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가 재한 외국인들의 '쓰리픽스 챌린지'라는 색다른 도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쓰리픽스 챌린지는 국내 3대 명산이자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꼽히는 한라산(1,947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을 24시간 내에 주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쓰리픽스 챌린지는 제한시간 내에 등반부터 이동, 식사, 수면까지 해결해야 하는 엄청난 강행군이다. 본토와 떨어져 있는 섬인 제주도 한라산에서 시작하여 한반도 최북단에 있는 단순한 이동거리만도 만만치 않은 데다 악천후, 부상 같은 돌발변수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어서 전문 탐험가들일지라도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국내 최초로 영국 출신 탐험가 제임스 후퍼, KBO 레전드 야구 선수 니퍼트, 한국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조나단 프로우트, 주한 미 공군에서 복무 중인 현역군인 데이비드 로까지 4인이 이번 쓰리픽스 챌린지에 도전하는 멤버들이다. 네 사람 모두 이미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거주하여 한국문화와 생활에 익숙하고 <어서와>에도 출연한 경력이 있어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제임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3인은 말그대로 등산 초짜들이었다. 지난달 29일 방영된 첫 만남에서 멤버들은 기본적인 등산복장에서 체력에 이르기까지 등산에 무지한 '산알못'의 면모를 여과없이 드러내며 대장인 제임스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첫 훈련의 일환으로 약 3시간 거리 치악산을 90분 만에 등반하는 데 도전한 제임스 팀은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실패를 맛보며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지난 6일 방송된 2회에는 멤버들이 각자 개인 훈련으로 챌린지를 준비하는 모습들이 그려졌다. 치악산 등반 당시 팀의 가장 젊은 피임에도 꼴찌에 그치며 체면을 구긴 데이비드는 가족과 함께 포천 여행을 즐기면서도 훈련을 병행했다. 데이비드는 모래주머니를 가족이 탑승한 모노레일보다 먼저 하차지점에 도착하는 러닝대결을 펼치며 전의를 불태웠다. 함께 등산 하위권인 조나단과 함께 등산 학교를 방문하여 암벽훈련을 체험하기도 했다.

대장 제임스는 쓰리픽스 챌린지에서 멤버들의 이동시 운전을 맡아 줄 조력자로 줄리안과 알베르토를 섭외하는가 하면, 신준범 산악기자를 만나 챌린지 과정에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얻었다. 신 기자는 마지막 코스인 설악산 등반이 체력적으로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맏형 니퍼트는 훈련을 겸하여 챌린지 코스인 설악산을 사전답사했다. 니퍼트는 설악산의 험준한 지형과 기후를 미리 체험해가면서 목표했던 2시간 이내에 대청봉을 주파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제임스 팀이 마침내 쓰리픽스 챌린지를 시작하는 내용과 함께 시작부터 악천후가 몰아치며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을 암시했다.

재한 외국인들의 한국살이

2017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어서와>는 한국에서 생활 중인 외국인들이 자신의 모국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하여 함께 다채로운 관광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외국인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2020년 중반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외국인들의 입국과 여행이 한동안 어려워지자 재한 외국인들의 한국살이를 다루는 내용으로 컨셉트를 변경하기도 했다.

방송가에서 꾸준히 유행하고 있는 관찰 예능과 여행 포맷을 기반으로, 한국어를 전혀 모르거나 한국문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매력'이라는 참신한 설정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핀란드-영국 편 등은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많은 화제를 낳았고, 많은 일반인 외국인 스타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어서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이 바로 과도한 '국뽕' 위주의 연출이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비된 공항이나 휴게소의 위용에 놀라고, 초고속 와이파이가 터지는 인터넷에 감탄하고, 치킨-떡갈비-삼계탕-막걸리 등 한식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며 '역시 한국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게 <어서와>의 특징이었다. 한국에 대하여 부정적이거나 불편한 내용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프로그램 초창기에 출연한 프랑스 팀처럼 한국의 매운 음식을 힘들어하거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출연자들이 국내 누리꾼들의 악플에 시달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외국인 출연자들이 방송을 의식하며 부자연스러운 리액션을 보이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외국인의 다양한 시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보고싶은 것만 보여주고 듣고싶는 것만 들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반면 쓰리픽스 챌린지는 굳이 국뽕에 얽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한국의 매력을 보여주면서 외국인 출연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챌린지를 통해 네 사람은 한국 명산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것뿐 아니라 모금 활동까지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져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임스를 제외하고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4인방이 프로들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극한의 도전을 과연 완주해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여론이 지배적이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도전이 주는 설렘과 흥분, 같은 목표를 이뤄내기 위하여 뭉친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협동과 노력의 과정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있다. 각기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노력하는 외국인 4인방의 수평적 팀워크와 소통방식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어서와>는 쓰리픽스 챌린지에 이어 다양한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중이다. 7월 방송 예정인 '빌푸네 밥상' 특집은 한식을 사랑하는 핀란드 절친 4인방 빌푸, 빌레, 사미, 페트리가 핀란드에서 한식당을 열기 위해 한국에 한식 원정을 오는 여정을 담아 낼 예정이다.

핀란드 절친 4인방은 지난 '어서와' 출연 당시,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한국 문화에 흠뻑 빠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빌푸는 <어서와>를 통해 한국인 아내와의 결혼 소식을 전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동안 단조로운 관광여행과 국뽕 위주의 매너리즘에 식상해하던 시청자들에게 <어서와>의 장기 프로젝트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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