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집사부일체> 안정환편의 한 장면

예능 <집사부일체> 안정환편의 한 장면 ⓒ SBS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안정환이 '영원한 축구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6일 방송된 <집사부일체>에는 지난주에 이어 축구 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안정환이 사부로 등장하며 멤버들과 함께 팀워크 훈련을 체험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안정환은 축구 국가대표 시절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전수받았던 훈련 비법들을 전수했다. 이승기, 양세형, 김동현, 차은우 등 <집사부일체> 멤버들은 보자기로 공 받기, 네 명 함께 150m 20초 안에 달리기 등 극한의 미션에 도전했다. 멤버들은 황당하고 어려운 훈련에 난감해면서도 승부욕을 불태우며 웃음을 자아냈다. 반복되는 뜀박질에 지친 이승기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일을 할 때는 목적이 있어야하는데, 목적이 안 보이는 거야, 내가 이걸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더라"며 훈련의 취지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정환은 사전미팅에서 이 훈련의 의미에 대하여 "(달리기 훈련을 하다보면) 느린 멤버들이 있을 것이다. 느린 사람까지 끌고가야 '우리'가 성공하는 것이다. 못 뛰는 사람이 낙오되지 않도록 다른 멤버들이 끌고 간다. 그렇게 다같이 완주하고 나면 정말 기뻤다"라며 '원팀'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과정임을 설명했다. 이어 "힘든 훈련을 함께 했을 때 팀이 가장 끈끈해진다"고 덧붙였다.

안정환은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던 당시 힘들었던 과정을 회상하며 "훈련이나 시합을 끝나고 씻기 위하여 방에 들어가 옷을 벗으면 분비물이 묻어있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한 "운동장에서 경기에 집중하면 후각-청각이든, 수만 관중의 함성도 들리지않는다"라며 오감의 한계까지도 넘어섰던 추억을 떠올렸다.

안정환은 2002년 월드컵의 성공 비결 역시 '팀워크'를 꼽았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을 회상하며 "사실 벤치에 앉아 있는 후보들은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한 명도 인상 쓰고 화낸 사람이 없었다. 같이 뛰고 있는 것처럼 자신을 희생해야만 팀워크가 되니까"라며 23명이 모두가 진정한 하나의 팀을 이뤘음을 밝혔다. 여기에 덧붙여 선수단을 열렬히 응원하던 '붉은악마들과 전 국민들의 팀워크'도 함께 거론하면서 모두가 함께 그때의 추억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훈련을 마치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는 안정환이 좀더 진솔하게 개인적인 속내를 이야기했다. "예능하면서 팀워크가 좋았던 사람이 누구였냐"는 이승기의 질문에 안정환은 "나는 그다지 없다"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환상의 콤비로 알려진 MC 김성주를 언급하자 안정환은 "김성주가 나랑 팀워크가 좋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나는 별로다"라고 장난스럽게 일축했다.

"첫 인상은 별로였는데 일을 하면서 좋아진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안정환은 의외로 김용만의 이름을 언급했다. 안정환은 김용만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그냥 인상이 별로였다. 사람이 싫은데 이유가 없다"고 폭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후 방송을 같이하면서 "알면 알수록 진국이더라. 지금은 진짜 존경한다. 과거 여행프로그램에서 김용만이 아팠을 때 룸메이트로서 간호를 했는데 김용만이 많이 고마워했다. 그때 많이 친해졌다"고 추억을 회상했다.
 
 예능 <집사부일체> 안정환편의 한 장면

예능 <집사부일체> 안정환편의 한 장면 ⓒ SBS

 
안정환의 가정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가정도 하나의 팀"이라고 인정하며 "가정에서는 이여사(아내 이혜원)가 리더"라며 자신을 낮추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안정환은 "내가 잘못할 때마다 서로의 위상이 바뀐다"고 고백하며 "내가 만일 지금도 혼자 있었다면 망가졌을지도 모른다. 자라온 환경에 유혹이 많았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가족이 없었다면 아마 굉장히 타락했을 것"이라고 가족의 존재가 자신을 인생에 있어서 큰 책임감이 되었음을 밝혔다.

이어 안정환은 앞으로의 꿈에 대한 뜻밖의 고백으로 멤버들을 놀라게 했다. "앞으로 살아가야할 방향에 대하여 고민해보셨나"라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안정환은 "원래는 내년까지만 방송을 하고 안 할 생각이었다"라고 깜짝 고백했다. 멤버들은 물론이고 현장 제작진들도 사전에 미리 듣지 못한 안정환의 돌발 발언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안정환은 "축구 쪽으로 돌아갈지, 공부를 더 할지, 계속 방송을 할지는 아직 정해해지는 않았다"며 앞으로의 진로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중임을 고백했다. 이승기가 "지금 왕성하게 활동중인데 (방송을 그만두겠다는) 기한이 너무 짧아서 놀랐다"라고 이야기하자 안정환은 "계획은 일단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방송을 당장 그만두겠다는 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계획을 천천히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덧붙여 안정환은 "내가 여기 멤버 네분보다 나은 건 축구밖에 없다. 내가 멤버들보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웃긴 것도 아니고 격투기나 노래, 연기를 더 잘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축구로 돌아간다는 것은, 지도자도 될 수 있겠지만 여러 가지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멤버들은 안정환에게 1대 4 승부차기 대결을 제안했다. 안정환이 이기면 추가적인 팀워크 훈련을 받고 멤버들이 승리하면 퇴근하는 조건이었다. 안정환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으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집사부일체> 팀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멤버들은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며 안정환의 반지 세리머니를 따라하기도 했다. 안정환은 미소를 지으며 "대한민국 예능에서 가장 팀워크가 좋은 것 같다"며 멤버들을 칭찬하고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어느덧 방송인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안정환이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아끼는 인간적인 매력, 축구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들은 시청자들에게 웃음 이상의 깊은 울림을 줬다. 안정환은 바쁜 방송활동 중에도 MBC의 국가대표 경기 해설위원으로도 꾸준하게 활동하는가 하면, 최근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서도 주로 축구를 주요한 콘텐츠로 다루고 있으며 축구팬들을 위한 재능 기부 프로젝트도 추진하는 등 축구와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안정환은 방송에서의 큰 성공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축구계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계획을 여러 방송을 통하여 내비친 바 있다. 현재 안정환과 같은 스포츠스타 출신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방송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농구스타 현주엽은 방송에서 큰 인기를 끌며 주목받을 즈음 프로팀의 부름을 받고 농구감독으로 활동하다가 최근 다시 방송으로 복귀했다. 허재 역시 최근에 감독직 복귀 제안을 받았으나 고심 끝에 당분간 방송활동을 이어가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고백한 바 있다.

방송 출연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이것이 한때의 '외도'인지 새로운 '직업'으로 삼아 계속 올인할지는 많은 스포츠스타 출신 인기방송인들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선택은 결국 안정환 본인의 몫일 것이다. 안정환이 그동안 축구인으로서 쌓은 전문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한국축구에 다시 전해주길 바라는 팬들도 있다. 하지만 방송인으로서 현재 안정환의 모습을 사랑하고 아끼는 팬들도 많다. 때로는 승부의 세계에서 항상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것보다 한발 물러서서 관찰자나 조언자로서 기여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꼭 지도자나 축구 관련 업무에 직접 종사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안정환이 지금처럼 방송활동을 통하여 축구를 알리는 것이나, 은퇴한 축구스타들에게 이런 진로도 있다는 모범사례를 먼저 개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구인으로서 충분히 큰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강호동이나 박찬호, 박세리가 아무리 방송활동을 병행한다고해서 체육인이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듯이, 안정환 역시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훌륭한 축구인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정환 집사부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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