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SKY채널에서 방송중인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 <강철부대>가 대망의 파이널을 향한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12회에서는 4강 토너먼트 1라운드 대결인 '서울함 탈환작전'에서 UDT(해군특수전전단)가 특전사(육군특수전사령부)를 물리치고 먼저 결승진출에 성공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남은 한 자리는 다음주 방송을 앞두고 있는 707(대테러 특수임무단)과 SSU(해난구조전대)가 펼치는 '최전방 보급작전'의 승자에게 돌아간다.
 
 채널A·SKY채널에서 방송 중인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 <강철부대> 한 장면.

채널A·SKY채널에서 방송 중인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 <강철부대> 한 장면. ⓒ 채널A·SKY채널

 
UDT와 특전사가 맞붙은 '서울함 탈환작전'은 대항군을 상대로 한 선박 대테러 미션이었다. 대항군이 점령한 서울함에 진입해 기밀물품 3가지를 확보해 더 빠른 시간내에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하는 팀에게 승리가 주어지는 조건이었다. 대항군과 교전 중 총상을 입을 경우 1발당 1분의 페널티가 추가됐다.

미션 수행 결과 양팀은 각각 3발씩의 총상을 입었다. 특전사는 정태균이 3발을 모두 맞았다, UDT도 정종현이 2발, 김범석이 1발을 피격당하며 양팀 모두 똑같이 3분의 페널티가 부과됐다. 이제 온전히 작전 완료 시간으로만 승부가 갈리게 된 상황. 풍부한 선박 훈련 경험을 바탕으로 기동력에서 앞선 UDT가 최종 기록 8분 26초를 기록하며, 10분 29초가 걸린 특전사를 무려 2분3초 차이로 크게 따돌리고 최종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담담하게 패배 인정한 특전사

특전사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담담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혼자만 총상을 입은데 심하게 자책하는 막내 정태균을 특전사 동료들은 "네가 앞장서준 덕분에 팀원들이 맞지 않은 것"이라고 위로하며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정태균은 "저희가 패배한 것이 특전사가 약해서 패배한 게 아니다. 제가 졌을 뿐"이라고 특전사에 대한 변함없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도현은 "강한 부대와 붙어서 영광이었다. 후회 없이 싸웠고 재밌었다"며 상대팀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저희 때문에 특전사 선배들에게 누가 되는 일이 있을까 그게 너무 걱정되고 너무 죄송하다"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팀장으로서 팀원들을 이끌었던 박준우는 마지막 소감으로 "모두들 정말 고생했다. 부족한 팀장과 끝까지 싸워줘서 정말 고맙다"라며 팀원들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박준우-김현동-박도현-정태균의 4인으로 구성된 특전사의 매력은 이른바 '원 팀'과 '소년미'로 요약된다. 특전사는 <강철부대>에 참전한 여러 팀 가운데서도 가장 정석적이고 모범적인 특수부대의 이미지를 구현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첫 만남 때부터 멤버들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수평적이고 화기애애한 팀워크가 유난히 돋보였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부대 구호처럼 모든 미션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특수부대답지 않게 낯도 가리고 간간이 허당끼도 드러내는 인간적인 모습로 매력을 뽐냈다.
 
 채널A·SKY채널에서 방송 중인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 <강철부대> 한 장면.

채널A·SKY채널에서 방송 중인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 <강철부대> 한 장면. ⓒ 채널A·SKY채널

 
특히 리더인 박준우는 <강철부대>의 실질적인 최대 수혜자로도 꼽힌다. 박준우는 스무살부터 약 15년 동안 특전사로 복무하다가 돌연 군복을 벗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가수로 데뷔하여 트로트 곡 '한잔해'를 히트시켜 스타덤에 올랐다. 언뜻보면 앳된 얼굴과 익살맞은 댄스로 트로트를 열창하던 박준우에게서 강인한 특전사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박준우는 트로트 가수로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엘리트 군인의 정석을 보여주며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특전사 멤버들은 다른 팀에 비하면 신체적-전술적으로 월등하거나 개성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대신 특전사를 지탱한 것은 박준우의 노련한 지략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팀워크였다. 박준우는 피지컬 괴물들이 넘쳐나던 <강철부대>에서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조건을 냉철한 판단력과 임기응변으로 극복해내며 팀의 두뇌로 활약했다. 함께한 특전사 멤버들도 "박준우가 있어서 든든하다"며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박준우는 '강철부대의 제갈량'으로 불리우며 수많은 명장면들을 연출했다. '최강대원 선발전-각개전투'나 '고지점령전'에서 짧은 순간에 빠르게 이동하기 쉬운 지형을 파악하고 대처했고, '육탄전'에서 피지컬 최강자 황충원이 버틴 SSU를 각개격파 전술로 무너뜨리고, UDT 김상욱과의 1대 1 타이어 매치에서 변칙적인 슬라이딩 전술로 선전하기도 했다. 707과 한 팀을 이룬 '야간연합작전'에서는 팀의 승리를 위하여 기꺼이 본인의 출전과 팀장 자리까지 양보했던 희생 등을 통해 '지장이자 덕장'으로서의 면모를 구축했다.

특전사는 서바이벌에 임하는 접근법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같은 특수전사령부 예하 가족부대로 꼽히는 707이 '결과로서 과정을 입증한다'는 부대구호처럼 승리를 위해 상대를 도발하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룰의 허점을 파고들어 판 자체를 깨는 것도 불사한 것과 대조적이다.

박준우가 이끄는 특전사는 어디까지나 주어진 상황과 조건 내에서 최선의 결과를 모색하며 페어플레이에 충실했다. 그 결과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면서도 특전사 팀은 방송 내내 무리한 언행으로 다른 부대와 갈등을 빚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전혀 없었다. 4강에서 UDT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특전사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고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할 줄 아는 매너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들의 '명예로운 퇴장'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재미·완성도 면에서 퇴보하는 <강철부대>

하지만 특전사의 명예로운 퇴장과는 별개로, 정작 <강철부대>는 클라이맥스로 접어들수록 오히려 방송의 재미와 완성도가 점점 퇴보하고 있어 아쉽다.

<강철부대>의 하락세는 방송 연장 결정과 패자부활전 이후로 두드러진다. 각 팀의 숨돌릴 틈 없는 경쟁으로 스피디하게 진행되던 방송 초반과 달리, <강철부대>는 9회(야간연합작전) 이후로는 패자부활전과 4강 토너먼트 첫 번째 대결을 소화하는데 무려 3주나 소비하며 구성이 급격하게 늘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는 싱겁게 끝난 대결을 메꾸기 위하여 과장된 편집을 늘어놓는가 하면, 방송 흐름상 본미션과 상관없는 외전에 가까운 특수부대원들의 '친목' 분량을 보여주는 것으로 러닝타임을 때우기도 했다. 불필요한 장면을 제외하면 사실상 1회만으로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했을 내용들이었다.

당초 10회에 방송될 것으로 예고되었던 SSU-SDT-해병수색대의 패자부활전(가로림만 갯벌 개척작전)은 4강 선착팀들의 사전 베네핏이 걸린 '사격대결'에 밀려 11회에서야 방송됐다. 또한 11회 후반부는 4강 대진표 작성 과정, 12회 초반부는 뜬금없는 각팀들의 '단합 여행'이 차지하며 본 게임은 서울함 탈환작전 한 경기만 방송됐다. 지난주에 예고되었던 707과 SSU의 맞대결(최전방 보급작전)은 또 다시 다음주로 밀리고 말았다. 자연히 이야기의 밀도와 긴장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까지 <강철부대>에서 본미션으로 치러진 팀대결을 통틀어 반전이나 이변이라고 할만한 결과는 단 한번도 없었다. 1라운드 IBS 해상침투작전(SSU-UDT-707 승), 2라운드 대테러 구출작전(특전사-707 승), 데스매치 군장행군(UDT-SSU 생존) 3라운드 야간연합작전(육군연합 승,) 타이어 데스매치(UDT 승), 4강 토너먼트 서울함 탈환작전(UDT 승)까지 모두 부대 특성상 해당 미션에 더 유리하다고 평가받았던 팀들이 무난히 승리했다.

유일하게 특전사가 참호격투 강자 SSU을 잡는 이변을 일으켰던 '육탄전'은 본미션과는 상관없는 베네핏 게임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경기인 4강전 2라운드와 최종결승도 사전에 어떤 성격의 미션이 주어지느냐에 따라 결과까지 충분히 예측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덩달아 프로그램이 그동안 유지해 온 긴장감과 재미까지 반감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다. 진짜 특수부대의 모습과 가까운 전술적 임무수행보다는 '오직 방송을 위한 서바이벌 연출'의 맹점이 극명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강철부대 서울함 특전사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