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와일러와 함께 있는 사람에게는 삿대질도 하지 마라!'

맹견에 속하는 로트와일러는 보호자에 대한 충성심이 워낙 강하고 경계심이 많아 매 순간 보호자를 지키려 한다. 로트와일러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손을 뻗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생긴 건 그 때문이다. KBS2 <개는 훌륭하다>에 견학생으로 참여한 홍자는 예전 시골집에서 아버지가 로트와일러를 키운 적이 있다며,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공격적이었다며 경험담을 얘기했다. 

5마리 반려견 키우는 보호자

영상 속의 엄마 보호자는 한 손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로트와일러의 목줄을 잡은 채 능숙하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보통 대형견의 보호자들이 힘이 부족해 이리 끌려다니고 저리 끌려다니는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핸들링에 상당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학창시절 역도를 한 엄마 보호자는 그 덕분에 근력이 좋아 대형견도 비교적 쉽게 컨트롤 할 수 있었다. 

두 아들을 양육하고 있는 부부 보호자는 반려견들과의 생활을 위해 마당 있는 집을 선택할 만큼 개들에 대한 애정이 컸다. 이들은 총 5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는데, 반려견들은 거주하는 곳에 따라 실내파와 실외파로 나뉘었다. 실내파는 푸들 문구(암컷, 13살), 우쭈(암컷 ,10살)였고, 실외파는 푸들 송이(수컷, 9살), 믹스 초코(암컷, 4살)과 로트와일러 하트(암컷, 2살)였다. 

초반 영상만으로는 하트에게 별다른 문제를 찾기 힘들었다. 다른 실외파 개들과도 잘 지내는 듯했다. 또, 사람을 좋아해서 공격성을 띠지도 않았다. 아이의 장난도 잘 받아주는 순둥이였다. 그저 시골 마당에서 평화롭게 지내는 다견 가정의 모습이었다. 앞서 봤다시피 산책도 원만했다. 하트는 돌아오는 길에 이웃 개가 짖어도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걷기만 했다. 도대체 문제가 뭘까.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그런데 온순해 보이는 하트에게 3번의 개물림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1년 전이었다. 이웃에 살고 있는 사나운푸들이 아내 보호자를 향해 짖자, 하트가 흥분해서 옆에 있던 우쭈의 등을 물어버린 것이다. 스트레스 전이였다. 두 번째는 한달 전으로 송이를 유기견 센터에서 데려온 직후였다. 송이가 아내 보호자에게 점프를 하자 이를 공격으로 오해하고 달려들어 물어버렸다. 

아내 보호자는 그 후 하트에게 24시간 내내 입마개를 채웠다. 하지만 로트와일러의 이빨은 입마개로 완전히 제어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2주 후 지인이 개와 함께 방문했을 때, 보호자는 하트를 켄넬에 넣어두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 답답했을 하트를 잠시 꺼내두고 뒷정리를 하는 사이에 하트가 방으로 들어가 지인의 개를 물어버렸다. 입마개를 했음에도 발생한 사고였다. 

보호자들은 심각하게 우려되기 시작했다. 개를 세 번이나 문 하트가 사람도 물지 않겠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 것이다. 개물림 사고 피해자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도그바이트'(DogBite)에 따르면, 사람을 가장 많이 문 견종 1위가 핏불테리어(65.6%), 2위가 로트와일러(9.8%)였다. 강형욱 훈련사는 로트와일러는 개체 수에 비해 물림 사고 발생 확률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로트와일러는 2~3살 무렵부터 가볍게 무는 입질로 시작해서 그 다음부터는 주기가 빨라지고 정도가 조금씩 강해지고, 지금 문이 열린 거예요."

한편, 하트는 사전 촬영 후에도 다시 송이를 공격했다. 입마개를 풀고 쉬고 있던 중, 송이가 간식을 빼앗아 먹으려 하자 냅다 물어버린 것이다. 4번째 사고가 발생했다. 베젠 테스트에서도 하트의 상태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 인형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냈고, 아이 인형을 안고 지나가는데도 달려들려고 했다. 강형욱은 "저 정도면 굉장히 심한 거"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강형욱은 하트가 공격성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공격성이 더 세졌을 거라며, 개에게 공격성을드러낸다면 미취학 아동에게도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가족들에게는 문제가 없겠지만, 지인들에게 공격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보호자들이 로트와일러라는 견종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엉겁결에 데려와 키우게 됐기 때문이다. 

또, 강형욱은 송이의 등장으로 질서가 망가졌을 거라고 분석했다. 송이는 주도적인 성격에 욕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건 보호자의 애정에 대한 욕심이기도 했다. 유기견 센터 등을 떠돌았던 송이의 생존 본능이었을 것이다. 하트는 그런 송이가 불편했다. 함께 하기에 둘은 성향이 맞지 않았다. 혹시나 싸움이 벌어지면 약자에게 화풀이를 할 수도 있는데, 그 대상이 아이들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핵심 포인트는 '통제'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훈련의 목표는 하트가 송이와 3m 거리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통제가 핵심 포인트였다. 강형욱은 리더십을 갖춘 아내 보호자에게 집중적으로 핸들링을 가르쳤다. 견종 지능 순위 9위답게 하트는 훈련 과정을 잘 따라왔다. 다음 훈련은 개 인형을 통한 공격성 낮추기였다. 하트는 인형을 보자 흥분해 인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태세를 갖췄다.

곧바로 제어에 나선 강형욱은 하트가 오히려 겁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짖고 달려들고 경계하는 것밖에 몰랐던 것이다. 강형욱은 훈련 과정에서 계속 말을 걸어주라고 했는데, 그 까닭은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인지시켜 주기 위함이었다. 훈련이 반복되자 하트의 공격성은 상당히 제어됐다. 이제 마지막 과제가 남았다. 하트는 과연 송이와도 잘 지낼 수 있을까. 

강형욱은 하트와 송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갔다. 3m가 되자 하트는 심한 경계심을 보였다. 송이도 하트를 향해 반응했다. 엄마 보호자의 단호한 통제로 위기는 넘겼지만, 둘의 동거의 쉽지 않아 보였다. 강형욱은 하트와 송이, 두 반려견 모두 단지 보호자에게 간절한 것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송이는 다른 보호자에게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당연히 보호자는 5마리의 반려견과 모두 함께 알콩달콩 살고 싶겠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강형욱이라고 왜 그걸 막고 싶겠는가. 하지만 로트와일러는 분명 맹견이고, 송이는 하트와 같은 공간을 사용하기에 기질상 맞지 않았다. 이대로 두는 건 송이에게도 위험했고, 자칫 사람이 다칠 수도 있기에 조치가 필요했다. 보호자들이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개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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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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