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는 지난 3월 28일(이하 한국시각) UFC 260에서 열린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를 2라운드 KO로 꺾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난 2018년1월 미오치치에게 판정으로 패한 후 3년2개월 만의 재대결에서 화끈한 KO승으로 설욕에 성공한 것이다. 은가누는 첫 번째 타이틀전 패배 후 두 번째 타이틀전을 치르기까지 5명과 싸워야 했다(4KO 1패).

물론 라이트급의 프랭키 에드가와 그레이 메이나드, 웰터급의 타이론 우들리와 스티븐 톰슨, 미들급의 앤더슨 실바와 크리스 와이드먼, 헤비급의 다니엘 코미어와 미오치치처럼 공백을 두지 않고 연전을 벌이는 파이터들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두 선수가 1차전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접전을 벌였거나 석연치 않은 변수(반칙이나 부상)로 허무하게 승부가 났을 때 등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오는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베터런스 메모리얼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261 대회에서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과 도전자 호르헤 마스비달은 9개월 만에 다시 맞대결을 벌인다. 마스비달 입장에서는 챔피언이 아님에도 두 경기 연속 타이틀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과연 UFC를 대표하는 '상남자' 마스비달은 3차 방어까지 성공한 챔피언 우스만을 꺾고 웰터급의 새로운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UFC 261에서는 카마루 우스만(왼쪽)과 호르헤 마스비달전을 포함해 3체급의 타이틀전이 열린다.

UFC 261에서는 카마루 우스만(왼쪽)과 호르헤 마스비달전을 포함해 3체급의 타이틀전이 열린다. ⓒ UFC

 
 거칠게 성장해 온 '길거리 싸움' 출신 파이터

UFC 파이터들은 대부분 레슬링의 존 존스, 복싱의 은가누, 주짓수의 데미안 마이아처럼 베이스가 되는 주종목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많은 싸움을 하며 자란 마스비달은 길거리 싸움, 소위 '스트리트 파이터' 출신이다. 이제는 종합격투기 50전을 앞둔 베테랑 파이터가 된 현재도 "나는 무도가가 아닌 싸움꾼이다"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2003년 플로리다의 중소단체 AFC를 통해 프로파이터로 데뷔한 마스비달은 3년 만에 AFC 웰터급 챔피언에 오른 후 불독파이트,스트라이크포스,벨라토르 등 여러 단체를 오가며 활동했다. 2011년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길버트 멜렌데즈에게 패하며 챔피언 등극이 좌절된 마스비달은 2013년 UFC가 스트라이크포스를 흡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옥타곤으로 전장을 옮겼다. 

마스비달은 UFC 데뷔 후 10경기에서 6승4패라는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4패 중 3패가 접전 끝에 당한 1-2 스플릿 판정패였다. 게다가 마스비달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들 역시 알 아이아퀸타, 벤슨 헨더슨, 로렌즈 라킨 등 전 챔피언이나 타이틀전 경험자 등 만만치 않은 전적을 가진 실력자들이었다. 스플릿 판정으로 패한 3경기 모두 마스비달의 손을 들어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마스비달의 선전이 돋보인 경기었다.

헨더슨,라킨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자신감이 올라간 마스비달은 2016년7월 로스 피어슨을 상대로 여유 있는 판정승을 거두며 격투기 데뷔 후 첫 3연패의 위기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5개월 후에는 당시 웰터급에서 가장 수준 높은 그래플링 기술을 구사하는 제이크 엘렌버거를 1라운드 KO로 잡아내며 연승을 달렸다(물론 엘렌버거가 발가락 부상을 당하는 변수가 있었지만 부상이 없더라도 마스비달이 승리했을 거라는 게 격투팬들의 중론이었다).

연승을 달린 마스비달은 한 달 후 'UFC의 공무원' 도널드 세로니를 2라운드 KO로 제압하며 웰터급 5위로 올라섰다. 세로니를 꺾은 후에는 웰터급의 상위랭커 데미안 마이아와 톰슨에게 연패를 당하며 주춤했지만 여전히 마스비달이 웰터급 상위랭커들을 긴장시킬 파이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8년 한 번도 옥타곤에 오르지 않았던 마스비달은 2019년에만 3승을 챙기며 201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9개월 전 패배 설욕하고 웰터급 왕좌 오를까

마스비달은 2019년3월 영국 파이터 데런 틸을 런던에서 2라운드 KO로 제압하며 승리와 함께 명승부 보너스와 퍼포먼스 보너스까지 수령했다. 그리고 그 해 7월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던 벤 아스크렌을 상대로 경기 시작과 함께 그림 같은 플라잉 니킥으로 UFC 최단 시간(5초) KO 신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가치를 부쩍 끌어 올렸다. 마스비달은 11월 네이트 디아즈마저 닥터스톱 KO로 꺾으면서 BMF 챔피언(일종의 '상남자 챔피언')에 등극했다.

당시 웰터급 챔피언 우스만의 2차 방어전 상대는 영국의 리온 에드워즈로 결정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에드워즈가 영국에 발이 묶였고 다음 순번이었던 길버트 번즈마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결국 마스비달이 대회 6일을 앞두고 타이틀전을 수락했고 급하게 체중을 뺀 후 우스만과 경기를 가졌다. 마스비달은 만장일치 판정으로 우스만에게 패했지만 챔피언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화끈한 경기를 펼치며 격투팬들의 극찬을 받았다.

마스비달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 챔피언 우스만은 코로나19로 타이틀전을 치르지 못했던 번즈와 3차 방어전을 치렀고 3라운드 KO승을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 번즈를 잡으며 웰터급의 상위랭커들을 대부분 정리한 우스만은 마스비달에게 먼저 2차전을 하자고 제안했고 두 선수는 타이틀전을 치른 지 9개월 만에 재대결이 성사됐다. 오퍼를 받고 6일 후에 옥타곤에 올랐던 1차전과 달리 이번에는 마스비달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우스만은 타격이 강한 선수는 동체급 최고의 힘을 앞세운 그라운드 압박으로 무력화시키고 그래플링에 강점이 있는 선수는 타격으로 압도해 버리는 '완전체'에 가까운 챔피언이다. 복싱과 킥복싱 베이스의 타격가 마스비달을 상대로는 분명 그라운드 경기를 통해 마스비달을 지치게 하는 전략을 들고 나올 확률이 높다. 1차전과 달리 우스만을 충분히 분석한 마스비달이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지 주목되는 경기다.

한편 13개월 만에 유관중으로 열리는 UFC 261에서는 우스만과 마스비달의 웰터급 타이틀전을 포함해 총 3개 체급의 타이틀전이 열린다. 여성 플라이급의 최강자 발렌티나 셰브첸코는 플라이급 랭킹 1위 제시카 안드라데를 상대로 5차 방어전을 치른다. UFC 유일의 동양인 챔피언인 여성 스트로급의 장웨일리는 전 챔피언 로즈 나마유나스를 상대하는 2차 방어전을 통해 장기집권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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