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이후 KBO리그에서 '야구인 2세'들이 자주 목격된다. 올 시즌에는 특히 키움 히어로즈에서 야구인 2세를 많이 찾을 수 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 레전드 송진우의 아들 송우현, 임주택 한화 이글스 차장의 아들 임지열, 키움에서 감독 생활을 했던 장정석의 아들 장재영 등인데, 그중에서 당연 눈에 띄는 선수는 이정후다.
 
이정후는 한국프로야구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야구 천재'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데뷔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 관심만큼 실력도 뛰어났다. 휘문고 시절부터 엄청난 타격감을 뽐내며 자신의 기량마저 당당히 증명한 이정후는,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줄곧 1차 지명 후보로 점쳐졌다. 실제로 이정후는 '2017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키움의 유니폼을 입었으며, 동시에 'KBO리그 최초의 부자 1차 지명'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장타와 수비적인 측면이 아쉽다는 평가와 함께 프로에 진출했지만, 데뷔하자마자 엄청난 활약을 하며 자신에게 붙은 꼬리표를 완전히 떼버렸다. 이정후는 데뷔 첫해부터 전 경기에 출장해 고졸 신인 최초 3할, 최다 안타, 최다 득점 등 신인 관련 기록은 모조리 휩쓸었고, 신인왕까지 수상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에는 장타까지 겸비한 모습을 보여줬다. 세 시즌 동안 기록한 통산 홈런이 14개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난해에는 15개의 홈런과 0.526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박병호가 부진할 때 종종 팀의 4번 타자로 출장하며 거포로서의 면모도 뽐냈다. 프로 데뷔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그는 '바람의 손자'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며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이정후

시즌 초반 부진했던 이정후 ⓒ 키움 히어로즈

  
시즌 초반 부진했던 이정후
 
하지만 올 시즌 초반 이정후의 방망이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시범경기 때부터 부진하기 시작했던 이정후는 시즌에 돌입해서도 침묵했다. 그의 올 시즌 4월 성적은 타율 0.269(93타수 25안타) 12타점 OPS 0.717(출루율 0.373, 장타율 0.344)로 매우 부진했다. 4월에 펼쳐진 24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무려 7경기였다.
 
특히 지난해 비약적으로 상승시켰던 장타율이 떨어지면서 중심 타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원래 홈런타자가 아니긴 하지만, 4월에 홈런을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주로 중심 타선으로 경기에 나섰기에 이정후의 부진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김하성의 이탈과 박병호의 침묵이 겹쳤기 때문에 그의 활약이 키움에겐 굉장히 중요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이정후는 타석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났고, 공격 지표인 팀 타율(0.243)과 득점(107점)은 리그 하위권을 전전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팀 성적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정후의 침묵으로 타선의 무게감이 빠진 키움은 날개 없는 추락을 겪었다. 한동안 10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하위권에 머물러야 했다. 끝내 4월 한 달을 9위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가을야구 단골손님이던 키움에게는 충격적인 순위였다. 특히 데뷔 후 3할 타율을 놓쳐본 적이 없는 이정후의 침묵이 키움에게는 더 큰 충격을 줬다.
 
 5월 들어 이정후의 타격감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5월 들어 이정후의 타격감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 키움 히어로즈

  
'타격 천재' 이정후의 부활
 
그러나 5월 들어 이정후의 방망이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5월부터 현재까지 이정후는 타율 0.510(49타수 25안타) 11타점 OPS 1.355를 기록하며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할대 중반이던 타율은 0.352까지 끌어올렸고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1.92로 2위에 속하고 있다. 특히 장타율이 4월에 비해 두 배(0.755) 가까이 상승하며 전혀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이정후의 부활은 키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팀 타율은 1푼가량 상승했고, 하위권이던 팀 득점은 191점으로 리그에서도 현재 상위권에 속해 있다. 팀 공격력의 상승은 자연스레 순위 상승을 이끌었다. 7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1위 삼성과도 4게임 차밖에 나지 않는 상황이고, 현재 2연승 중이라 페이도 좋다. 
 
이정후는 이런 키움에 든든한 전력이 되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부진했던 이정후는 온데간데없다. 그는 침묵하는 자신을 향한 걱정 어린 시선이 사치였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현재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며 팀의 타선을 꿋꿋하게 지켜내고 있다.
 
현재 키움에선 이정후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중심타선을 함께 지키던 박병호와 프레이타스가 침묵하면서 키움 타선의 무게감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후마저 다시 침묵한다면 추락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현재 키움의 반등의 키를 이정후가 쥐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정후는 키움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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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gur145145@naver.com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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