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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섬진강에서 카누 무료 체험을 하는 관광객들.
 전북 순창군 섬진강에서 카누 무료 체험을 하는 관광객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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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토요일 오후, 섬진강 물줄기 따라서 카누를 저었고, 채계산 산자락 따라서 스쿠터를 몰았고, 박남재 화백의 작품 따라서 감성을 깨웠다.

서울의 삶을 접고 전북 순창에 정착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조금씩 순창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순창은 개발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새내기 순창군민이 소개하는 순창 여행 첫 번째다.

전북 순창군은 인구 3만이 안 되는 조그만 시골 농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인구는 2만 7810명이다. 순창군은 전라북도의 맨 아래 위치하며 전라남도와 경계를 이룬다. 동북쪽으로 전북 임실군, 서북쪽으로 전북 정읍시, 서남쪽으로 전남 담양군, 남쪽으로 전남 곡성군, 동쪽으로 전북 남원시와 각각 경계를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전라남북도의 중앙에 해당한다.

눈부신 태양에 반짝이는 섬진강에서 카누를

오후 12시 무렵 순창군 유등면 '순창나루터권역'에 도착했다. 나루터권역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한식 뷔페에서 6000원으로 맛있는 점심을 해결했다(물가상승 탓에 7월 1일부터 부득이 7000원으로 인상 예정).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문을 못 열었던 '섬진강 수상레저기구 체험교실'이 2년 만에 개장하는 날, 오후 1시가 지나자 많은 관광객이 카누 체험장에 몰려들었다. 가족 단위로 순창군 밖에서 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전주에서 11살 아들과 함께 온 부부는 "지인이 카누 체험을 알려줘서 일부러 순창을 찾았는데 섬진강이 참 멋지다"며 "카누 체험을 마치고 채계산 출렁다리도 둘러볼 계획"이라고 밝게 웃었다.

나도 안전교육을 받고 구명조끼를 착용한 후 카누 체험을 했다. 몰려든 인파 탓에 준비된 플라스틱 카누가 동이 났다. 나와 지인은 중심 잡기가 어려운 기다란 나무 카누를 타는 특별 체험을 했다. 카누는 2인 1조로 탑승했다. 어린 자녀(14세 미만)를 데리고 온 부모는 3명이 함께 탔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오르내리며 접한 풍경은 선착장에서 보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깎아지른 절벽을 비스듬히 비켜가기도 하고, 느릿느릿 물의 흐름에 카누를 맡긴 채 관광객들과 선상 대화도 나눴다.

눈부신 태양에 반짝이는 섬진강, 병풍처럼 물줄기를 감아 도는 산과 숲까지. 관광객들은 모처럼 코로나를 잊은 채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즐겼다.

순창나루터권역의 수상레저기구체험교실은 오는 10월 말까지 순창군 유등면 화탄마을 앞 섬진강변에서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다.

높이 90m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자연의 광활함
 
길이 270m, 가장 높은 곳 90m인 채계산 출렁다리. 산과 산을 이었다.
 길이 270m, 가장 높은 곳 90m인 채계산 출렁다리. 산과 산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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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 체험을 끝내고 채계산으로 향했다. 순창나루터권역에서 채계산까지는 7km가 조금 넘는다. 채계산에는, 다리 중간에 기둥이 하나도 없는 현수교가 산과 산을 가로지르고 있다. 출렁다리의 길이는 270m, 가장 높은 곳이 90m에 달한다. 산과 산을 이은 덕분에 출렁다리를 거닐면 양 옆으로 펼쳐진 자연의 광활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어른 중에는 간혹 비명을 지르며 무서워하는 이가 있었다. 반면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한 어린이는 "하나도 안 무섭다"면서 해맑게 웃었다.

채계산 주차장 한쪽, "아름다운 적성들녘을 가족, 연인과 함께"라는 문구가 걸린 '전동스쿠터 대여 부스'가 있었다. 스쿠터는 금·토·일 3일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전면허증을 맡기면 누구든 무료로 탈 수 있다.
 
서동현(10)·서우현(6) 형제를 데리고 전주에서 온 부부는 “지인이 채계산에 가보라고 권해서 순창에 왔다”며 “출렁다리에 올라서 멋진 풍경도 보고 스쿠터도 타니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동현(10)·서우현(6) 형제를 데리고 전주에서 온 부부는 “지인이 채계산에 가보라고 권해서 순창에 왔다”며 “출렁다리에 올라서 멋진 풍경도 보고 스쿠터도 타니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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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현(10)·서우현(6) 형제를 데리고 전주에서 온 부부는 "지인이 채계산에 가보라고 권해서 순창에 왔다"며 "출렁다리에 올라서 멋진 풍경도 보고 스쿠터도 타니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스쿠터를 몰아 논이 펼쳐지고 산이 휘돌고 섬진강이 굽이치는,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고즈넉한 풍경의 뚝방길을 달려 섬진강미술관으로 향했다. 채계산 입구에서 미술관까지는 3km 남짓 거리. 미술관은 나지막한 산 중턱에 자리했다. 미술관 입구에 서니 섬진강의 물결이 한눈에 들어왔다. 푸른 하늘 아래 아스라이 겹쳐진 산 그림자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한국 미술의 거장 고 박남재 화백 회고록
 
섬진강미술관에서는 ‘한국 미술의 거장 고 박남재 화백 회고록 전’이 연말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 사이, 어느 사진작가가 찍어줬을 법한 커다란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섬진강미술관에서는 ‘한국 미술의 거장 고 박남재 화백 회고록 전’이 연말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 사이, 어느 사진작가가 찍어줬을 법한 커다란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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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는 '한국 미술의 거장 고 박남재 화백 회고록 전'이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열리고 있다. 1929년 순창에서 태어난 박 화백은 구순이 넘은 지난해 12월 11일 작고했다. 박 화백이 작고한 날부터 바로 시작해 올 연말까지 계속되는 회고록 전은 여느 미술 전시회와는 달랐다.

전시장은 박남재 화백의 화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각종 붓들과 물감, 더덕더덕 물감이 얼룩진 팔레트 등은 박 화백이 생전에 사용하던 그대로인 듯했다. 이젤(그림판을 올려놓는 틀) 위에는 그리다 만 그림이 놓여 있었다.

전시된 작품들 사이, 어느 사진작가가 찍어줬을 법한 커다란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붓을 손에 잡고, 모자를 쓰고, 더부룩한 흰 수염의 박 화백은 안경 너머 맑은 눈빛을 반짝였다. 마치 미술관 안에서 살아 있는 표정이었다. 작은 전시 공간에서 마주한 그의 작품은 묵직한 감동을 전해줬다.
 
전시장은 박남재 화백의 화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각종 붓들과 물감, 더덕더덕 물감이 얼룩진 팔레트 등은 박 화백이 생전에 사용하던 그대로인 듯했다,
 전시장은 박남재 화백의 화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각종 붓들과 물감, 더덕더덕 물감이 얼룩진 팔레트 등은 박 화백이 생전에 사용하던 그대로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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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전을 안내한 미술관 직원은 "<붉은산> 작품 같은 경우는 생전에 박 화백께서 수억 원을 준다고 해도 절대 판매하지 않으셨다"면서 "전시 중인 지리산과 들녘, 바다 같은 자연을 담은 작품들에는, 섬진강미술관장으로 재직하며 구순이 넘어서까지 작품 활동을 하시던 박 화백의 혼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섬진강을 건너고 출렁다리를 거닐고 미술관을 둘러보는 데에는 반나절이 안 걸렸다. 더욱이 카누도 출렁다리도 스쿠터도 미술관도 모두 무료였다. 이날 만난 관광객들은 한결같게 순창의 관광지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순창에 갈 곳이 어디 섬진강과 채계산, 섬진강미술관뿐이랴. 순창 여행은 계속된다.
 
미술관 직원은 “<붉은산> 작품 같은 경우는 생전에 박남재 화백께서 수억 원을 준다고 해도 절대 판매하지 않으셨다”고 안내했다.
 미술관 직원은 “<붉은산> 작품 같은 경우는 생전에 박남재 화백께서 수억 원을 준다고 해도 절대 판매하지 않으셨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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