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와 마녀>를 연출한 미야자키 고로 감독.

<아야와 마녀>를 연출한 미야자키 고로 감독. ⓒ 대원미디어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스튜디오 지브리 입장에선 꽤 오랜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추억의 마니>(2014), 그리고 프랑스의 투자배급사인 와일드번치와 협업한 <붉은 거북>(2016) 이후 이렇다 할 작품 소식이 없었던 터에 등장한 <아야와 마녀>는 관객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사실상 1인 체제였던 스튜디오 지브리에 변화 바람이 분 것도 5년 전부터다. 인하우스 방식에서 다양한 창작자들과 협업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2D 애니메이션 중심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 <아야와 마녀>는 스튜디오 지브리 역사상 처음으로 3D 캐릭터와 CG로 온통 채워진 작품이 됐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풍자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일본 현지에 있는 미야자키 고로 감독과 2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다려주신 관객분들께 감사하다"며 그는 <아야와 마녀>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풀어냈다.

시작은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아버지기도 한 하야오 감독의 제안이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원작자이기도 한 다이애나 윈 존스의 또 다른 소설 <이어위그와 마녀>(Earwig and Witch)를 여섯 번이나 읽은 하야오 감독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기둥 격인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에게 작업을 제안했고, 마침 외부 스튜디오에서 다른 작업을 마친 고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됐다.

고로 감독 또한 원작을 재밌게 봤다고 한다. 그렇게 소녀 아야츠루가 마녀 벨라와 수수께기의 사내 만드레이크를 골탕 먹이며, 한 가족이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 관련 이미지.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 관련 이미지. ⓒ 대원미디어

 
"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이미 일본 사회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아이들은 적은 시대에 접어들었다. 아이들이 커서 사회에 나오면 많은 노인을 짊어져야 하는 힘든 시기가 온 것이다. 아야는 마녀 벨라의 집으로 입양된 이후 남자 어른과 마녀를 혼자 상대해야 했다. 지금 시대를 상징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벨라와 만드레이크가 1970년대 록음악을 했던 인물로 나오는데 사실 원작을 토대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개인적으론 아야의 입장에서도, 어른 마녀와 만드레이크 입장에서도 납득이 가는 지점이 있다고 본다. 기성세대와 미래세대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메시지랄까. 양쪽을 다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영화에 잘 담겨 있다."


3D 방식을 택한 것에서도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할 말이 많았다. 2014년 폴리곤 픽쳐스라는 제작사와 함께 <산적의 딸 로냐>를 연출한 고로 감독은 이미 당시 일부 작화에서 3D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로 돌아가 다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CG를 더 본격적으로 넣겠다고 생각했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스즈키 토시오 피디님도 새로운 도전을 해볼 법하다고 말해주셔서 진행할 수 있었다. 풀 3D 애니메이션은 지브리 스튜디오 입장에선 큰 도전이지만 내겐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의외일 수도 있는데 지브리는 보수적인 면과 혁신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2D 방식을 고집하긴 했지만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작업한 것은 상당히 이른 시기부터였다. 현재 하야오 감독님이 2D 작업을 하고 있고, 다른 감독님들도 2D 애니메이션을 계속 하겠지만 전 앞으로도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것 같다. 지브리 내에서 2D와 3D를 같이 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아야와 마녀> 완성 전까진 지브리 내 많은 분들에게 3D 애니메이션이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막상 완성본을 보고는 다들 호평을 했다. 하야오 감독님도 긍정적으로 보셨다. 앞으로 충분히 3D를 해나갈 수 있을 거라 본다. 숙제라면 그 가능성을 어떻게 넓혀갈까다. 제작 시스템도 개선해야 하고 말이다. 어쨌든 3D라고 해서 지브리 작품이 아닌 게 아니다. 지브리의 정신을 잃는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뷰 중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를 꼽았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어린이의 시점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라며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 시대에 나우시카의 이야기를 다시 복기하는 일본인이 많다"고 말했다.

<아야와 마녀>의 후반부에서 아야, 벨라, 만드레이크가 본격적으로 서로의 접점을 찾자마자 이야기는 끝이 난다. 속편 가능성이 크다. 고로 감독 또한 그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속편 이야기를 하기엔 이르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일본 내에서도 속편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지브리 스튜디오의 본격적인 3D 시대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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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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