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군산의 한 시골 초등학교에서 여자 아이들이 책을 읽고 카톡방에서 읽은 책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며 모임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궁금해서 인터뷰 약속을 잡고 학교 옆에 있는 '유기농 베이커리 NON 카페'로 갔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와플이라고 했다. 나는 오늘 아이들에게 와플을 쏘기로 했다. 나은이라는 아이의 엄마는 친한 동생이라 애들이 많이 몰려갈 거라며 와플을 반으로 잘라서 나누어 먹도록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째째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또 먹고 싶은 것 많고 한창 크는 아이들에게 양껏 먹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책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니 너무 사랑스럽지 않은가. 카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예쁜 소녀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르미 작가님이 아직 안 오셨나? 어디 계시나요? 구르미 작가님!"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냥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나를 작가라고 소개했나? 겨우 책 한 권 출간했을 뿐인데 부끄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묘했다.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고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아이들이란 걸 단번에 알아보았다. 갑자기 카페가 시끌시끌해졌다. 아이들은 들떠 보였다. 나는 인터뷰가 목적인데 아이들은 작가님은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했을까?
 
    얼글은 비공개니 가면을 씌운 북소녀들^^
▲ 북소녀와 인증샷  얼글은 비공개니 가면을 씌운 북소녀들^^
ⓒ 황금련

관련사진보기

 
주문한 와플이 나오자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자기 옆에 놓인 1인 1와플을 들여다보며 '와! 정말 대박이다!'라고 외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아이들이 마냥 귀엽고 예뻐 보였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모두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자주 읽었다고 말했다. 6살 때, 5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읽었다는 아이들. 책을 좋아하던 딸이 책을 외워서 이야기를 해주던 4살 때 모습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그땐 정말 '이 아이는 천재구나'라고 생각했다.

4학년인 이 아이들은 본인들의 모임명이 '북소녀'라고 소개했다. 이 모임을 제안한 제인이는 자신에게 책은 친구와 같다고 했다. 아현이는 자신에게 책은 '상상마을'이라고 표현했으며 책을 읽고 뒷 이야기를 상상할 때가 가장 재미있다고 말했다.

나은이는 보면 볼수록 흥미진진해서 빠져드는 책을 좋아하고 <고양이의 복수>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은이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재미있어서 여러 번 읽었다면서 주로 전래동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예서는 <가짜 독서왕>이 제일 재미있었고 '나에게 책은 삽이다'라고 종이에 적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책은 파도 파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니까'라고 대답했다. 

주은이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너무 재미있게 여러 번 읽었다고 말했다. 예란이는 원래 '북소녀'가 아닌데 작가님 만난다는 말을 듣고 따라왔다가 바로 회원가입을 한 친구다. 처음에는 수줍은 듯 조용했지만 역시 친구들은 비슷 비슷하게 모이나보다. 이 아이 역시 책 이야기를 할 때 눈이 반짝거리고 말도 매우 잘 했다.

'북소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그저 감탄사가 나올 뿐! 입이 떡 벌어지다가 아이들의 순수함에 빠져 같이 웃다가 어떻게 1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아이들 덕분에 내가 더 즐거웠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이 걱정이라는 이 현실 속에서 '북소녀'는 내가 발견한 보물이다.

환경을 주제로 이야기 할 때 아이들은 엄마와 나눈 이야기도 들려주고 자신들이 실천하고 있는 지구를 위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도 해줬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고, 일회용품은 안 쓰고, 쓰레기 줍기도 하고, 엄마를 도와 분리수거도 많이 해봤다고 말하는 '북소녀'들을 보며 희망의 빛을 보았다. 

"어른들보다 너희들이 훨씬 훌륭하구나. 오늘은 진짜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배우는 날이구나. 오늘 만나줘서 정말 고맙다."

나는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때 한 아이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 나를 빵 터지게 만들었다.

"아니예요. 오히려 저희가 감사하죠. 작가님은 처음 만나봐요. 집에 가서 엄마랑 언니한테 자랑할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나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내가 사인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기 바빴다. 갑자기 벌어진 팬사인회에 부끄러워 몸이 간질간질했지만 기분은 꽤 괜찮았다.

다 같이 인증샷을 찍어야 한다면서 아이들은 내 옆과 뒤로 붙어 브이 포즈를 취하며 까르르 웃었다. 나는 가운데에 앉아 쌍브이를 만들어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제발 잘 나오길 바라며. 잠깐 환경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제안한 4행시 짓기도 기꺼이 응해 주었다. 그 중에서 2편을 소개하고 싶다.
 
환 - 환경을 보호하세요.
경 - 경보음이 삐용삐용 울리는 지구를
보 - 보호해야 해요.
호 - 호호 하하 웃음꽃이 피는 지구를 만들어 보아요.

환 - 환경을 보호하세요!
경 - 경고할게요!
보 - 보호하세요! 한번 더 생각하세요!
호 - 호랑이가 멸종되고 모든 것이 죽어가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어요. 먹이사슬을 지키고 모두모두 행복합시다. 

지금도 아이들의 재잘재잘 거리는 소리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 - 개인 브런치에도 올라갑니다.


태그:#북소녀, #특별한 만남, #순수함, #갑자기 팬사인회 , #책이 좋은 아이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그림책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소박한 선생님으로, 엄마로, 딸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