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첫 데뷔전에서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보였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2021시즌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홈경기에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날 3회초 2사 2, 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4.1이닝 5피안타(1홈런) 1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대담한 양현종의 호투, 위기관리 능력 빛났다
 
경기를 앞두고 에인절스전에 콜업된 양현종은 팀이 4-7로 뒤진 3회초 2사 2, 3루 위기 상황에서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심지어 첫 상대는 4번 타자 랜던.

양현종은 1구를 89.6마일(144.2km)짜리 포심 패스트볼로 선택했다. 이후 볼카운트 2-2에서 랜던의 몸쪽으로 90.6마일(145.8km)짜리 포심 패스트볼로 승부했고, 랜던의 타구는 2루수 뜬공에 그쳤다.
 
무사히 위기를 넘긴 양현종은 4회초 자레드 월시, 저스틴 업튼, 앨버트 푸홀스를 상대로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양현종은 5회초 선두 타자 호세 이글레시아스, 커트 스즈키를 모두 내야 땅볼로 잡아낸데 이어 데이비드 플레처까지 중견수 끈공으로 마무리지었다. 7타자 연속 범타였다.
 
하지만 6회에는 다소 흔들렸다. 오타니와의 한일 대결로 관심을 모았는데 기습번트로 인해 첫 피안타를 내줬다. 이후 트라웃의 내야 안타로 무사 1, 2루 상황을 맞은 양현종은 랜던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월시에게 2루타를 맞고 1실점했다. 후속 타자 업튼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유도하며 메이저리그 첫 삼진을 기록했다. 푸홀스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틀어막는데 만족해야 했다.
 
양현종은 7회초 선두 타자 이글레시아스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불안함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플레처, 세블러, 트라웃과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하며 이닝을 마감했다. 텍사스는 8회초 양현종 대신 조시 스보츠를 마운드에 올렸다.
 
서른 셋에 이뤄낸 메이저리거 꿈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경기 후 'MLB.com'은 "한국프로야구(KBO) 베테랑인 양현종이 효과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라며 "양현종은 경기 시작 몇 시간을 앞두고 콜업됐다. 1989년 스티브 윌슨(5.1이닝) 이후 데뷔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던진 구원 투수"라고 덧붙였다.
 
이날 에인절스전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양현종은 곧바로 데뷔전까지 치르는 영광을 누렸다. 통산 24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그가 되는 순간이었다.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양현종은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 정상급 투수로 평가받았다. 언제나 꿈은 메이저리거였다. 2014시즌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지만 KIA와 텍사스가 포스팅 금액 협상에서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2016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 양현종은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문제는 성적이었다. 10승 12패로 부진한 시즌을 보낸 탓에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많은 돈을 쓰길 꺼려했다.
 
KIA와 4년 계약 후 다시 FA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지난해 11월 세 번째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KBO리그 14년간 통산 147승을 올렸으나 이미 나이는 33살로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었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진입을 보장하지 않는 스플릿 계약(신분에 따라 연봉에 차등을 주는 계약)을 통해 텍사스에 입단했다. 연봉·인센티브 총액은 185만 달러(약 20억5000만 원)다.
 
양현종은 다섯 차례 시범경기에서 10이닝 동안 12피안타 10탈삼진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해 결국 개막전 로스터 입성에 실패했다. 양현종은 '택시 스쿼드(원정 예비 선수)'로 원정 경기에 동행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신설한 제도로 유사시 원정에 데려가는 예비 선수인데 홈경기에는 대체 훈련지에서 메이저리그 콜업을 기다렸다.
 
마침내 27일 에인절스전에서 꿈을 이뤘다. 트라웃, 랜던, 오타니 등 강타자들이 즐비한 에인절스 타선을 상대로 양현종은 대담한 피칭을 선보이며 데뷔전을 즐겼다.
 
양현종은 경기 후 현진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첫 등판으로는 재미있게 던진 것 같다"며 "메이저리그는 꿈의 무대다. 자주 등판해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늦은 나이에 뛰어든 메이저리그지만 양현종의 도전은 지금부터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양현종 메이저리그 텍사스 에인절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뢰도 있고 유익한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