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송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20일 방송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 MBC에브리원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외국인 4인방의 치열한 쓰리픽스 챌린지 도전기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20일 오후 방송된 <어서와>에서는 제임스 후퍼-니퍼트-조나단 프로우트-데이비드 로까지 '쓰리픽스 원정대'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쓰리픽스 챌린지는 대한민국 3대 명산이자 최고봉으로 꼽히는 한라산 백록담(1947m), 지리산 천왕봉(1915m), 설악산 대청봉(1708m)을 순서대로 총 24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프로젝트다. 한라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시점부터 카운트가 시작되어 설악산 정상에 도달하면 완주가 끝난다. 산과 산 사이의 이동은 차량과 비행기를 이용하며 이때는 멤버들 외에 조력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동시간도 챌린지 기록에 포함된다.

쓰리픽스 챌린지는 제임스의 모국인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의 최고봉인 벤 네비스(1344m) 정상에서 시작하여 스카펠 파이크(978m)와 스노우든(1085m)을 주파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영국에서는 탐험가들의 기본 필수코스처럼 인식되고 있으며 제임스도 영국에서 이미 쓰리픽스 챌린지를 접한 바 있다.

한국에서 쓰리픽스 챌린지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등산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비공식적으로 연속종주에 도전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대한민국 최고봉 3개를 시간 제한을 두고 기록을 측정하며 하루에 완주한다는 극한의 도전은 전문 산악인들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장을 맡은 제임스 후퍼의 기획에서 출발했다. 현재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며 동국대 바이오환경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영국왕립 지리학회 회원 출신이자 2006년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반-2008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올해의 탐험가'로 선정되었을만큼 세계적인 탐험가로 꼽힌다. 제임스는 현재의 한국인 아내와도 대학 등산등호회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명산이 많고 등산 문화가 발달한 한국은 "챌린지를 시도할 만한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탐험가다운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쓰리픽스 챌린지는 제한시간 내에 등반부터 이동, 식사, 수면까지 해결해야 하는 만큼 전문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엄청난 강행군이다. 고도가 높은 산이 별로 없는 영국의 쓰리픽스 챌린지와 달리 한국의 최고봉들은 대부분 높고 지형도 험준하다. 여기에 이번 원정대에서 제임스를 제외하면 니퍼트-데이비드-조나단은 모두 이전에 전문적인 등산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자 등산 초짜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쓰리픽스 챌린지의 실패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 이유다.

20일 방송에서 원정대 4인방은 개인 일정으로 불참한 니퍼트를 제외하고 스튜디오에서 모두 함께 모여 쓰리픽스 도전기를 감상했다. 지난주에 한라산 코스를 마친 멤버들은 비행기와 차량으로 두 번째 코스인 지리산으로 이동했다. 입구에서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까지의 거리는 약 5.4km였다. 제임스는 일반적으로 당일 완주까지 8시간이 걸리는 거리는 5시간 이내에 주파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20일 방송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20일 방송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 MBC에브리원

 
한라산에서 궃은 날씨 때문에 고생했던 원정대는 지리산에서는 일단 맑은 날씨를 등에 업고 순조롭게 등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피로가 누적된 멤버들이 하나둘씩 체력부담과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지리산 종주 시간이 길어질수록 설악산 등반시간이 촉박해지며 자칫 쓰리픽스 챌린지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에 제임스는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멤버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가파른 급경사 코스가 이어지며 원정대에 최대의 고비가 찾아왔다. 조나단의 다리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고교시절에 미식축구를 하다가 큰 부상을 당했었다"라고 고백했다. 병원에서 촬영한 조나단의 다리에는 선명한 철심이 박혀있었다. 원래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았던 그는 챌린지 열흘 전부터 통증이 심해지며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의사는 "뼈에는 이상이 없지만 등산하거나 무릎을 많이 구부리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고 미리 경고했던 상태였다.

결국 조나단은 정상을 3km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등산을 잠시 중단하고 주저앉았다. 조나단은 "이땐 정말 자신이 없었다. 마음이 수십 번씩 바뀌었다"며 힘들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고민하던 대장 제임스는 "잠시라도 조나단이 맨앞에서 가보자"고 제안했다. 뒤처지며 따라가야한다는 부담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본인이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오히려 팀원들을 챙겨야하는 책임감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제임스의 생각이었다.

조나단도 이런 제임스의 마음을 이해했다. "너무 몰아세운다고도 생각했지만 그런 것도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는 이 챌린지를 완주해야 했다. 그래서 제임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했고 그게 남은 등산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됐다"고 속내를 밝혔다.

다시 등반을 시작한 원정대는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결국 천왕봉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정상까지 2시간 15분이 걸렸고 챌린지 완주에 남은 시간은 12시간 54분이었다.

하산하는 길에 또 다른 위기가 찾아았다. 해가 저물며 각자의 헤드 랜턴 불빛에만 의존하며 내려와야 했던 원정대는 안전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다리 통증과 체력부담으로 구토 증세를 보이기도 했던 조나단은 뒤따르던 니퍼트에게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마지막 산을 못 갈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도전을 포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맏형 니퍼트는 그런 그를 차분하게 격려했다. "지금은 우리가 당장 할 것만 생각하자. 여기서 내려가서 화장실도 가고 밥도 먹고 쉴수 있어. 지금까지 정말 잘해왔잖아"라며 긍정적인 말로 기운을 북돋았다. 제임스는 "잘될 거야. 쉽지는 않지만 우린 해낼 것"이라고 팀원들을 격려했고, 막내 데이비드는 "원한다면 조나단의 가방을 들어주겠다"라며 자원하기도 했다. 조나단은 "모두들 정말 고맙다"며 조금 기운을 찾았다.

조나단은 자신에게 쓰리픽스 챌린지의 의미를 '팀워크'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그는 "내가 포기하면 아무도 다음 산을 갈 수 없다는 것, 그게 내가 지리산을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였다"며 모두가 함께 완주해야만 진짜 성공이라는 도전의 의의를 되새겼다.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MC들도 "직장인의 멘탈은 따라갈 수 없다. 늘 가슴 속에 사표를 품고도 매일같이 견대내는 게 직장인"이라며 농담섞인 평가로 포기하지 않는 조나단의 멘탈을 칭찬했다.

원정대는 결국 2시간 24분 만에 하산에 성공했다. 조력자인 알베르토가 등장하여 원정대의 식사와 설악산 이동간의 운전을 지원했다. 이동하는 차량에서 알베로트는 미리 준비한 영상 메시지를 원정대에 전달했고 각 멤버의 가족들이 등장하여 챌린지 성공을 응원했다. 지쳐있던 멤버들은 가족들의 따뜻한 격려에 의욕을 되찾았다. MC 딘딘은 "저렇게 영상편지까지 받았는데 하다가 '포기했어'라는 말을 할수 없을 것"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20일 방송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20일 방송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 MBC에브리원

 
마지막 설악산 등반이 시작됐다. 평균 경사도만 26%에, 험하고 가파른 등산로와 곳곳에 절벽이 자리한 설악산은 시작부터 난코스였다. 가족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조나단이 초반 선두에 나서서 오히려 멤버들을 이끌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엔 데이비드의 근육에 문제가 발생했다. 체력이 고갈된 멤버들간의 격차도 조금씩 벌어졌다. 약 1시간을 남겨두고 아직 2km정도를 더 올라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제임스가 일단 혼자서라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멤버들도 지쳤지만 포기하지는 않고 등반을 이어갔다.

알고보니 제임스는 정상을 앞에 두고 안전한 위치에서 멤버들을 끝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홀로 챌린지를 성공할 수도 있었지만 제임스는 "우리가 등산을 하기 전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이제는 형제같은 사이가 됐다. 이제 얼마나 빨리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의 페이스를 맞쳐주면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됐다"며 끈끈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4인방은 결국 챌린지의 종착점인 대청봉에 도착했다. 전날 오전 8시에 한라산에 출발했던 원정대가 다음날 대청봉에 오르고 확인한 시간은 7시 39분,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대한민국 최초의 쓰리픽스 챌린지를 최종기록 23시간 39분 만에 보란 듯이 성공해내는 순간이었다. 원정대는 서로를 껴안고 격려하며 성공의 기쁨을 나눴다. 스튜디오에서는 멤버들이 겉옷에 감춰뒀던 쓰리픽스 챌린지 완주 기념 티셔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배경도 성격도 전혀 다른 외국인 4인방의 끈끈한 팀워크는 이번 쓰리픽스 챌린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대장답게 항상 솔선수범하면서 경험이 부족한 초보 멤버들을 지휘한 제임스의 리더십과 책임감, 맏형으로서 힘든 내색하지 않고 항상 동생들을 묵묵히 뒤에서 서포트해준 니퍼트, 부상으로 가장 고통스러웠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조나단의 근성, 막내로서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내며 가장 부족했던 체력을 노력으로 극복했던 데이비드의 열정이 한데 모여 극한의 챌린지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팀'을 만들어냈다. 럭키-줄리안-알베르토 등 멤버들을 도와준 조력자들은 물론이고 함께 힘든 촬영에 동참한 제작진 역시 숨겨진 또다른 원팀이었다.

제임스는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사람들이 우리가 도전하는 것을 보고 '좋은 도전이었다. 우리도 해보자'라는 말도 이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도전하자는 말조차 도전이 되어버린 일상, 매일의 삶에 치여서 사는 현대인에게 제임스와 원정대의 메시지는 큰 울림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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