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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주변에서 경찰이 탐침봉 등을 이용해서 고 손정민씨 친구의 휴대폰을 찾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주변에서 경찰이 탐침봉 등을 이용해서 고 손정민씨 친구의 휴대폰을 찾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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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와 SNS를 보다 보면 피로도가 쌓이곤 한다. 최근에 있었던 몇몇 사건들만 보면 확증편향된 보도, 관심 받고 싶은 사람, 조회수를 올려 돈 벌고 싶은 유튜버들로 인해서다.

한강에서 숨진 대학생 고 손정민씨 사건은 40일 간의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단순 사고로 결론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친구 A씨에 대한 가짜뉴스와 루머 등이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퍼져나갔고, 이는 영상 조회수를 올려 돈벌이로 이용했던 일부 유튜버들이 다시 재생산하면서 SNS와 언론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를 보면 이는 대부분 거짓이며, 가짜뉴스를 이용한 마녀사냥에 가까웠다.

피로감 쌓이는 뉴스들... 근거부족 의혹 퍼나르는 유튜버들
  
고 이선호씨-손정민씨 사망 관련 날짜별 언론 보도량 비교(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고 이선호씨-손정민씨 사망 관련 날짜별 언론 보도량 비교(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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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재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손정민씨 친구 A씨 측이 허위사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일주일 만에 그와 로펌 측에 선처를 부탁하는 메일 등 요청이 1000건 넘게 들어왔다고 한다.

한편 최근엔 GS편의점 포스터가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소시지를 잡는 손을 넣었는데, 그것이 일부 커뮤니티에서 '남성의 성기가 작다'는 표현으로 사용됐다며 남성 혐오 논란 중심에 선 것이다. 포스터 디자이너는 이 논란으로 결국 징계를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사건을 들어보자. 지난 7일 한국 축구의 영웅인 유상철 선수가 췌장암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유상철 선수에 대한 추모는 엉뚱하게도 박지성 선수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박지성 선수가 장례식장을 찾지 않은 것에 대해, 아내인 김민지 아나운서 유튜브에 선수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린 것이다. 김 아나운서는 댓글 테러에 해명 글을 올렸지만, 서민 교수는 셀럽 아내의 적절한 태도가 아니라며 김 아나운서를 비판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만 보면 한국 사회에서 관용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마녀사냥과 혐오만이 즐비할 뿐인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든 논란을 만들고, 그 중심에 선 사람을 깎아 내리기 바쁜 듯하다. 꼭 누구 한 명이 이 사회에서 매장되어야만 그 사건이 끝나는 사회는, 과연 괜찮은 사회일까?
  
이준석의 대표 선출을 지켜보며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함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미경, 김재원 최고위원, 김기현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조수진, 배현진 최고위원,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함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미경, 김재원 최고위원, 김기현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조수진, 배현진 최고위원,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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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되면서 정치 역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고 본다. 한국 언론은 물론 외신까지 30대 당대표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 대표의 당선은 보수정당에서의 세대교체뿐만 아니라 정치계의 세대교체를 알린 신호탄이기도 하다고 본다. 그의 당선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우려도 된다. 그의 지난 10년 발자취를 짚어보면, 특히나 최근 GS편의점 포스터 사건에서 이 대표는 논란을 재생산해오는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당선 연설에서 "비빔밥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상태는 10가지가 넘는 고명이 각각의 먹는 느낌과 맛, 색채를 유지하면서 밥 위에 얹혀있을 때"라고 말하며 공존을 이야기했다(관련 기사: 37세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시대... 득표율 43.82%). 그가 말하는 공존이 아직까지는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공존의 상태에는 그동안 그가 배척해온 성소수자 등 다른 사람들도 함께이길 바라본다.

이 대표는 비빔밥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상태를 고명들이 밥 위에 잘 얹혀있을 때라고 했다. 그러나 비빔밥이 가장 맛있을 때는 모든 재료들이 잘 섞여 있을 때다. 비빔밥 맛의 묘미는 특정 재료 하나의 맛이 튀지 않고 여러 재료들이 조화롭게 섞여 맛을 내는 데에 있다. 비빔밥 그릇을 한국 사회로 빗대어 본다면, 여러 재료들이 조화롭게 섞인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보다는 고추장에게는 색이 너무 붉다며 비난하고, 그릇 밖으로 비쭉 튀어나온 고사리에게는 왜 혼자 튀냐며 나무라는 게 지금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 사회는 관용을 잃어버리고 정치인, 논객, 라디오DJ 할 것 없이 어떻게든 관심 받으려는 소위 '관종'만 남은 듯하다. 혐오와 비난이 만연한 세상에서, 아직도 사람이 서로 사랑할 때, 노인과 청년이 서로 의지할 때가 아름답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혐오와 마녀사냥은 이제 그만 멈추고, 다시 사랑과 조화를 이야기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아직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마침 그간 혐오에 앞장서왔던 보수정당에서도 함께 살자는 '공존'을 꺼내 들었으니, 진짜 공존이란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며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서른을 6개월 앞둔 지금은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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