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 뉴욕타임스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거머쥐면서 외신도 "아카데미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라며 주목했다.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윤여정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이 처음이고,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수상이 확실치 않았다"라며 "윤여정의 가장 큰 경쟁자는 글렌 클로스였을 것이고, 미국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을 차지한 데 이어 (미국 아카데미도) 윤여정의 승리로 끝났다"라고 전했다.

<힐빌리의 노래>로 후보에 오른 클로스는 올해까지 총 8차례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으나, 안타깝게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이어 "윤여정은 노련한 신스틸러(sly scene-stealer)"라며 "그는 '미나리'에서 딸의 가족에게 장난끼와  전통적인 지혜, 전쟁과 가난을 비롯해 여러 역경에 대한 무언의 기억을 스며들게 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윤여정이 "많은 유럽인이 나를 '여영'이나 '유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늘만큼은 모두 용서하겠다"라고 말한 수상 소감을 전하면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또 한 번 재치 있는 소감을 선사했다"라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시상식 후 열린 백스테이지 기자회견에서도 "브래드 피트는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하지 않았다"라며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웃음을 자아냈다. <미나리>의 공동 제작자이기도 한 피트는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등장했다. 

무례한 질문도 여유롭게 받아친 대배우 

그러면서 윤여정은 최근 미국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고, 무지개처럼 여러 가지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라며 "남성이나 여성, 백인 또는 흑인과 황인,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진 똑같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윤여정은 피트와 함께 찍을 때 어떤 냄새가 났냐는 한 외신 기자의 무례한 질문에 대해서도 "나는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난 개가 아니다"라고 날카로우면서 재치있게 받아쳤다.

AP통신은 "올해 73세의 윤여정이 한국에서 50년 넘게 배우 커리어를 쌓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상까지 탔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수상했지만, 한국 배우들의 연기상 수상은 불발에 그쳤다는 것을 덧붙였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의 브라이언 후 영화학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아카데미 수상은 윤여정이 '미나리'에서 보여준 연기뿐 아니라 한국의 수많은 유명 감독들과 함께 작업했던 그의 연기 인생이 절정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여정의 수상은 미국의 많은 아시아계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여정 미나리 아카데미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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