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8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방문경기에서 6-8로 뒤진 9회초 대거 3점을 뽑아 9-8로 극적인 승리를 낚았다. 롯데는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마무리 김원중이 등판한 가운데 이대호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날 엔트리에 등록된 롯데 포수 김준태와 강태율이 경기 도중 모두 교체됐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포수로 출전한 것은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승리 후 포수 장비를 쓴 이대호가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롯데가 8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방문경기에서 6-8로 뒤진 9회초 대거 3점을 뽑아 9-8로 극적인 승리를 낚았다. 롯데는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마무리 김원중이 등판한 가운데 이대호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날 엔트리에 등록된 롯데 포수 김준태와 강태율이 경기 도중 모두 교체됐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포수로 출전한 것은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승리 후 포수 장비를 쓴 이대호가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가 선두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드라마같은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9회에 2점차 열세를 뒤집고 철옹성같던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무너뜨렸다. 이날 경기에선 롯데 이대호가 프로 커리어 최초로 포수 마스크를 쓰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8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신한은행 SOL KBO리그 경기에서 롯데는 6-8로 뒤진 9회초 대거 3점을 뽑아 9-8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전날 1-4 패배를 설욕한 롯데는 9위 한화 이글스에 반게임 차로 따라붙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명승부였다. 삼성 에이스 뷰캐넌이 등판했음에도 롯데는 1회초 이대호의 2점 홈런 등으로 3점을 먼저 뽑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2회말 들어 삼성이 반격에 나서며 단숨에 4-3으로 역전시켰다. 삼성은 4회에도 오재일이 이적 후 시즌 첫 3점 홈런으로 쏘아올리며 7-3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롯데는 7회 한동희가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6-7로 바짝 추격으나, 삼성은 8회말 김상수의 적시타로 다시 1점을 추가, 8-6으로 달아났다. 삼성은 승리를 굳히기 위하여 8회부터 마무리 오승환을 조기 등판시켰다. 끝판대장답게 오승환은 8회 2사 1,2루의 위기를 잘 막아내며 승기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진짜 '롯데시네마'는 9회부터가 본편이었다. 1사 만루에서 장두성의 유격수 땅볼로 1점을 만회한 롯데는 계속된 2사 1, 3루에서 대타로 투입된 이병규가 우익수 앞 안타를 때려, 8-8 동점을 만들었다. 300세이브 대기록에 빛나는 오승환의 올시즌 첫 블론 세이브였다. 기세를 탄 롯데는 마차도의 1타점 2루타까지 나오면서 기어코 9-8로 경기를 뒤집었다.

9회말에는 이대호의 깜짝 포수 등장이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이날 엔트리에 등록한 롯데 포수인 김준태와 강태율이 모두 교체된 상황이었다. 허문회 감독은 고심 끝에 남은 야수자원 중 최고참인 이대호를 포수로 선택했다. 이대호는 고교 때 잠시 포수를 본 경험은 있지만 그때도 주포지션은 아니었고, 프로에서는 내내 1루수와 3루수만 소화했다.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본 야구팬들의 반응은 포수 장비를 착용한 이대호의 모습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며 박장대소하는 분위기였다.

불안한 1점차 리드 상황이었지만, 롯데는 마지막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포수 이대호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이대호는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블로킹과 안정된 프레이밍을 선보이며 기대 이상의 수비 센스를 발휘했다.

이대호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김원중은 오재일-박해민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사 2,3루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헌곤을 3루쪽 파울 플라이로, 대타 강민호를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길었던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시즌 개막 이후 부진의 늪에 허덕이던 롯데로서는 선두 삼성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은 경기였다.

다만 롯데로서는 역전승에도 불구하고 곱씹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경기이기도 했다. 이날 승부의 분수령은 7-8로 따라붙은 2사 1, 3루에서 교체된 포수인 강태율의 타석 때 이병규를 대타로 내세우면서 동점을 만들어낸 순간일 것이다. 여기서 아웃당했다면 경기는 그대로 롯데의 패배로 끝났을 것이다. 다행히 대타 작전이 적중하면서 이후 마차도의 역전 결승타와 이대호의 포수 기용이라는 나비효과로 이어졌다. 이 장면만 놓고보면 허문회 감독의 총력전 승부수가 통한 셈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운영 측면을 놓고 봤을 때 연장승부도 아닌 정규 9이닝으로 끝난 경기에서 모든 포수 자원을 일찍 소모하여 야수를 포수로 투입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는 것은 오히려 반성이 필요한 장면일 수도 있다. 아무리 최근 야수의 투수 등판같은 '포지션 파괴'가 잦아졌다고 하지만 포수는 야구에서도 특수 포지션으로 불릴만큼 안정감이 생명이다.

롯데가 9회 역전에 성공했지만 엄연히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던 상황. 그것도 1점차 승부에서 마스크를 쓸 전문 포수 없이 수비를 해야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핸디캡이었다. 실제로 롯데는 마지막 이닝에 1사 2, 3루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필 이대호를 꼭 포수로 썼어야만 했는지도 의문이다. 포수 경험이 없는 것은 다른 야수들도 마찬가지지만 이대호는 이미 불혹을 바라보는 노장인데다 타선의 중심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엄청난 거구에 무릎부상 전력까지 있는 이대호에게 내내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플레이를 해야하는 포수 포지션을 넘긴 것은 자칫 부상 위험과 체력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롯데 구단측은 이대호가 포수 출전을 자청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겼으니 망정이지 역전패라도 당했다면 오히려 허문회 감독의 선수기용은 엄청난 역풍을 감당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포스트시즌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어지간해서 두 번은 연출돼선 안 되는 장면인 이유다.

한편 삼성은 믿었던 마무리 오승환이 무너지며 1패를 당한 것보다 이학주의 부진이 더 뼈아팠다. 오승환이 9회 전준우와 한동희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1사 1,2루 위기를 자초하기는 했지만 다음 타자인 안치홍을 상대로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을 유도해내며 경기를 마무리지을 기회를 잡았다. 타이밍상 병살이 충분히 가능했고 최소한 아웃카운트라도 늘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학주가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며 주자는 모두 세이프가 되었다. 수비가 제대로 되었다면 경기가 끝났어야 할 상황이었지만, 실수 하나로 1사 만루로 바뀐 것이다. 이런 상황은 천하의 오승환이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내야땅볼과 적시타가 이어지며 역전까지 허용하는 빌미가 됐다. 오승환이 이날 기록한 1.1이닝 4피안타 3실점은 모두 비자책점이었다.

이학주는 올시즌 29경기 만에 벌써 실책 7개를 범했다. 리그 전체 야수 중 키움 김혜성(8개)에 이어 2위며 수비율은 0.926으로 주전급 유격수 중 최악이다. 공격에서도 타율 .250에 그치고 있다. 유격수는 공격이 좀 떨어지더라도 수비가 더 강조되는 포지션인데 그는 공수 모두에서 아직까지 특별히 인상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학주는 2019년 1군 데뷔 이후 주전 유격수이던 김상수를 2루수로 밀어낼만큼 팀의 전폭적인 기대를 받았지만 매년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며 좀처럼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이번에는 본인의 실수 하나로 다 이긴 경기를 날리는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 뼈아픈 1패가 삼성과 이학주의 행보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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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이대호 이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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