년이 보장된 5급·9급 공무원과 달리 언제 해임될지 모르는 자리다. 따라서 단순히 두 자리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청년'비서관 자리가 정부가 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청년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만든 자리인 만큼 이 자리에는 청년이 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만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27세에 외무장관이 됐고 31세에 총리가 됐다. 외국의 청년정치인들은 당의 지원 아래 '정치인'으로 성장한다. 선거 때만 되면 외부인사를 영입하기 바빠 당내 청년정치인들을 양성하지 않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대학생위원회에서 시작해 최고위원까지 오른 박 청년비서관이 적임자일지도 모른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임명 시기와 박 전 최고위원의 활동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 이후 발표한 깜짝 인선이라 '쇼'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9월 최고위원으로 발탁돼 6개월 남짓의 활동이 청년비서관 자리에 오를 만큼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는 차차 검증하면 될 일이다. 결과물로 판단해도 늦지 않다.

정치인이 되는 데 '조건'이 필요 없는 이유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열린 제1차 4.7 재보선기획단 회의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박성민 청년비서관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열린 제1차 4.7 재보선기획단 회의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박성민 청년비서관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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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젊은 세대는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2~3년씩 수험생활을 한다"라면서 선출직에 출마할 정치인에게 '자격시험'을 보겠다고 말해 '정치인 자격시험'이 이슈가 됐다. 이번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을 5급 공무원과 비교한 것이나 "정당 활동 외 별다른 취업 활동도 없어"라고 비판한 여론은 역시 '정치인 자격시험'의 연장선이다.

학벌과 취업 경험 없이도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과정은 불공정해 보일 수 있다. 정치인은 왜 다른 직장과 달리 아무런 자격시험이 없을까? 우린 대의제를 채택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성별, 연령별, 직종별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야 하는 의회에 시험이라는 자격을 둔다면 저소득층, 장애인, 노동자, 청년, 노인은 정치라는 무대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치인이 되기 위한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정치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대신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 표를 획득해야만 한다. 이처럼 정치인 자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청년'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되려면 당적을 두는 게 낫다. 당적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지만 당적을 두는 것이 여러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입당하면 당내 활동을 해야 한다. 거의 모든 정당에는 대학생/청년위원회가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청년위원회에는 예산도 인사권도 없는 유명무실한 기구에 불과하지만 '열심히' 활동한다면 당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구의원 같은 기초의원 인사권은 지역구 국회의원 또는 지역위원장의 입김에 주로 좌우된다. 따라서 기초의원부터 성장해보고 싶다면 동네 지역위원회 활동도 하면서 이분들 눈에 '잘' 띄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흔히 부모님들이 이야기하는 정치의 더러움과 비열함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정치의 환멸을 느꼈지만, 여전히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면 당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친구들과 함께 2017년 청년정당 미래당을 창당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간혹 당에서 공개 모집하는 '(청년)대변인'에 지원해 발탁되는 방법도 있다. 정치인 친구를 둔 부모님 '빽'으로 당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겠다. 하지만 난 이런 경험이 없어 이 부분에 대한 방법은 생략한다.

청년들의 의회 진출의 장벽이라면 출마 비용일 것이다. 제일 작은 선거 단위인 기초의원 출마도 수천만 원의 선거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낙선하더라도 15% 이상 득표했다면 선거비용은 전액 환불받을 수 있으며, 특히 거대정당에서 출마한다면 돌려받을 확률은 높아진다. 미래당의 경우 이러한 장벽을 허물기 위해 내년에 출마하는 청년 후보에게 올해 4월부터 '정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고 내년 선거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돈이라는 장벽이 있긴 하지만 이 마저도 잘 찾아보면 해결할 방법은 존재한다.

대부분 우리가 흔히 이름 들어본 '청년'정치인들 가운데 당내에서 성장한 정치인들은 이런 과정을 거쳤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박성민 청년비서관을 비롯해 장경태 민주당 의원,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위의 길을 걸은 정치인이다.
   
학력·취업 경험도 불필요한 정치인, 다 같이 도전합시다   
 
미래당이 지난 2017년 3월 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창당대회를 연 모습.
 미래당이 지난 2017년 3월 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창당대회를 연 모습.
ⓒ 미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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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영역에서 '청년'은 블루오션이다. 요즘처럼 모든 정당에서 '청년'을 찾는 때는 흔치 않다. 분노한 어느 청년의 말처럼 5~9급 공무원이 되는데도 2~3년이 걸린다. 경쟁률도 높다. 지난해 서울시 7급 공무원 경쟁률은 79.1대 1이었고, 일반행정 7급 경쟁률은 86.4대 1이었다. 

반면 기초의원인 구의원 선거는 높아야 5:1, 3:1이다. 거대정당에서 공천만 받는다면 기초의원은 따 놓은 당상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구의원은 연봉이 5000만 원에 달한다. 급수는 없지만 4~5급에 준한다. 기초의원도 제법 높은 자리임에도 학력, 취업 경험, 자격증 등의 조건 없이 만 25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출마가 가능하다.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청년이든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청년이든 간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다. 사회는 공정하지 않으며, 일자리와 부는 기성세대가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공정과 분배를 주로 다뤄야 하는 정치는 '50대 이상의 남성'이 쥐고 있다. 나는 이들과 정치의 영역에서 청년들이 싸워야만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침 내년 지방선거가 1년 남았고, 정치권에서는 '청년'을 찾고 있다.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서 우리도 정치를 해보는 게 어떨까.
 
이성윤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이성윤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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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서른을 앞둔 지금은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박성민, #청년비서관, #이성윤, #미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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