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수원이 제주와의 K리그1 15라운드에서 2골의 열세를 딛고 3-2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 수원 삼성 수원이 제주와의 K리그1 15라운드에서 2골의 열세를 딛고 3-2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 기용에 있어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한다. 선수 기용은 답답한 경기 양상에서 흐름을 바꾸는 데 매우 중요한데 어떻게 선수를 배치하고 최적의 조합을 짜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번 제주전에서 보여준 박건하 감독의 용병술과 믿음의 축구는 왜 최근 K리그에서 각광받는 지도자로 발돋움했는지를 증명해보였다. 박건하 감독이 이끄는 수원 삼성이 제주 유나이티드에 대역전승을 거두고, 단숨에 리그 3위로 뛰어올랐다.
 
수원은 12일 저녁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5라운드 홈 경기에서 제주에 3-2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7승 4무 4패(승점 25)를 기록한 수원은 대구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제주는 4승 8무 3패(승점 20)으로 6위에 머물렀다.
 
수원, 후반에만 3골 넣고 대역전승
 
수원은 3-5-2로 나섰다. 양형모가 골문을 지키고, 스리백은 박대원-민상기-장호익, 허리는 이기제-최성근-고승범-김민우-김태환, 투톱은 제리치-강현묵으로 구성됐다.

제주도 스리백을 기반으로 하는 3-4-3으로 응수했다. 오승훈이 골키퍼 장갑을 낀 가운데 스리백은 정운-권한진-홍성욱, 미드필드는 정우재-이창민-김봉수-안현범, 스리톱은 공민현-주민규-조성준이 포진했다.

평소 수비 위주의 콘셉트로 나서는 제주였지만 이날 강한 전방 압박으로 수원 빌드업을 제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선제골은 제주로부터 나왔다. 전반 17분 이창민이 올린 프리킥을 주민규가 헤더로 마무리지었다.
 
선제 실점 이후 수원은 줄곧 흔들렸다. 전반 22분 장호익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반칙을 범해 제주에게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안현범의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면서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수원의 전반전은 무언가 실타래가 꼬인 모습이었다. 전반 38분 김민우, 고승범, 강현묵으로 이어지는 패스 플레이로 결정적 기회를 맞았지만 방점을 찍지 못했다. 반면 제주는 전반 추가 시간 공민현의 크로스를 주민규가 발리슛으로 연결해 점수차를 2골로 벌렸다.
 
수원으로선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박건하 감독은 장호익 대신 헨리, 강현묵 대신 김건희를 투입해 수비와 공격에 변화를 꾀했다. 용병술이 적중한 것은 후반 6분. 제리치의 헤더 패스를 받은 김건희가 왼발 터닝슛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이른 시간 득점으로 인해 수원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후반 11분 왼쪽 윙백 이기제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김경재의 발에 걸려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제리치가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수원은 동점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강하게 제주를 몰아세웠다. 제주의 남기일 감독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공민현, 조성준을 빼고 류승우, 진성욱을 투입해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중요한 변수가 찾아온 시점은 후반 35분이었다. 김영욱이 김민우의 쇄도를 막는 과정에서 반칙을 범했고, 두 번째 경고로 퇴장을 받았다.
 
수적인 우세를 안은 수원은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40분 이기제가 띄어준 프리킥이 헨리에게 향했고, 헨리는 특유의 높은 신장을 이용한 헤더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수원은 한 골 차를 지켜내며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신바람 일으키는 박건하호, K리그 선두 경쟁 뛰어들다
 
올 시즌 잘 나가는 두 팀 간의 맞대결이었다. 제주는 승격팀임에도 불구하고 짠물 수비를 통해 1위 전북 다음으로 최소 패배를 당할만큼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고 있다. 수원은 강현묵, 정상빈 등 수원 유스 메탄고 출신들을 앞세워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밑바닥까지 추락한 명가의 자존심을 살리는 과정이었다.
 
수원의 한 가지 고민이라면 제리치의 활용 방안이다. 제리치는 과거 강원으로 뛰던 2018시즌 24골을 터뜨리며 K리그 최정상급 외국인 공격수로 평가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장기간 슬럼프에 빠졌다. 제리치는 올 시즌 리그 1골에 머물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음에도 박건하 감독은 적극적으로 주전으로 기용하는 믿음을 보였다.
 
이날 수원은 제주전에서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흐름이었다. 그러나 박건하 감독은 전반에 페널티킥을 허용했던 장호익과 아쉬운 득점 찬스를 놓친 강현묵을 과감하게 불러들이고 수비수 헨리, 공격수 김건희를 투입해 빠르게 변화를 줬다.
 
이것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헨리가 들어가면서 수원의 수비진은 한층 안정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김건희의 가세로 공격력은 한층 배가됐다. 후반 5분 첫 골은 투톱 제리치와 김건희의 합작품이었다. 제리치는 올 시즌 첫 번째 도움을 기록한 데 이어 후반 13분 페널티킥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40분에는 교체 투입된 수비수 헨리가 결승 헤더골을 작렬하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제리치는 지난 주말 전북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한층 향상된 경기력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더니 이번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폭발시키며 박건하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수원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9일 전북과의 13라운드에서 승리하며 독주 체제를 내달리던 전북의 무패 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도 앞 선에서 고승범, 강현묵 등 기동력이 좋은 미드필더들의 강한 압박으로 전북의 빌드업을 차단하고, 10대 공격수 정상빈의 역습을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 이어 K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제주를 상대로 탁월한 용병술과 선수들에 대한 믿음으로 0-2로 뒤진 흐름을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최근 4경기 연속 무패에 힘입은 수원은 단숨에 3위로 등극했다. 2위 울산과의 승점차를 1점, 1위 전북과는 4점차로 좁히며 선두권까지 바라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박건하호의 선전으로 올 시즌 K리그를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 요소가 생겼다.
 
하나원큐 K리그1 2021 15라운드 (2021년 5월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수원 3 - 김건희 51' 제리치 58' 헨리 85'
제주 2 - 주민규 17' 48+'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수원 박건하 제리치 김건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뢰도 있고 유익한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