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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생명을 가득 담고 있는 제철 식재료를 먹는다는 것은 자연의 기쁨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계절도 생명도 드러나지 않는 무감한 매일의 밥에서 벗어나 가끔은 혼자서도 계절의 맛을 느껴보자. 철마다 나는 제철 채소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익혀 자연스레 채소 소비는 늘리고 육류 소비는 줄여 지구에는 도움을, 나에게는 기쁨을 주는 식탁으로 나아간다.[기자말]
 
 지리산 아이들의 봄나물 캐기.
 지리산 아이들의 봄나물 캐기.
ⓒ 함양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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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의 봄나물에 대한 집착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유년기에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는 봄이 되면 어디선가 등산 모자를 쓰고 검은 봉투를 든 아주머니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삼삼오오 땅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나물을 뜯었다. 도심의 아파트 단지였는데도 작은 화단이나 공터의 잔디밭도 그들에게는 지나칠 수 없는 '노다지'였던 듯하다.

열 살 무렵 하루는 혼자 단지를 돌아다니다 화단에 쑥이 난 것을 보고 '이걸 뜯어다 엄마에게 주면 쑥떡이 되는 건가?'라는 생각에 불현듯 쑥을 뜯기 시작했다. 한 번 쑥이 눈에 들어오니 이쪽을 봐도 쑥, 저쪽을 봐도 쑥이었다.

외할머니가 해준 쑥버무리의 향긋함을 생각하며 쑥을 따다 보니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검은 봉투에는 쑥이 가득 찼다. 어린 나이였지만 벌써 나물 따는 기쁨 그리고 '욕심'을 경험한 것이다.

쑥이 가득 든 봉투를 내밀며 "쑥떡 해줘"라고 하니 엄마는 "어린 애가 무슨 쑥을 따... 이걸 언제 다 손질하니"라고 하며 한숨을 지으셨다. 멋쩍은 마음에 그 후로는 나물을 뜯지 않았지만 '나물 따는 아주머니들'의 심정은 잘 알게 되었다.

뜯어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지나치지 못하는 한국인의 채집 욕심은 유명하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외래종 잡초가 많이 나 공원 관리소가 고심했는데 한인들이 그 외래종 잡초를 싹 뜯어가 한시름 놓았다는 일화도 있다. 그 외래종 잡초가 다름 아닌 쑥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캐나다의 시골 마을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자연이 잘 보존되어 고생대 식물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이 우거진 숲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그 숲을 소개해준 한인이 말하기를 자기 시어머니가 놀러 왔다가 "왜 이곳 사람들은 이 귀한 고사리를 먹지 않니"라고 의아해하며 신나서는 고사리를 몇 kg이나 채취해갔다는 것이다.

확실히 독성이 있는 고사리를 삶고, 말려서까지 먹는 일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아시아를 제외하고는 흔치 않다. 서양인들에게 고사리는 그저 울창하게 자란 모습이 멋진 고생대 식물일 뿐이 아닌가.

식물 종은 30만 가지에 달하는데

그런데 이런 나물 채집과 섭취는 한 개인에게도, 생물 다양성과 지구 환경 측면에도 긍정적인 일이다. 물론 지나친 채집으로 한 나물의 싹을 박멸하는 일이 없다면 말이다.

지구상에는 약 30만 가지의 다른 식물 종이 존재하며 과학자들이 기술한 것은 24만 가지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먹을 수 있는 식물, 그중에서도 인류가 즐겨 먹는 식물은 얼마나 될까?

인류가 농사를 짓기 전, 채집으로 식량을 얻었던 시기에 인간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식물을 먹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들판과 숲에 난 여러 풀을 뜯고 열매를 따 먹었다. 그러면서 먹으면 안 되는 식물과 더 맛있는 식물에 대한 지식도 쌓아갔을 것이다.

주요 식량원 공급이 채집에서 농작물 생산으로 바뀌면서 인류는 그 전보다 훨씬 적은 수의 작물만을 먹게 되었다. 물론 농경의 시작으로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더 쉽게 얻어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와 문명이 생겼기에 작물 재배가 인류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 산업사회가 오며 이 부정적인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되어 지금은 전 세계인들의 주 열량 공급원이 옥수수와 감자, 밀, 쌀 등 극소수에 국한하고 있다.

단위 중량과 단위 면적당 열량이 높고 경작이 쉬운 옥수수와 감자는 가축 사료는 물론 전 세계인의 식탁에 주식으로 오른다. 어느 나라에 살건, 어느 계절이건, 전 세계 인류가 비슷한 몇 가지 작물에서 필요한 열량 대부분을 얻는 것은 지구상의 식물 종이 30만 가지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무서운 일이다.

당장 집 앞의 편의점에만 가도 온갖 과자와 빵의 주 재료는 감자 아니면 옥수수, 밀가루다. 아무리 과자 종류가 다양해도 주 재료는 별반 다르지 않다. 주 에너지원을 제외하고라도 인류가 먹는 채소의 종류는 한정적이다. 이것은 효율적이고 값싸지만 '먹는다'는 것의 본래 의미를 자꾸만 까먹게 한다.

식물은 토양과 햇볕, 바람 등 자신이 처한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고 영양을 얻으며 커간다. 종마다 지닌 개성도, 맛도 각각 다르다. 인간은 이러한 식물을 각자의 개성에 맞게 조리해 먹음으로써 생명을 위한 에너지를 얻고 나아가 맛을 즐긴다. 무언가 요리를 한다는 것은 결국 자연과 날씨를 요리하는 일이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도 뽑힌 덴마크의 레스토랑 노마는 '채집 요리'를 기본으로 한다. 천재 셰프로 불리는 노마의 오너 셰프 르네 레드제피(Rene Redzepi)는 로컬에서 나는 야생의 재료를 채집함으로써 현대인에게 잊힌 다양한 야생종의 맛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한다.

이들이 채집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것이 마트에서 판매되는 식재료와는 달리 '자연의 힘과 신성함'을 지니고 있으며 그 고마움을 깨닫게 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레스토랑의 셰프들은 매일 근방 20km 이내의 숲과 바닷가로 채집을 떠난다. 야생종을 보호하기 위해 한 곳에서 채집하면 다른 날에는 반드시 다른 곳에서 채집을 해 작물을 싹쓸이하지 않는다는 철칙도 지키고 있다.

다양한 풀 먹는 한국인

마트에서 포장되어 판매되는 고기나 해산물, 채소를 보며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원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채집이나 사냥으로 식량을 얻을 때와는 달리 그것 또한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자꾸 까먹게 되는 시대다.

그런 면에서 나물 채집은 생물 다양성 보호는 물론이거니와 자연의 신성함과 고마움, 우리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왔음을 떠올리게 하는 행위다. 직접 채집을 하지 않더라도,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는 나물이더라도, 우리는 봄나물이 '봄나물'이기에 계절과 자연의 선물임을 알고 있다.

해마다 봄나물이 나는 시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기후 온난화를 체감하기도 한다. 5~6년 전만 해도 4월 초에도 즐길 수 있던 냉이가 이제는 3월 말만 되어도 끝물이다. 지구온난화를 체감하며 이날만은 포장 용기 하나라도 줄이려고 노력한다.

더구나 이렇게 다양한 '풀'을 먹는 나라는 별로 없다는 점에서 나물을 즐기는 문화는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자연과 날씨의 변화를 그대로 담고 있는 봄나물의 에너지, 이 다양한 맛과 생명력을 그대로 즐기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니 이때만큼은 한국에 산다는 사실이 기쁘다.

봄나물은 겨울을 버틴 생명력을 가득 담고 싱그러운 에너지를 전달한다. 냉이와 달래가 이미 1월, 2월 추운 겨울부터 시장에 나와 다가올 봄의 제전을 예고했다면 요즘에는 참나물과 머위, 두릅 등이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다. 어린 시절 봄나물이라 하면 된장이나 고추장, 참기름과 소금 등에 무쳐 먹는 것으로만 여겼다. 이제는 직접 봄나물을 활용해 파스타와 샐러드, 튀김 등 다양한 요리를 해 먹으니 날이 갈수록 봄나물이 더 고맙게 다가온다.  

이제는 많이들 먹는 봄나물 파스타는 아주 간단한 노력만으로도 쉽고 맛있게 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향내며 볶다가 원한다면 매운맛을 내는 페퍼론치노나 유즈코쇼, 청양고추 등을 넣고 삶은 파스타 면과 달래나 냉이, 고수, 참나물, 취나물 등 원하는 나물을 듬뿍 넣고 소금이나 피시소스로 간하면 그만이다. 바지락 등 봄 조개를 더하면 금상첨화다.

튀김은 또 어떤가. 쌉싸래한 맛을 꺼리는 이도 고소하게 튀겨내면 그 쌉싸래한 맛에 반하게 된다. 달래, 쑥, 참나물, 두릅 원하는 봄나물은 무엇이든 튀겨도 좋다. 파삭파삭한 식감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짭짜름한 맛과 톡톡 튀는 식감의 세발나물이나 입 안을 개운하게 하는 쑥갓나물은 샐러드로 즐겨도 좋다.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봄나물을 맛있게 먹는 법은 페스토로 즐기기이다. 바질과 마늘, 올리브유, 잣, 파르미지아노 레지나오 치즈, 레몬즙 등을 넣고 갈아 만든 이탈리아의 바질 페스토는 어느새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샌드위치나 파스타, 샐러드드레싱 등으로 자주 마주한다.

바질 페스토가 유행하면서 어느 잎채소건 페스토로 만들어 먹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깻잎이나 시금치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어떤 것으로 만들어도 웬만큼 맛이 보장되는 페스토인데 봄나물은 오죽할까. 싱그러운 봄의 맛을 통째로 갈아 냉장고에 두고 일주일 정도는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여기 소개할 페스토는 참나물 페스토로 참나물 특유의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 다른 봄나물에 비해 매운맛이 없고 향이 강하지 않아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 맛이다.

참나물 페스토는 파스타 소스로 활용해도 좋고 우리나라의 중면을 삶아 차갑게 헹궈 비벼 먹어도 좋다. 샌드위치 소스로도 훌륭하다. 새우나 조개 등 해산물과도 어울리니 다양하게 상상력을 발휘해 활용해 보자.

페스토에는 마늘이 들어가기 때문에 참나물 페스토와 마요네즈를 섞으면 봄나물 향이 더해진 아이올리 소스가 된다. 이제부터 막 나오기 시작하는 햇감자를 폭폭 삶아 참나물 페스토 마요네즈에 비벼 감자샐러드로 즐겨도 행복한 맛이 난다. 페스토를 어떻게 활용할지 말하다 보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일단 봄을 통째로 갈아 병에 담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봄나물 페스토 파스타
 봄나물 페스토 파스타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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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나물 페스토

- 재료

참나물 60g (너무 굵은 줄기는 제거한 상태), 마늘 작은 것 1톨, 캐슈너트 1/2컵 (60g),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간 것 1/2컵 (40g), 소금 2 작은술, 레몬즙 1큰술, 올리브유 2/3컵 (165ml)

- 만들기

1. 마늘과 캐슈너트를 믹서에 넣고 곱게 간다
2. 참나물과 파마산 치즈, 소금, 레몬즙, 올리브유를 더해 곱게 간다.

팁) 캐슈너트 대신 호두나 잣 등을 넣어도 좋다. 깨끗하게 소독한 병에 페스토를 담아 냉장 보관하면 일주일 가량 먹을 수 있다.

♣ 참나물 페스토 파스타 (2인분 기준)

- 재료

파스타면 1인분, 참나물 페스토 4~5큰술, 생 모차렐라 치즈 1덩이, 후춧가루 약간

팁) 생 모차렐라 대신 부라타 치즈나 리코타 치즈, 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올려도 좋고 썬드라이드 토마토나 새우 등을 더해도 좋다. 

- 만들기

1. 끓는 소금물에 파스타 면을 넣고 봉지에 적힌 시간보다 3~4분간 더 삶는다. 
팁) 파스타 샐러드는 파스타를 차갑게 하는 과정에서 면이 딱딱해지기 때문에 원래 시간보다 충분히 더 삶아야 먹기 좋다.
2. 삶은 면을 체에 밭쳐 차가운 물에 가볍게 헹구고 물기를 제거한다.
3. 볼에 삶은 면과 참나물 페스토를 넣고 잘 섞은 뒤 그릇에 옮겨 담는다.
4. 생 모차렐라 치즈와 후춧가루, 토마토 등을 보기 좋게 올린다.

덧붙이는 글 | 푸드 컨텐츠 크리에이터. 푸드 매거진 에디터로 근무하다 현재는 프리랜스 에디터, 식음 메뉴 및 브랜드 컨설팅, 작가 등 식문화 전반에 걸쳐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언제나 계절을 맛있게 즐길 궁리로 머릿속이 가득차있으며 제철 로컬 식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고기보다는 채소와 곡물, 열매류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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