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안방에서 열린 SSG와의 주말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만들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3안타를 때려내며 1-0의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주말 3연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3승1패로 SSG,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등과 함께 공동선두를 달리던 LG는 SSG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만들면서 다시 단독 1위 자리를 탈환했다(5승2패).

LG는 7회 1사3루에서 적시타를 때린 유강남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7회 2루타를 치고 나가 결승득점을 올린 오지환은 이날 경기 양 팀 합쳐 유일한 득점과 장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양 팀 선발투수가 나란히 무실점 투구를 하며 수준 높은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물론 6이닝을 1피안타8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박종훈의 호투도 돋보였지만 승리는 3피안타1볼넷9탈삼진 무실점으로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앤드류 수아레즈의 몫이었다.

외국인 투수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는 정규리그 MVP
 
역투하는 수아레즈 11일 잠실야구장 프로야구 SSG-LG 1회초. LG 선발 수아레즈가 투구하고 있다.

▲ 역투하는 수아레즈 11일 잠실야구장 프로야구 SSG-LG 1회초. LG 선발 수아레즈가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비로 4경기가 연기됐지만 지난 3일 5개 구장에서 예고된 올 시즌 개막전 10개 구단의 선발투수를 살펴 보면 kt 위즈의 소형준과 한화 이글스의 김민우를 제외한 8명이 외국인 투수였다. 그만큼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의 비중은 대단히 높아진 지 오래다. 실제로 외국인 투수가 부진한 구단은 정규리그는 물론이고 가을야구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하지만 지난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외국인 투수가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경우는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외국인 투수가 리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결코 많은 횟수라고 할 수 없다. 그만큼 KBO리그는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리그를 완벽하게 지배한 외국인 투수에게만 정규리그 MVP라는 영광을 허락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역대 3명의 외국인 투수 MVP는 모두 두산에서 배출됐다.

비록 일본 진출 후 약물 사용이 적발되면서 명예가 실추됐지만 2007년의 다니엘 리오스는 역대 최초의 외국인 투수 정규리그 MVP였다. 리오스는 정규리그에서 무려 234.2이닝을 소화하며 6번의 완투와 4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22승5패 평균자책점2.07로 리그를 지배했다. 비록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라는 복병에게 잡히며 두산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지만 2007년은 '리오스의 해'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2016년은 두산의 영원한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의 해였다. 2015년 가을야구에서 32.1이닝2실점(평균자책점 0.56)이라는 완벽한 투구로 두산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니퍼트는 2016년 22승 3패 2.95의 성적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하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유일하게 100승을 채운 니퍼트는 두산은 물론이고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투수다.

역대 세 번째이자 오늘날까지 마지막 외국인 투수 정규리그 MVP가 된 선수는 두산팬들에겐 '린철순',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린동원'으로 불렸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이다. 롯데에서 2년 반 동안 28승을 기록한 후 두산으로 이적한 린드블럼은 이적 첫 해 15승을 따냈고 2019년 30경기에서 20승3패2.50을 기록하며 투수 부문 3관왕과 함께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2경기 차원이 다른 투구, LG팬들이 설렌다

반면 LG는 MBC청룡 시절부터 구단 역사에서 한 번도 정규리그 MVP를 배출하지 못했다. 1995년과 1998년 '20승 투수' 이상훈과 '최고령 다승왕' 김용수가 MVP에 도전했지만 그 해 홈런왕을 차지했던 '잠실 라이벌' 두산의 김상호와 타이론 우즈에 밀려 MVP 수상에 실패했다.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2000년의 대니 해리거와 2009년의 로베르토 페타지니 등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MVP에 도전할 수준은 아니었다.

아직 팀 별로 10경기도 채 치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LG팬들은 올 시즌 내심 구단의 오랜 숙원이었던 정규리그 MVP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시즌 초반 압도적인 활약으로 리그에서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좌완 외국인투수 수아레즈가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대거 KBO리그에 입성했지만 시즌 초반 수아레즈 만큼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는 찾기 힘들다.

스프링캠프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시범경기에서는 한 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예열을 마친 수아레즈는 지난 6일 kt와의 홈개막전에서 국내팬들에게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였다. 6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진 수아레즈는 1피안타2사사구9탈삼진 무실점으로 kt의 타선을 완벽히 틀어 막으며 KBO리그 첫 경기에서 첫 승리를 따냈다.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데뷔전이었다.

화요일 경기에 등판했던 수아레즈는 4일 휴식 후 11일 SSG와의 경기에 다시 선발로 등판했다. 박종훈과 팽팽한 투수전을 벌인 수아레즈는 박종훈이 마운드를 내려간 후에도 2이닝이나 더 마운드를 지켰다. 8회까지 3피안타1사사구로 4명의 주자를 출루시킨 수아레즈는 9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고 투구수는 단 87개로 6이닝을 소화했던 첫 등판(89개)보다 더 적었다.  

수아레즈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슬라이더, 싱킹 패스트볼,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통해 타자들을 현혹시키고 제구도 발군이라 볼넷을 남발하는 유형도 아니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첫 두 경기의 활약만 보면 메이저리그에서 경쟁해야 할 투수가 실수로 한국팀과 계약해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 분명한 사실은 LG가 올 시즌 수아레즈라는 커다란 '보물'을 건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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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앤드류 수아레즈 14이닝 무실점 외국인 투수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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