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전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는 해외파 중 올여름 이적시장에서의 거취가 가장 주목되는 선수로 꼽히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활약중인 김민재는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유럽 빅리그 이적설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최고 명문 유벤투스로의 이적설까지 거론되어 뜨거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다만 김민재 본인은 유벤투스 이적설에 대해 '내가 그런 팀에 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우회적으로 소문을 부정한 바 있다.

분명한 사실은 김민재가 유럽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유럽에서도 이미 즉시전력감으로 인정받으며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전북에서 활약하다가 베이징으로 갓 이적한 2019년 무렵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왓포드 이적설이 나오는가 하면, 2020년에는 손흥민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토트넘행 소문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 유벤투스 이적설은 포르투갈 언론에서 처음 제기되었지만 이탈리아 언론에서도 이를 인용한 보도가 나올만큼 유럽 현지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결실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유럽에서 한 번도 뛰어본 적 없는 미지의 아시아 수비수에게 이 정도의 관심이 몰리는 것 자체가 김민재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김민재는 현재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정상급 수비수로 꼽힌다. 유럽 선수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은 190cm이 넘는 장신에 스피드-파워-제공권-빌드업 등 현대 축구의 센터백에 요구되는 여러 장점들을 두루 갖춘 만능형 수비수에 가깝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벌써 A매치 31경기에 출전하여 3골을 기록할만큼 벤투호 부동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벤투호는 김민재가 출장한 월드컵 2차 예선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만큼 그의 출전 여부에 따라 대표팀 수비의 안정감이 달라질 정도다. 또한 김민재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도쿄 올림픽 축구대표팀에서도 와일드카드(25세 이상 선수)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민재의 성장세와 유럽 진출에 거는 기대가 유독 큰 이유는 '대형 수비수'에 대한 한국축구의 오랜 갈증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축구는 차범근 이후 공격에선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중원에는 기성용, 구자철, 이강인, 이재성 등 꾸준히 유럽 빅리그에서도 인정받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하지만 수비수 자리에서는 이영표-차두리 이후로는 이렇다할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이들은 모두 측면 수비수였고 센터백으로 유럽에서도 성공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영표-차두리 이후로는 김진수-박주호-홍정호 등이 유럽무대에 도전하여 어느 정도 활약한 경험이 있지만 현재는 모두 국내나 아시아 무대로 돌아왔다. 현재 벤투호에는 유럽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비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중앙수비수는 체격조건과 소통능력을 모두 갖춰야하는 포지션 특성상 아시아 선수가 유럽에서 살아남기 굉장히 힘들다. 한국보다 유럽파가 훨씬 많은 일본에서는 그나마 요시다 마야(삼프도리아), 도미야스 다케히로(볼로냐), 하세베 마코토(프랑크푸르트) 등이 센터백으로 유럽무대에서도 상당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아시아 수비수들의 경쟁력을 증명한 바 있다. 김민재가 현재 기량이나 잠재력 면에서 이들에게 크게 뒤질 것은 없어 보인다.

한국축구에서 센터백으로 유럽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던 사례는 홍정호 정도다. 그는 2013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해 3시즌 동안 56경기(2골)에 출장했고, 2015-2016시즌엔 주전 수비수로까지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당시 황사머니로 세계축구계를 흔든 중국(장쑤 쑤닝)으로의 이적을 결정했고 이후로 기량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김민재가 2019년 중국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도 많은 축구팬들이 우려했다. 선수의 성장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고 오히려 돈만 보고 이적한 게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팬들의 우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김민재는 중국무대에서 활약하면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했고 줄곧 유럽 구단들의 관심을 받을만큼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정상급 경기력을 유지중이다.

다만 지난 2020년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가 베이징 구단 팀동료들과 중국축구를 비하했다는 '설화'에 휩쓸리며 곤욕을 치렀던 장면은 옥에 티였다. 구단의 반대로 유럽 이적이 연이어 무산되며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김민재는 지난해 토트넘과의 이적 협상이 실제로 진행되었던 사실을 인정하며 아쉬움을 드러낸바 있다. 지난 시즌부터 잔부상으로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현지 언론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했다. 김민재에게는 축구와는 별개로 인생의 교훈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김민재와 베이징의 계약은 2021시즌까지다. 선수 본인도 유럽진출에 대한 열망이 강하기에 늦어도 올여름에는 이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20대 중반에 불과한 김민재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문제까지 일찌감치 해결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에게는 축구인생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여름이다. A대표팀은 최종예선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도쿄올림픽 와일드카드 출전 문제-유럽 진출 성사 여부 등 그의 커리어를 좌우할 중요한 도전들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어차피 시간은 김민재의 편이다. 조급해할 필요 없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흔들림 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좋은 기회는 스스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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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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