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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장군목에 있는 ‘요강바위’(2021년 6월25일 촬영). 오른쪽 위에 구멍이 보이는 돌이 요강바위다.
 섬진강 장군목에 있는 ‘요강바위’(2021년 6월25일 촬영). 오른쪽 위에 구멍이 보이는 돌이 요강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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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엄청난 호우로 전북 순창군 동계면을 흘러가는 '섬진강 장군목' 일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장군목에는 순창군에서 유명한 '요강바위'가 있다. 현재 요강바위 아래쪽 '장군목 길'에서는 지난해 입은 도로와 하천의 재해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요강바위 옆에 자리한 일명 '거북바위'가 파손됐다는 제보를 듣고 지난달 25일 오후 현장으로 달려갔다. 요강바위에서 불과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거북바위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었다.

한 주민은 "지난해 12월 23일 오전에 거북바위가 파손되는 공사 현장을 목격했다"면서 "일기장에 기록해 놓아서 정확한 날짜를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주민이 작성한 '일기장' 내용이다.

"요강바위 옆 명물 거북바위 완전 훼손. 사건 발생일 2020년 12월 23일 오전 8시 30분. 요강바위와 구름바위와 나란히 한 풍경을 구성하던 거북바위가 포클레인 기사에 의해 사정없이 목이 잘려지며 사라졌다."

이 주민은 "당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라며 순창군청 관계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의 실명을 적어놓았다. 
 
요강바위 부근에 있는 일명 '거북바위'가 공사업체에 의해 파손돼 사라졌다.
 요강바위 부근에 있는 일명 "거북바위"가 공사업체에 의해 파손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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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석 파헤치며 섬진강 훼손 우려

지난달 29일 오후 순창군청에서 만난 담당자는 "도로에서 요강바위까지 놓았던 징검다리 돌들이 지난해 호우로 인해 물살에 쓸려 내려갔는데, 보수 공사를 하면서 징검다리 돌들과 섞여 있던 거북바위를 구분하지 못해 공사업체에서 파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다른 주민은 "재해복구를 한다면서 희소가치가 높은 자연석들을 파헤치며 굳이 섬진강을 훼손해야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창군민들이 장군목의 거북바위 파손을 강하게 비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과거 요강바위 관련해서 큰 사건을 겪었던 데다, 자연석들의 보존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 

요강바위는 높이 2m, 폭 3m, 무게 15톤가량의 커다란 자연석으로 섬진강 장군목에 자리하고 있다. 자연석 한가운데가 둥글게 깊이 파여 마치 요강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성인 남성 두세 명이 선 채로 들어갈 수 있는 요강바위의 구멍은 유구한 세월 동안 물살에 의해 파였다. 요강바위를 포함한 주변의 돌들은 자연의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다.

요강바위에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얽혀 있다. 요강바위 때문에 순창군 전체가 '발칵' 뒤집어진 적도 있다.

1993년 2월, 요강바위가 사라졌다
  
1993년 2월말 요강바위가 도난당하자, 순창군청년회의소가 발행한 홍보물.
 1993년 2월말 요강바위가 도난당하자, 순창군청년회의소가 발행한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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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2월 말경, 요강바위가 사라졌다. '요강바위 도난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순창군청년회의소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었던 김문소 순창인권심리개발원장을 지난달 28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제가 본의 아니게 도난당한 요강바위 수소문부터 원래 위치에 돌려놓는 과정까지 관여했다"면서 요강바위 도난사건이 보도된 오래전 신문기사 첩을 꺼냈다. 순창청년회의소가 당시에 발행한 홍보물은 '순창의 명물, 요강바위를 찾습니다'라고 시작한다.

"요강바위는 오석(검은돌)에 연꽃무늬 자연석으로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등 명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6ㆍ25전쟁 당시에 마을주민이 요강바위에 피신해 목숨을 건진 후부터 마을의 수호신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도난사건으로 깨달은 요강바위의 가치
 
지난해 수해로 ‘요강바위’ 안내 표지판이 파손됐다. 복구하지 못한 채 바닥에 놓여 있다.
 지난해 수해로 ‘요강바위’ 안내 표지판이 파손됐다. 복구하지 못한 채 바닥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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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바위를 보러 가는 길목은 지금도 험난하다. 차량 두 대가 겨우 비켜갈 수 있는 울퉁불퉁 비포장도로가 중간 중간 이어진다. 28년 전 도로는 무척이나 험했을 터. 범인 일행은 요강바위를 실어가기 위해 좁은 도로 폭을 넓히는 한편, 마을 주민들에게 막걸리를 대접하고 친절을 베풀며 접근했다. 범행은 주도면밀하게 이뤄졌다.

김 원장은 "그 당시 청년회의소가 '요강바위 찾기'에 현상금 50만 원을 내걸었는데, 어느 날 사무실로 걸려온 제보자의 전화를 제가 직접 받았다"면서 "요강바위가 숨겨져 있는 장소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제보자를 요강바위를 훔쳐간 사람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제보를 받고 수사팀과 김 원장 등은 경기도 광주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요강바위를 발견했다. 하지만 요강바위는 곧바로 섬진강에 돌아올 수 없었다. 검찰에 도난사건이 접수된 탓에 사건이 끝날 때까지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 광장에서 한 동안 노숙을 해야 했다. 절도 증거물로 제출됐기 때문이다.

요강바위는 도난사건 연루자들이 하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되는 등 형사 처분을 받은 후에야 섬진강으로 되돌아왔다. 도난사건 발생을 처음 인지한 후부터 약 18개월이 걸렸다.

김 원장은 "당시 범인이 요강바위를 10억 원이 넘는 돈을 받고 고위급 인사 저택의 조경석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섬진강 예쁜 돌들이 없어진다?
 
요강바위에서 하류 쪽으로 바라본 섬진강 장군목에는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요강바위에서 하류 쪽으로 바라본 섬진강 장군목에는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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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요강바위 현장은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요강바위 표지판'은 땅바닥에 처박혀 있다. 요강바위를 설명하는 안내판은 지난해 수해 때 사라진 후 아직까지 설치되지 않았다. 요강바위 아래쪽 장군목길 하천 바닥에는 재해 복구공사를 하느라 자연석과 인공석이 뒤섞여 있다.

공사 현장 부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섬진강 수해를 막기 위해 재해 복구공사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공사를 발주한 순창군청에서는 섬진강과 자연석을 보호하고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면서 "자연석은 있는 그대로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한 번 훼손되면 복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요강바위 도난사건'의 사례를 자연보존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섬진강의 예쁜 돌들이 자꾸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요강바위 도난사건을 겪은 군민들은 물론이고 순창군청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면 좋겠어요. 소중한 자연을 잘 보존해야죠. 개발보다 보존이 더 중요한 시대잖아요."
  
섬진강 장군목길 강변에서는 지난해 여름 입은 재해 복구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희소가치가 높은 자연석들을 파헤치며 굳이 섬진강을 훼손해야 되느냐”고 비판했다.
 섬진강 장군목길 강변에서는 지난해 여름 입은 재해 복구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희소가치가 높은 자연석들을 파헤치며 굳이 섬진강을 훼손해야 되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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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7월 1일에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태그:#요강바위, #장군목 요강바위, #섬진강 장군목, #전북, #순창군청년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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