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현재 판도는 '7강 3약'으로 전개되고 있다. 1위와 6위의 격차는 단 두 경기다. 언제 순위가 뒤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반면 1위와 8위는 7경기 차로 벌어져 있고, 6위와도 3.5경기 차로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하위권 팀들이 상위권과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며 KBO리그에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위권 팀들 중 유독 눈에 띄는 팀은 KIA 타이거즈다. 한화, 롯데와 달리 KIA는 윌리엄스 감독이 2년 연속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투타 모두에서 경쟁력을 잃어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특히 침묵하는 타선이 치명적이다. 올 시즌 KIA는 팀 타율 0.255(8위), 169득점(10위), OPS 0.689(9위)로 타선이 전체적으로 침체된 상황이다. 팀 홈런은 16개로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알테어(13개)와 별 차이가 없다.
 
KIA의 공격은 최형우가 이탈하면서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최형우는 올 시즌 들어 침묵했다. 최형우는 2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00(90타수 18안타) 14타점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설상가상으로 안구 질환으로 인해 지난 5일 1군에서 말소됐다.
 
최형우의 빈자리를 대신할 선수를 찾던 KIA의 선택은 이정훈이었다. 2군에서 3홈런 장타율 0.581을 기록하고 있던 이정훈을 기용함으로써 타격적인 측면을 보강할 심산이었다.
 
물론 KIA의 결정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직까지 1군 경험이 많지 않을뿐더러, 결정적으로 실전에서 보여준 게 없다는 게 이유였다. 
 
 최형우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이정훈

최형우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이정훈 ⓒ KIA 타이거즈

   
'최형우 대체자' 이정훈
 

그러나 이정훈은 예상외의 활약을 펼치며 우려의 시선을 깨끗히 씻어낸 모습이다.  특히 지난 26일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정훈은 3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큰 공헌을 했다. 3회 말 2사 1, 2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훈은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다음 타석에서는 180도 달랐다.
 
0-2로 지고 있던 상황, 2사 1, 2루의 기회에서 안우진의 150km 직구를 받아쳐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정훈의 홈런 한 방으로 승부를 뒤집었고, 이는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됐다. 흐름을 완전히 가져온 KIA는 키움을 상대로 3-2 승리를 거뒀고, 하위권 탈출에 박차를 가했다.
 
이정훈은 올 시즌 16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3(54타수 18안타) 2홈런 8타점 OPS 0.910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장타 갈증(팀 장타율 0.340)에 시달리고 있는 KIA에게 이정훈(장타율 0.481)은 한 줄기 희망이 돼주고 있다.
 
이정훈의 존재 가치가 높다는 것은 윌리엄스 감독의 기용에서도 드러난다. 주 포지션이 포수인 이정훈은 타격 능력을 인정받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며 현재는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은 있다. 올 시즌 이정훈은 주자가 있을 때(타율 0.267)보다 없을 때(타율 0.429) 타격감이 더 좋다. 중심 타자로서는 아쉬운 부분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능력은 개선돼야 할 점이다.
 
 이정훈은 KIA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까

이정훈은 KIA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까 ⓒ KIA 타이거즈

 
KIA의 반등 이끌까
 
휘문고-경희대를 졸업한 이정훈은 아마추어 시절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고교 시절에는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드래프트에서 외면당했고, 프로 선수의 꿈을 키우기 위해 경희대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 후 3학년 때 뜨거운 타격감(타율 0.422, OPS 1.051)을 뽐내며 공격형 포수로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4학년 들어 침묵했고, 드래프트에서는 10라운드에 KIA에게 지명받으며 우여곡절 끝에 프로에 진출했다.

프로에 진출해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지는 못했다. 지난 4년 동안 1군에서 소화한 경기는 14경기에 불과하며, 기록한 안타는 4개뿐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퓨처스리그 경기 중 무릎 부상을 입기까지 했다. 다행히 부상에서 회복돼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긴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1군에서 말소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러한 이정훈은 최형우의 대체자로 지목됐고, 현재는 중심 타자로 활약하며 팀의 타선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반등을 노리는 KIA에게도 꾸준히 활약하는 이정훈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연 이정훈은 KIA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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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gur145145@naver.com
KIA 타이거즈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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