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을 패러디하며 인종차별 코미디를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한 칠레 방송 사태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방탄소년단을 패러디하며 인종차별 코미디를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한 칠레 방송 사태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 뉴욕타임스

 
칠레의 한  TV 코미디쇼가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패러디하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칠레 공중파 채널 메가 TV가 현지시각으로 지난 10일 방송한 코미디쇼 '미 바리오'(Mi Barrio)의 한 코너에서 5명의 남성이 등장했다. 

진행자가 소개를 부탁하자 첫 남성이 '김정은'이라고 답했고, 나머지도 '김정-도스'(Dos·스페인어로 숫자 2), '김정-트레스'(Tres·3), '김정-콰트로'(Cuatro·4), '후안 카를로스'라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름의 '은'이 '1'을 뜻하는 스페인어 '은'(Un)과 같다는 것을 활용해 패러디한 것이다. 진행자도 "북한 지도자의 이름을 붙인 것이냐"라며 웃었다.

이어 진행자가 진짜 이름이 뭐냐고 재차 묻자 이들은 차례로 뷔, 정국, 아구스트D, 제이홉, 진이라고 답하며 자신들이 방탄소년단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어를 할 수 있냐는 물음에 우스꽝스러운 중국어를 했고, 진행자가 무슨 뜻이냐고 하자 한 명이 "나 백신 맞았다"라고 답하면서 웃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및 증오범죄가 늘어난 것을 희화화한 것이다.

이 방송이 전파를 타자 방탄소년단 팬들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일어났다. 가장 먼저 칠레의 방탄소년단 팬들이 공식 트위터 계정에 "그들의 농담은 아시아 공동체가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차별적 공격을 고려할 때 극도로 무감각하다"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또한 칠레의 방송 감독 당국인 국가TV위원회(CNTV)에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1천 건 넘는 민원을 제기하며 압박에 나섰다.

"재미라 아니라 역겹다"
 
 방탄소년단을 패러디하며 인종차별 코미디를 했다가 비판이 쏟아진 칠레 방송의 코디미 프로그램 갈무리.

방탄소년단을 패러디하며 인종차별 코미디를 했다가 비판이 쏟아진 칠레 방송의 코디미 프로그램 갈무리. ⓒ 칠레 메가 TV

 
논란은 '인종차별은 코미디가 아니다'(Racism is not comedy)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했고, 한 누리꾼은 "인종차별을 넘어 아시아인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지금 상황에서 이런 농담은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역겹다"라고 썼다.

해당 방송국은 이튿날 "칭찬도, 비판도 모두 인정한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가,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결국 12일 성명을 내고 "누구도 불쾌하게 하거나 모욕하고, 상처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라며 "마음 상한 모든 이에게 사과하고, 개선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를 전하면서 "인종차별, 특히 아시아인 차별에 대한 전 세계의 감수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아미'(ARMY)로 불리는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충성도가 강하기로 유명하다"라며 "이번 논란을 코로나19 사태로 확산하고 있는 아시아인 증오라는 더 큰 사회적 문제로 연결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방탄소년단 팬들이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유세 입장권을 대거 예매한 뒤 불참해 트럼프 선거캠프를 당혹하게 만들었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칠레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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