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러 이름으로 변경됐지만 흔히 5급 공무원을 뽑는 행정고시와 외교관을 뽑는 외무고시, 그리고 법조인을 선발하는 사법고시가 대한민국의 '3대고시'로 불렸다. 학원가가 모여 있는 노량진이나 원룸이 많은 신림동 일대에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여 고시촌이 형성되기도 했다(물론 고시촌에는 언젠가부터 고시생들보다 대학 입시생들이나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더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되는 법조인을 선발하는 사법시험은 방대한 공부의 양과 어려운 난이도, 낮은 합격률 등으로 많은 고시생들에게 좌절을 안겨줬다. 심지어 과거 각 지역의 고시촌에는 10년 가까이 사법 시험을 준비하다가 청춘의 중요한 시기를 날려 버린 '장수 고시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결국 1963년에 시작된 사법시험은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로스쿨로 불리는 법학전문대학원이 생겨 변호사들을 양산하고 있다. 오는 14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수목드라마 <로스쿨>은 일반 대중들에겐 낯설었던 로스쿨 속 학생과 교수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1월에 종영된 Olive TV의 화요드라마 <은주의 방> 이후 활동이 뜸했던 류혜영이 대한민국 일류대의 로스쿨 학생 강솔A를 연기하며 오랜만에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독립영화 위주로 활동하다 <응팔>로 잠재력 폭발
 
 류혜영은 <응답하라1988>에서 까칠하지만 속 깊은 성가네 맏언니 역할을 잘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류혜영은 <응답하라1988>에서 까칠하지만 속 깊은 성가네 맏언니 역할을 잘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 tvN 화면 캡처

 
류혜영은 계원예고 재학 당시 단편영화 <여고생이다>를 통해 배우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곰이 나에게>와 <하트바이브레이터>, <나무 뒤에 숨다>, <너와 나의 거리, 1미터>, <졸업여행> 등 여러 단편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경험을 쌓았다. 당시 비슷한 시기에 단편 영화를 위주로 함께 활동했던 배우들이 훗날 <응답하라 1988>에 함께 출연한 안재홍과 고경표,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에 출연한 엄태구 등이 있었다.

류혜영은 2013년 훗날 많은 주목을 받는 독립영화 <잉투기>에서 인터넷방송BJ를 하는 잉여고등학생 영자를 연기했다. 제대로 된 배급 및 홍보를 받지 못한 <잉투기>는 개봉 당시 전국 2만 관객도 채 들지 못했을 정도로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잉투기>는 훗날 류혜영을 비롯해 엄태구, 박소담, 권율, 류준열 등 출연배우들이 대거 인기배우로 급부상하면서 대중들에게 재조명됐다. 

류혜영의 실질적인 첫 번째 상업영화는 2014년에 개봉한 설경구, 박해일 주연의 <나의 독재자>였다. 미국 유학 도중 우연히 화상 오디션을 보고 여정 역에 캐스팅된 류혜영은 <나의 독재자>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베드씬을 촬영하고 임산부 역까지 맡으면서 20대 젊은 배우로서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물론 <나의 독재자> 역시 전국 38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서는 전혀 재미를 보지 못했다).

<나의 독재자>에서 인연을 맺은 설경구의 소개로 새 소속사에 둥지를 튼 류혜영은 2015년 20부작으로 제작된 케이블 드라마에 캐스팅되며 배우 데뷔 후 가장 긴 호흡의 연기를 하게 됐다. 바로 류혜영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응답하라 1988>이었다. 류혜영은 <응답하라>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응팔>에서 똑똑하지만 까칠한 성씨집안의 장녀 성보라를 연기했다.

류혜영은 넉넉하지 못한 집안형편에도 자수성가해 서울대 수학교육과에 입학할 정도로 모범생이면서도 동네 불량배들을 만나 기선을 제압하고 군기를 잡을 정도로 깡이 좋은 성보라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자신을 짝사랑하던 선우(고경표 분)와 커플이 되고 훗날 결혼까지 하는 보라는 취업준비를 위해 회계공부를 하다가 고시공부를 해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응팔세계관' 최고의 능력자 중 한 명이다.

느리게 활동하는 류혜영, 로스쿨 학생으로 컴백
 
 <은주의 방>에서는 <응팔>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안경을 쓰지 않고 출연했다.

<은주의 방>에서는 <응팔>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안경을 쓰지 않고 출연했다. ⓒ Olive 채널 화면 캡처

 
데뷔 후 10년 동안 많은 영화에 출연하고도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류혜영은 <응팔>을 통해 '쌍문동 5총사'와 함께 '늦깎이 신인'으로 많은 주목 받았다. 류혜영은 2017년 영화 <특별시민>에서 다함께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양진주(라미란 분)의 선거특보인 임민선 역을 맡았다. 심은경이 연기했던 새자유당 변종구(최민식 분) 캠프의 청년혁신위원장 박경과 대비되는 캐릭터였다. 

<특별시민> 이후 한 동안 활동이 뜸하던 류혜영은 2018년 <은주의 방>에서 셀프 휴직 중인 편집 디자이너 심은주를 연기했다. 드라마를 기준으로 <응팔>이 끝난 후 <은주의 방>이 출연하기까지 무려 2년10개월의 공백을 가졌던 류혜영은 2019년1월 <은주의 방>이 종영한 후 다시 2년이 넘도록 다른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촬영한 영화의 개봉이 늦어진 것도 아니었다.

2년 동안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류혜영은 오는 14일 첫 방송되는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을 통해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류혜영은 <로스쿨>에서 한국대 로스쿨에 특별전형(차상위계층)으로 입학한 강솔A역을 맡았다. 이름 뒤에 알파벳이 붙는 이유는 배우 이수경이 연기하는 강솔B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강솔B를 연기하는 이수경은 <응팔>에서 성보라의 남동생 성노을의 여자친구로 출연한 바 있다).

<로스쿨>에는 류혜영 외에도 배우 김명민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차가운 머리와 그보다 더 차가운 가슴을 가진 검사출신 형법교수 양종훈 역을 맡았다. 작년 초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김범은 경찰대 출신의 로스쿨 1학년 수석 한준휘를 연기한다. 이 밖에 이정은, 이다윗, 안내상, 우현, 박혁권, 정원중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해 드라마 <로스쿨>을 빛낼 예정이다.

<응팔>의 주역이었던 혜리와 박보검, 류준열, 안재홍, 이동휘 등은 대부분 <응팔> 직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류혜영은 <응팔>로 주목 받은 이후 오히려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의 수가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모두가 '빨리빨리'를 외치는 세상에서 '느리게 걷기'를 실천하고 있는 배우 류혜영의 독특한 행보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류혜영은 <로스쿨>에서 김명민,안내상,이정은 같은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류혜영은 <로스쿨>에서 김명민,안내상,이정은 같은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 <로스쿨> 홈페이지

 
류혜영 로스쿨 독립영화 응답하라 1988 잉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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