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후 첫 100이닝 돌파가 한화 김민우?

한화 김민우 ⓒ 한화 이글스


  한화가 키움의 덜미를 잡으며 이틀 만에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6-1로 승리했다. 창원에서 열린 주중 3연전에서 NC다이노스에게 당한 스윕패의 충격에서 벗어난 한화는 이날 kt 위즈에게 1-9로 완패한 롯데 자이언츠를 최하위로 밀어내고 단독9위로 올라섰다(14승20패).

한화는 1회 1사 만루 기회에서 희생플라이로 최재훈을 홈으로 불러들인 김민하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하주석과 노시환, 그리고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2번째 투수 윤대경도 잘 던졌지만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투구를 펼친 선발투수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시즌 4승으로 올 시즌 한화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7년 차 우완 김민우가 그 주인공이다. 

류현진 이후 한화 마운드에서 실종된 토종 에이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더 정확히 말하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한화는 '에이스 걱정'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7년 동안 5번의 탈삼진왕과 2번의 평균자책점왕,두 번의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국가대표 에이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있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을 거느리고도 실망스런 성적을 낸 적은 많아도 류현진이 한화를 실망시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2012 시즌이 끝나고 류현진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대인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한화는 그 때부터 깊은 '토종 에이스 부재'에 시달렸다. 2013년 김혁민이 5승10패11홀드 평균자책점5.40으로 분전했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간 김혁민은 붙박이 선발이 아니었다. 2014년 153이닝과 함께 7승을 거두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태양(SSG랜더스)도 이듬해부터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불펜투수로 변신했다.

2015년에는 안영명(kt)이 커리어 두 번째 두 자리 승수를 따냈지만 안영명에게서 토종 에이스의 위압감을 찾기는 힘들었다. 김성근 감독 부임 2년 차였던 2016년에는 선발과 불펜의 경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송창식과 정우람이 8승, 윤규진이 7승,권혁이 6승, 심수창이 5승을 기록했다. 김성근 감독이 물러나며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른 2017년에는 배영수(두산 베어스 투수코치)가 7승을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06에 달했다.

한화는 2018년 류현진의 2년 차 시즌이었던 2007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당시 한화는 에이스 역할을 하던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시카고 화이트삭스)을 제외하면 철저한 불펜야구를 통해 승리를 짜내는 팀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8승의 안영명,7승의 송은범(LG 트윈스), 5승의 정우람,4승의 박상원(사회복무요원)과 이태양은 모두 그 해 불펜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2018년 가을야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한화의 불펜투수들은 2019년 거짓말처럼 집단부진에 빠졌고 한화는 두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이 동반 10승을 기록하고도 순위가 3위에서 9위로 추락했다. 한화는 윤대경과 강재민이라는 깜짝스타를 둘이나 발굴한 작년 시즌에도 불타임 선발로 활약했던 장시환이 14패,서폴드가 13패를 당하면서 6년 만에 최하위에 머물렀다. 

8경기 만에 4승 기록하며 생애 첫 10승 도전

189cm105kg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마산 용마고 출신의 우완 김민우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김민우는 작년 NC를 통합우승으로 이끈 좌완 에이스 구창모(전체 3순위), kt의 마무리 투수 김재윤(전체 13순위),kt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배제성(전체88순위)보다 높은 순번에 지명을 받았다. 그만큼 김민우는 야구계 전체가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였다는 뜻이다.

루키 시즌 김성근 감독에게 '재미 있는 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70이닝을 던진 김민우는 이듬 해 5경기 만에 시즌 아웃된 후 어깨 수술을 받았다. 김민우는 2017년 9월 재활을 마치고 1군 마운드에 올라 왔지만 4경기에서 17.18의 절망적인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김민우는 2018년 99.1이닝을 던지며 5승을 올렸고 작년에는 132.2이닝 동안 4.3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상 후유증을 떨쳤다.

작년까지 프로에서 6년을 보낸 김민우의 승패기록은 13승32패로 승리보다 패배가 2배 이상 많았다. 김민우가 선발 투수로서 많은 풍파(?)를 겪으며 크고 작은 기복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화가 약체였던 만큼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 시즌 김민우는 14일 경기 전까지 5.00이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패배보다 승리가 하나 더 많은 3승2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김민우는 14일 키움전을 통해 한화의 토종에이스에 어울리는 투구를 선보였다. 6이닝 동안 정확히 100개의 공을 던진 김민우는 5개의 안타와 2개의 사사구를 내줬지만 탈삼진을 무려 9개나 기록하는 위력적인 구위로 키움 타선을 힘으로 압도했다. 5.00으로 시작했던 김민우의 평균자책점은 4.29까지 내려갔고 올 시즌 42이닝 동안 39개의 삼진을 잡으며 탈삼진 부문 8위로 뛰어 올랐다.

한화는 현재 시즌 3승을 올리고 있는닉 킹험과 1.37의 평균자책점(2위)을 자랑하는 좌완 라이언 카펜터가 선발진을 잘 이끌고 있다. 여기에 매 시즌 승보다 패가 더 많아 아쉬움을 남겼던 김민우가 어느덧 시즌 4승(2패)을 기록하면서 토종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작년까지 시즌 5승이 개인 최다승이었던 김민우가 개막 8경기 만에 4승을 수확하며 데뷔 첫 두 자리 승수도 충분히 겨냥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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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김민우 토종 에이스 시즌 4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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