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예비경선 결과가 정치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0선의 원외 후보인 이준석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서 보수 진영에 세대교체 바람이 분다. 이 돌풍은 국민의힘을 넘어 여의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현상 속에서 눈에 띄는 발언이 하나 있었다. 지난 5월 2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영국 노동당에 에드 밀리밴드라는 39세짜리 당 대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당이 정권을 잡는 데 실패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걸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준석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1985년생 당대표 후보의 돌풍이 그동안 국민의힘이 가진 '꼰대' 이미지를 벗고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로 탈피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당대표로는 청년정치인보다는 경험 있는 정치인이 낫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논란이 일자 정 전 총리는 젊은 정치인에 대한 긍정 평가였다고 해명했다).

보수진영에서 이준석 후보에게 거는 혁신의 기대감은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수진영 안에서의 기대감이라고 본다. 할당제 폐지를 주장하고, 젠더 갈등을 유발하며, 논란을 재확산시키는 이 후보의 정치 행보는 정치권 세대교체도 아니며, 혁신도 아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이준석, 생물학적 젊음이 꼭 혁신은 아니다 http://omn.kr/1thw9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전 총리의 발언은 불편했다.

청년정치인은 실패한다는 일반화의 오류
 
지난 5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정세균계 의원 모임 ‘광화문포럼’에서 정세균 전 총리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정세균계 의원 모임 ‘광화문포럼’에서 정세균 전 총리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39세짜리 당대표가 실패했다"는 정 전 총리의 한 마디에는 청년정치인에게 맡겨봐야 실패한다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청년정치인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인식이 담겨있다.

난 2017년 만 23세에 청년정당 미래당 1기 공동대표를 맡은 이래로 두 명의 청년 후보 선거를 도왔다. 2018년 도봉구의회 선거에 출마한 미래당 김소희(당시 만 33세) 후보와 지난 4.7 송파구의회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미래당 최지선(31세) 후보다. 두 청년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젊은 애들이 뭘 안다고 정치야"라는 말을 들었고, "젊어서 안 된다"는 꼬리표는 두 청년 후보가 공약과 유세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와 별개로 늘 따라다녔다. 정 전 총리의 발언처럼 말이다.

"청년들은 젊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치에서 실패한다"라는 주장은 증명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다. 특히 특정 청년정치인이 실패했기 때문에 다른 청년정치인도 실패할 것이라는 가정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주장이다. 이 가정이 성립한다면 시니어 정치인들도 모두 실패해야 마땅하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진보-보수 진영에서 두루 인정받는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끝은 하야였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부의 결말은 한국 정치사의 비극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형이 구속됐으며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은 현재 수감돼 있다. 특히 박근혜씨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당한 대통령이 됐다.

실패한 시니어 정치인들의 사례가 어디 이뿐일까.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두 전직 시장의 성폭력 문제 때문에 치러졌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시니어 정치인들이 실패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모두 각각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청년정치인에게만 이런 시선이 적용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정치는 원래 '젊었다'

우리나라라고 청년정치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만 26세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군사정부에 맞서 대항마로 두각을 나타냈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35세, 38세였다. 두 전 대통령은 이후 40대 기수론을 주장했고, 직선제 이후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50대에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정치판이 늙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에서다. 지난 20대 국회가 평균연령 55.5세로 가장 고령이었고, 지금의 21대 국회가 54.9세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서야 국회가 고령화되고 있지만 청년의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장하나 전 의원이 청년정치인으로 주목받았고, 21대 국회에서는 정의당 장혜영, 류호정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청년의원들은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다른 정치인들에게 요구하지 않는 '예의' '신선함'을 기대하고 이들의 실수는 마치 청년정치인 전체의 실수나 실패로 간주되곤 한다. 정치인들이 숱한 실수와 실패를 하듯, 청년정치인들도 실수와 실패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평가는 청년정치인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지 청년이라는 집단 전체에 덧씌워지는 건 불공평하다.

성공한 청년정치인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 연합뉴스/EPA

관련사진보기

    
정 전 총리의 발언으로 실패한 청년정치인만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성공한 몇몇 청년정치인들의 이름을 언급한다. 신속한 대응과 과감한 결단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뉴질랜드 총리는 1980년생으로 37세에 총리가 됐다. 스페인 양당 구조를 80년 만에 깨고 좌파연합정부 수립을 성공시킨 포데모스를 이끈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도 30대에 정계 입문했다.

정 전 총리께서 이번 인터뷰에는 에드 밀리밴드를 실패한 청년정치인으로 얘기했지만 지난 2017년 미래당 창당대회에 참석해서는 에드 밀리밴드를 언급하며 "우리미래(현 미래당)에서 젊은 정치인이 나와 시대교체, 미래교체를 이뤄달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당대표가 32세, 드디어 한국에도 '젊은 정당' 떴다 http://omn.kr/moxi ).

정치권 세대교체는 필연이다. 386세대는 정계에 입문한 지 20년이 지나 586세대로 불리고 있다. 우리가 정치 세대교체에 있어 취해야 할 자세는 실패한 청년정치인을 계속 언급하면서 '실패할 것'이라고 규정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세대교체를 할 수 있는가'여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우리가 마주하게 될 세대교체는 진영을 가르고, 논란만 재확산하는 '무늬만 젊은' 세대교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 지방선거가 이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미래당을 비롯한 많은 청년정치인들이 내년에 던질 출사표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부디 "젊어서 안 된다"라는 말보다 어느 평범한 정치인처럼 청년들도 준비한 공약과 비전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성윤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이성윤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 이성윤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서른을 6개월 앞둔 지금은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성윤, #미래당, #세대교체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