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도 빗줄기가 쏟아졌다. 축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라 불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13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최고의 팀 레알 마드리드가 휘청거렸다. 어웨이 팀 첼시 FC 선수들이 탄탄한 조직력으로 좀처럼 빈틈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판 골잡이 카림 벤제마가 아니었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벤제마 덕분에 무기력하게 패하지는 않았으니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피치를 빠져나왔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첼시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28일(수) 오전 4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에서 벌어진 2020-2021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1-1로 비겨 이스탄불로 가는 결승행 티켓 욕심을 부릴 수 있게 됐다.

벤제마의 놀라운 가위차기 동점골

게임 시작 후 20분 가까이 그곳이 마드리드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어웨이 팀 첼시 FC의 조직력이 놀라웠다. 가장 눈에 띈 현상은 레알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축구 도사들이 공 소유권을 좀처럼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첼시 FC 선수들은 짧고 정확한 패스로 탈압박을 잘 했다는 점이다. 역시 그 중심에는 쉼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가 있었다. 단순히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뛰어넘어 올 라운드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기질이 돋보인 날이었다.

3년 전 이 대회 3년 연속 우승 위업을 이룬 레알 마드리드가 다시 그 영광을 누리기 위해 야심차게 달려들었지만 토니 크로스, 카세미루, 루카 모드리치 등 그들이 자랑하는 미드필더들은 첼시 FC의 압박과 효율적인 공 돌리기에 빈손으로 돌아서는 장면들이 더 많았다.

10분만에 첼시 FC의 첫 골이 터지는 줄 알았다. 골잡이 티모 베르너가 레알 마드리드 골문 바로 앞에서 노마크 슛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아찔한 위기를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막아냈다. 친정 팀과의 만남에서 이렇게 일찍 무너질 수 없다는 듯 쿠르투아의 침착한 대응이 레알 마드리드를 구한 것이다.

그러나 14분에 결국 첼시 FC의 첫 골이 나왔다. 수비수 뤼디거가 기습적인 로빙 패스를 넘겨주었고 레알 마드리드 수비 라인을 허물고 빠져들어간 풀리시치가 비교적 어린 나이(만 22살)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터치와 드리블로 완벽한 골을 넣은 것이다. 4분 전 슈퍼 세이브로 팀을 구한 티보 쿠르투아도 풀리시치의 방향 전환 드리블을 따라가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예상 못한 게임 흐름 앞에 흔들렸고 빗줄기가 더 눈앞을 가리는 듯 보였다. 여기서 간판 골잡이 카림 벤제마라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큰 망신을 당할 뻔했다. 22분에 벤제마의 왼발 중거리슛이 그들을 깨웠다. 비록 골문 안으로 날아들지는 않았지만 첼시 FC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벤제마가 과감하게 날린 왼발 슛은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나갔다.

이 순간을 계기로 레알 마드리드 필드 플레이어들이 제자리를 잡고 자신들이 준비한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7분 뒤 그림같은 동점골이 나왔다. 역시 카림 벤제마였다.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짧게 연결한 레알 마드리드는 주장 완장을 찬 마르셀루의 왼발 크로스로 동점골을 노린 것이다. 길게 날아간 크로스는 카세미루와 에데르 밀리탕의 헤더 패스를 거쳐 벤제마에게 넘어왔다. 이 공 역시 벤제마의 이마에 맞고 솟구친 것이어서 마무리가 쉽지 않았지만 그는 탁월한 골잡이였다. 중심을 낮추며 오른발 가위차기를 그대로 꽂아넣은 것이다. 골문을 지키고 있던 첼시 FC 골키퍼 에두아르 멘디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입만 크게 벌리며 놀랄 뿐이었다.

후반전 중반 홈 팀을 이끌고 있는 지네딘 지단 감독은 첼시 FC 출신의 유능한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를 교체 선수로 들여보냈지만 끝내 역전골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첼시 FC도 티모 베르너 대신 들어간 카이 하베르츠가 날카로운 공간 침투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라파엘 바란이 버티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수비벽을 더이상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이제 두 팀은 다음 달 6일 장소를 런던에 있는 스탐포드 브리지로 옮겨 이스탄불행 결승전 티켓을 놓고 한 번 더 만나야 한다.

2020-2021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결과
(28일 오전 4시,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CF 1-1 첼시 FC [득점 : 카림 벤제마(29분,도움-에데르 밀리탕) / 크리스티안 풀리시치(14분,도움-안토니오 뤼디거)]

레알 마드리드 CF 선수들
FW : 비니시우스 주니오르(65분↔에당 아자르), 카림 벤제마(90+2분↔로드리고)
MF : 마르셀루(77분↔마르코 아센시오), 토니 크로스, 카세미루, 루카 모드리치, 다니 카르바할(77분↔알바로 오드리오졸라)
DF : 나초, 라파엘 바란, 에데르 밀리탕
GK : 티보 쿠르투아

첼시 FC 선수들
FW : 메이슨 마운트, 티모 베르너(66분↔카이 하베르츠), 크리스티안 풀리시치(66분↔하킴 지예흐)
MF : 벤 칠웰, 조르지뉴, 은골로 캉테,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66분↔리스 제임스)
DF : 안토니오 뤼디거, 티아구 시우바,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
GK : 에두아르 멘디

◇ 다른 준결승 1차전 일정(4월 29일, 목요일 오전 4시 파르크 데 프랭스 - 파리)
파리 생 제르맹 - 맨체스터 시티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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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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