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7라운드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울산 힌터 제어의 득점을 터트리자 같은 팀 선수들이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7라운드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울산 힌터 제어의 득점을 터트리자 같은 팀 선수들이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의 서포터즈가 전주성 관중석에 걸어놓은 걸개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부처님오신날 '자비란 없다'는 말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왔다. 챔피언 전북이 기분 좋게 역전승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축구 게임은 거기서 쉽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판도가 다시 한 번 더 뒤집혀 라이벌 울산에게 쐐기골까지 얻어맞았으니 부처님의 자비를 빌어야 할 시간들이 전북 팬들에게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뒤집힌 게임을 더 크게 뒤집어버린 '울산' 1위

미리 보는 K리그1 챔피언결정전은 풍성한 잔칫상처럼 즐길거리가 넘쳤다. 홈 팀의 동점골이 비교적 빠른 시간에 터진 것도 모자라 2분 11초 만에 역전골까지 이어졌으니 전주성의 많은 관중들은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게임 시작 후 8분 만에 울산의 U-22 날개공격수 김민준이 놀라운 첫 골을 성공시킨 것부터 특별한 흐름이 형성된 것이다. 전북 현대의 '최보경-최철순-류재문'이 만든 삼각형 안에 갇힌 듯 보였던 김민준이 과감한 방향 전환 드리블 센스를 자랑하며 오른발 대각선 슛을 시원하게 차 넣은 것이다.

그 뒤로도 울산은 골잡이 힌터제어가 세 번의 유효 슛(14분 2회, 17분 1회)을 날리며 홈 팀의 수비 라인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여기서 전북의 김상식 감독은 과감하게 한교원을 들여보내며 뒤집기를 노렸다. 거짓말처럼 김상식 감독의 주문이 먹혀들었다. 2분 11초 간격을 두고 한교원이 순식간에 멀티 골을 터뜨린 것이다. 동점골은 '바로우-김보경'으로 이어진 왼쪽 측면 역습이 부드럽게 나온 덕분이었다. 김보경이 왼쪽 끝줄 바로 앞까지 드리블할 때 골문 앞으로 빠져들어온 한교원을 따라붙는 울산 선수들이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멋진 역전골이 또 그곳에서 터져나왔다. 이번에도 김보경과 한교원의 눈빛이 맞았다. 왼쪽 옆줄 바로 앞에서 길게 넘긴 크로스가 울산 수비수 불투이스를 넘어서 한교원이 달려가는 앞쪽에 정확히 떨어졌고 한교원은 이 크로스를 기다렸다는 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오른발 하프 발리슛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동점골 이후 2분 11초만에 역전골이 터진 전주성은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홈 팀 전북은 이 흐름이 또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듯했다. 라이벌 팀 울산이 준비한 카드는 분명히 더 있었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세트 피스가 나왔을 때 정확한 킥으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 윤빛가람이 있고, 절정의 득점 감각은 아니지만 유럽 무대에서 이청용과 함께 검증된 힌터제어는 언제든지 상대 팀을 위협할 수 있는 골잡이이기 때문이다. 전북의 한교원 못지않게 빠르게 공간을 열어나가는 이동준이 교체로 들어갈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것도 체크해야 했다.

어웨이 팀 울산은 역전골을 얻어맞은 뒤 9분만에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살려서 귀중한 동점골을 뽑아냈다. 윤빛가람이 오른발로 올린 공을 반대쪽에서 힌터제어가 오른발 발리슛으로 멋지게 차 넣은 것이다. 바로 앞에 미드필더 류재문이 막고 있었지만 그 각도에서 발리슛을 시도한다는 생각을 못한 듯했다. 축구는 이렇게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능력을 겨루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울산은 후반전에 이 판을 다시 뒤집어냈다. 전반전을 끝내기 전에 2-2로 따라붙은 것이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된 것이고, 또 하나의 세트 피스 기회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57분, 오른쪽 측면에서 윤빛가람이 감아올린 프리킥 크로스가 날카롭게 반대쪽으로 날아갈 때 전북 골키퍼 송범근이 골문을 비우고 나와 쳐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윤빛가람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 힌터제어의 쉬운 헤더 역전골이 되었다. 송범근의 실수였다. 27분에 홈 팀의 역전골이 나오고 딱 30분 뒤에 재역전골까지 나온 이 게임은 이후에 또 어떤 반전 드라마를 보여줄 것인지 점입가경으로 접어들었다.

여기서 어웨이 팀 홍명보 감독은 빠른 날개 공격수 이동준 카드를 꺼내들었다. 분명히 흔들리고 있는 전북 수비라인을 완전히 주저앉히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동준이 바꿔 들어간 시각이 74분 39초였는데 거짓말처럼 24초만에 쐐기골을 바로 그 선수 이동준이 넣었다. 동료 미드필더 바코의 감각적인 아웃사이드 전진 패스를 받아 달려들어가 오른발 슛으로 4-2 점수판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전북 수비수 최보경의 발끝에 맞고 살짝 방향이 바뀐 행운까지 따른 골이었다.

울산의 이동준은 쐐기골 5분 뒤에도 윤빛가람의 기막힌 패스를 받아 전북 골키퍼 송범근과 1:1로 맞선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오른발 마무리 슛이 왼쪽으로 벗어나기도 했다. 전북의 수비라인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가를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최근 두 게임을 치르며 무려 7골이나 내주며 선두 자리를 빼앗기게 됐다. 

사실 전북이 한 번 더 이 게임 흐름을 휘어잡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85분에 김보경이 교체 선수 구스타보의 재치있는 힐 패스를 받아 골키퍼만 앞에 두고 오른발 슛을 날리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김보경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은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기다린 울산의 조현우 골키퍼에게 걸렸다. 90분에도 또 다른 교체선수 쿠니모토가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따라붙으려고 했지만 조현우가 놀라운 점프력을 자랑하며 날아올라 공을 기막히게 쳐냈다.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는 것, 축구

이번에도 어김없이 극장골이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부처님오신날 저녁 3304명의 많은 팬들이 빅 버드 관중석을 채워주었다. 거리두기 좌석 배치를 감안하면 전주성의 5980명 관중수 못지않은 열기였다. 그런데 홈 팀 수원 블루윙즈는 다 잡은 승점 3점을 놓치고 말았다. 73분에 수원의 김민우가 침착하게 왼발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그대로 1-0 점수판이 굳어지는 것으로 믿었지만 축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표시되고 30초만에 수원 블루윙즈 골문 앞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어웨이 팀 대구 FC의 막판 총공세가 이어지고 골 라인을 넘어갈 듯한 공을 골잡이 에드가가 오른발 오버헤드킥으로 넘겨주었다. 그리고 떨어지는 그 공을 수비수 홍정운이 헤더로 가볍게 밀어넣은 것이다. 제1부심의 깃발이 올라가지도 않은 골 사인이 나왔다. 이 순간 수원 블루윙즈 골키퍼 노동건을 비롯하여 대다수 수비수들은 에드가의 오버헤드킥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이미 라인을 넘어섰다고 판단하여 플레이를 멈춘 것이다.

귀중한 승점들이 걸린 결정적인 상황이기에 심판들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영상을 신중하게 검토했고 결국 에드가의 오른발 오버헤드킥 순간을 인플레이로 판독했다. 대구 FC의 극장 동점골이 수원 블루윙즈가 다 가져갈 승점을 조각낸 셈이다. 이렇게 축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릴 때까지, 심지어는 VAR 시스템이 확인해줄 때까지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또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하루 전 화요일 저녁 수원종합운동장에서도 몇 초 사이를 두고 희비가 엇갈리는 명장면이 나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게임 시작 후 27분도 안 되어 어웨이 팀 포항 스틸러스의 임상협이 순도 100% 해트트릭을 완성시킨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홈 팀 수원 FC가 뒷심을 발휘하여 3-3까지 따라잡는 게임 흐름을 만든 것이다.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임상협의 세 번째 골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무각 슛'이었기에 더 놀라웠다. 신진호의 기습 전진 패스를 받아든 포항 스틸러스 임상협은 각도를 줄이며 과감하게 달려나와 덮치는 수원 FC 골키퍼 박배종까지 유연한 드리블로 따돌렸다. 그리고는 끝줄 바로 앞에서 믿기 힘든 오른발 굴려넣기를 성공시켰다.

임상협이 잘 쓰는 왼발 인사이드 슛도 아니고 중심을 옮기는 속도 그대로 유지하며 오른발로 찬 공이어서 그 좁은 각도로 굴러들어간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각도 거의 없는 그 슛을 해트트릭으로 빛나게 한 것이다. 

이렇게 어웨이 팀 포항이 3-0으로 멀리 달아났지만 수원 FC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3-3까지 따라붙었다. 32분, 골 넣는 수비수 조유민의 코너킥 세트 피스 헤더 골부터 골잡이 라스의 오른발 페널티킥 동점골(73분)에 이르기까지 숨가쁜 추격신이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진짜 고수는 따로 있었다. 수원 FC의 3-3 동점골(72분 57초)이 들어가고 53초만에 짜릿한 결승골(73분 50초)이 반대쪽 골문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그 주인공은 포항 스틸러스의 희망 송민규였고 수원 FC 수비수 조유민의 키를 넘어 떨어진 전민광의 어시스트를 받아서 오른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축구는 정말로 '다 됐다' 싶은 순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는 스포츠 게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17라운드 명장면들이었다.

2021 K리그1 17라운드 결과(왼쪽이 홈 팀)

★ 수원 FC 3-4 포항 스틸러스 [득점 : 조유민(32분,도움-무릴로), 무릴로(56분,도움-정동호), 라스(72분 57초,PK) / 임상협(5분,도움-크베시치), 임상협(24분,도움-신진호), 임상협(27분,도움-신진호), 송민규(73분 50초,도움-전민광)] (수원 종합 관중 486명)

★ 광주 FC 0-0 제주 유나이티드 (광주 전용 관중 890명)

★ 전북 현대 2-4 울산 현대 [득점 : 한교원(25분,도움-김보경), 한교원(27분,도움-김보경) / 김민준(8분), 힌터제어(36분,도움-윤빛가람), 불투이스(57분,도움-윤빛가람), 이동준(75분,도움-바코)] (전주성 관중 5980명)

★ 수원 블루윙즈 1-1 대구 FC [득점 : 김민우(73분,PK) / 홍정운(90+1분,도움-에드가)] (수원 빅 버드 관중 3304명)

2021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16게임 30점 8승 6무 2패 25득점 14실점 +11
2 전북 현대 15게임 29점 8승 5무 2패 28득점 16실점 +12
3 수원 블루윙즈 17게임 27점 7승 6무 4패 22득점 15실점 +7
4 대구 FC 16게임 26점 7승 5무 4패 21득점 19실점 +2
5 포항 스틸러스 16게임 24점 6승 6무 4패 19득점 19실점 0
6 제주 유나이티드 17게임 21점 4승 9무 4패 18득점 17실점 +1
7 인천 유나이티드 FC 16게임 18점 5승 3무 8패 16득점 26실점 -10
8 수원 FC 17게임 17점 4승 5무 8패 19득점 28실점 -9
9 강원 FC 16게임 16점 3승 7무 6패 15득점 20실점 -5
10 성남 FC 13게임 16점 4승 4무 5패 10득점 11실점 -1
11 FC 서울 13게임 14점 4승 2무 7패 15득점 17실점 -2
12 광주 FC 16게임 14점 4승 2무 10패 13득점 19실점 -6

2021 K리그1 18라운드 일정(왼쪽이 홈 팀)
☆ 수원 FC - 인천 유나이티드 FC [5월 21일 금 오후 7시 30분, 수원 종합]
☆ 제쥬 유나이티드 - 성남 FC [5월 22일 토 오후 2시, 제주 월드컵]
☆ 울산 현대 - 포항 스틸러스 [5월 22일 토 오후 2시 40분, 울산 문수]
☆ 광주 FC - 수원 블루윙즈 [5월 23일 일 오후 4시 30분, 광주 전용]
☆ 대구 FC - 전북 현대 [5월 23일 오후 7시, DGB 대구은행파크]
☆ 강원 FC - FC 서울 [5월 23일 오후 7시, 춘천 송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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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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