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SSG 랜더스는 선발 투수를 윌머 폰트로 낙점했다. 그러나 경기 전 폰트가 목 담 증세를 호소하면서 SSG는 급하게 선발 투수를 바꿔야 했다. 하필 엔트리에 변화를 주면서 투수 한 명이 적었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SSG의 선택은 대졸 신인 장지훈이었다.
 
선수 본인도 팬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선택이었다. 경험이 매우 부족할뿐더러 애초에 선발 투수로 등판할 준비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뷔 2일 차였던 장지훈은 데뷔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깜짝 등판' 장지훈, 졌지만 잘 싸웠다
 
 깜짝 선발 등판한 SSG의 신인 장지훈

깜짝 선발 등판한 SSG의 신인 장지훈 ⓒ SSG 랜더스

 
깜짝 등판한 장지훈은 이날 3이닝 동안 74개의 공을 던지며 2K 6피안타(1피홈런) 7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1회는 잘 막았다. 선두 타자 허경민을 송구 실책으로 출루시키긴 했지만, 후속 타자를 땅볼과 삼진으로 처리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2회에는 김인태에게 좌전 안타, 안재석에게 3루타를 맞으며 1실점을 했지만, 나머지 아웃카운트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3회의 투구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단 7개의 공으로 중심 타선을 침묵시키며 선발 투수로서의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4회에도 어김없이 마운드에 오른 장지훈은 두산의 타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홈런을 맞았고. 볼넷과 안타를 연속으로 내주며 결국 김택형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와야 했다. 기록만 보면 이날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깜짝 선발 등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자기 몫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경기 후 누구도 장지훈을 탓하지 않았다. 이날 장지훈은 졌지만 잘 싸웠다.
 
퓨처스리그에서부터 많은 경기에 등판해 기대를 받았던 장지훈은 지난달 8일 처음으로 1군 콜업을 받아 올라왔다. 그러나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다음날 바로 말소됐다.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간 장지훈에게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28일 다시 콜업된 것이다. 다음날인 29일 KT와의 경기에서 1사 만루 상황에 마운드에 오른 장지훈은 단 6개의 공으로 강백호와 알몬테를 삼진처리하며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신인답지 않게 배짱 있는 투구로 중심 타자들을 잠재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고 구속 144km의 직구를 기반으로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장지훈은 타자를 힘으로 이기는 스타일보다는 무브먼트가 있는 구종으로 맞춰 잡는 유형의 투수다. 그렇다고 해서 구속이 느린 편도 아니다. 30일 경기에서도 최고 143km에 이르는 직구를 구사했다. 팔이 싱싱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고교 시절 때까지 내야수로 활약했던 장지훈은 대학에 와서야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졸 사이드암 장지훈, SSG 마운드의 미래가 될까
 
 대졸 신인 장지훈은 SSG 마운드의 미래가 될까.

대졸 신인 장지훈은 SSG 마운드의 미래가 될까. ⓒ SSG 랜더스

 
매년 100여 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런데 그들 중 대학선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19명의 대학선수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됐다. 물론 적은 수는 아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대학선수들이 외면당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매년 굉장히 좋은 선수가 대학리그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도 몇몇 대학선수들이 눈에 띄는 상황인데, 그중 한명이 SSG의 장지훈이다.
 
올 시즌 SSG의 마운드는 불안하다. 야심차게 영입한 폰트와 르위키는 현재 제 몫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불펜도 안정적으로 뒷문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팀 평균자책점은 5.43으로 리그 꼴찌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 이런 SSG에게 대졸 신인 장지훈이 필요하다.
 
김해고와 동의대를 졸업하고 '2021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SSG 랜더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장지훈은 입단 당시에도 '가장 먼저 1군에 올라올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30일의 선발 등판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지만,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을 갑작스레 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SSG 마운드의 미래를 장지훈이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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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gur145145@naver.com
SSG 랜더스 장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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