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가 한화와의 주말 3연전에서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SSG랜더스는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6-2로 승리했다. 이틀 연속 한화를 꺾으며 2경기 만에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SSG는 이날 두산 베어스를 16-4로 제압한 2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1경기로 유지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26승18패).

SSG는 선발 아티 르위키가 1이닝만 던지고 어깨통증으로 조기 강판됐지만 장지훈부터 서진용까지 6명의 불펜투수가 효과적으로 이어던지며 한화 타선을 2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제이미 로맥이 멀티히트와 2볼넷으로 4출루 경기를 만들며 2타점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승리한 SSG 선수들이 아니었다. 한화의 상징이자 KBO리그 역대 최고 우타자로 꼽히는 '대장 독수리' 김태균이 은퇴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29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시작 전 김태균이 밝게 웃고 있다.

29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시작 전 김태균이 밝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실력보다 저평가 받았던 '리빙 레전드' 김태균

김태균은 2001년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245타석에서 20홈런을 쏘아 올리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1994년 김재현 이후 7년 만에 터진 고졸 신인 타자의 20홈런 기록이었고 2018년 강백호(kt 위즈,29개)가 등장하기 전까지 17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순수 신인 타자의 20홈런 기록이었다. 만약 김태균이 루키 시즌 풀타임으로 활약해 400타석 넘게 소화했다면 홈런왕 경쟁도 가능했을 것이다.

김태균은 2년 차 징크스(타율 .255 7홈런34타점)에 시달렸던 2002년을 제외하면 매년 3할을 넘나드는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장종훈의 뒤를 잇는 한화의 간판타자로 맹활약했다. 특히 2008 시즌에는 타율 .324 31홈런92타점을 기록하며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카림 가르시아(30개)를 제치고 생애 첫 홈런왕을 차지했다. 2000년대 중·후반 김태균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거포 중 한 명이었다.

2009 시즌이 끝나고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로 진출한 김태균은 일본진출 첫 해였던 2010년 타율 .268 21홈런92타점을 기록하며 지바 롯데의 재팬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11년 손목부상 장기화와 일본 대지진에 따른 심리적 충격 등을 이유로 시즌 중간에 지바 롯데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시즌 중간에 도망치듯 일본 생활을 마감한 김태균에 대한 국내 야구팬들의 여론도 크게 나빠졌다.

일본에서 돌아오며 한화와 15억 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한 김태균은 단숨에 프로스포츠 최고 연봉 주인공이 됐다. 김태균은 국내 복귀 첫 해부터 타율 .363를 기록하며 생애 첫 타격왕에 올랐지만 최고연봉 선수임에도 홈런(16개)이 다소 적다는 이유로 야구팬들에게 썩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고 장효조(5년 연속) 이후 처음으로 탄생한 3년 연속 출루율 1위 기록도 한화의 부진한 팀 성적에 묻히고 말았다.

사실 한화는 김태균을 제외하면 중심타선이 워낙 약한 팀이라 상대 투수들이 굳이 김태균에게 정면승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김태균은 KBO리그에서 활약한 18시즌 동안 통산 도루가 28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히려 주자로 내보내는 것이 수비하기 편해질 수 있다. 그렇게 김태균은 지난 2017년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능가하는 86경기 연속 출루라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했다.

86경기 연속 출루 등 위대한 기록 남기고 은퇴

지난 2012년 한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연봉 15억 시대를 열었던 김태균은 2015시즌이 끝난 후 4년 84억 원에 한화와 재계약했다. 하지만 2018시즌 부상에 따른 부진으로 어느덧 리그에서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19 시즌이 끝나면 3번째 FA자격을 취득하는 만큼 이승엽(SBS스포츠 해설위원)처럼 좋은 성적을 올리며 명예롭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2019 시즌 성적이 매우 중요했다.

김태균은 2019년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305 6홈런62타점을 기록했다. 38세 노장 타자의 성적으로는 상당히 준수한 기록이었지만 2019년 김태균의 연봉은 16억 원이었고 김태균에게 주어진 미션은 한화의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었다. 김태균은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베테랑의 자존심을 지켰음에도 한화가 정규리그 3위에서 9위로 추락하면서 야구팬들로부터 한화 부진의 원흉으로 낙인 찍혔다.

작년 시즌을 앞두고 3번째 FA 자격을 얻은 김태균은 구단의 2년 계약 제시를 거절하고 1년 총액 10억 원(계약금 5억+연봉5억)에 단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김태균은 작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1군에서 단 67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도 타율 .219 2홈런29타점으로 전혀 김태균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한화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김태균은 작년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

김태균은 29일 SSG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신설된 은퇴선수 특별엔트리로 경기에 출전했다가 플레이볼 선언 직후 노시환과 교체됐다. 한화 선수들은 모두 김태균의 등번호 52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고 3900명의 관중들은 매시각 52분마다 1분 동안 김태균을 위한 박수를 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비록 경기는 한화가 패했지만 이날 만큼은 한화에게 승패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김태균은 KBO리그 역대 타율 6위(.320)와 안타 3위(2209개),홈런12위(311개),타점 3위(1358개), 86경기 연속출루, 한 시즌 310 출루라는 위대한 기록들을 남기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비록 20년의 선수생활 동안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보지 못했지만 김태균은 그런 아쉬움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훌륭한 현역 생활을 보냈다. 이제 김태균은 KBS N 스포츠의 야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야구팬들을 계속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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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김태균 은퇴식 영구결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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