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 농구단 선수들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 선수들 ⓒ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 홈페이지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비록 패했지만, 뜨거운 투혼으로 구단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전자랜드는 29일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KBL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 전주 KCC와의 최종 5차전에서 67-75로 패하며 2승 3패로 탈락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전자랜드는 정규리그 1위 KCC와 맞붙어 원정 1, 2차전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홈에서 3, 4차전을 연거푸 승리하며 승부를 이날 최종전까지 몰고 왔다.

'정규리그 1위' KCC 괴롭힌 전자랜드의 투혼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의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전자랜드는 이날도 경기 초반 24-13으로 11점 차 리드를 잡으며 연승의 기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선수층이 두꺼운 KCC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했고, 2쿼터에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때 14점 차로 벌어지며 사실상 승부가 기울었음에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전자랜드는 끈질기게 따라붙어 8점 차까지 좁히면서 희망의 끈을 붙잡았다.

끝내 드라마 같은 역전승은 없었지만, 후회 없는 일전을 치른 전자랜드 선수들에게 KCC 홈팬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로써 전자랜드는 18년 역사가 막을 내리게 됐다. 전자랜드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상태였다. 모기업이 경영난을 겪으며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고, 간판선수인 강상재가 군입대하고 김지완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CC로 이적하는 등 전력도 크게 약해졌다.

또한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든 탓에 전체 25억 원의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도 60% 정도인 15억 원만 쓰고 지갑을 닫아야 했다.

2003년 인천 SK를 인수해 프로농구에 뛰어든 전자랜드는 올 시즌뿐만 아니라 그동안 삼성, LG, SK, 현대모비스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구단들을 상대로 '다윗'처럼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다. 

잡초 같았던 전자랜드, 새 주인은 누가 될까 

비록 정규리그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한 번도 거두지 못했으나, 선수들의 투지와 감독의 전략으로 약점을 극복했다. 특히 2009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유도훈 감독은 9차례나 팀을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끈 전자랜드 역사의 산증인이다.

올 시즌 구단의 슬로건을 '내 인생의 모든 것'(All of My Life)을 정한 전자랜드는 코트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전자랜드의 마지막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욕심은 물론이고, 구단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야만 새로운 주인을 찾기도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정 덕분인지 개막 4연승을 거두며 잠깐이나마 단독 선두를 달렸고, 줄곧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했다. 

벌써 구단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전자랜드는 공개 입찰을 통해 모기업을 찾고 있다. 과연 전자랜드가 다음 시즌에는 어떤 이름과 모습으로 돌아오게 될지, 농구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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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자랜드 프로농구 유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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