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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자료 사진)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자료 사진)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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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30세대 전체가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것으로 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노자 교수가 최근에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 언론이 만들어낸 실망한 2030세대를 본래 극우라고 비판했다. 

박노자 교수는 2030세대가 아니라 일부의 극우 청년들이 능력주의로 왜곡된 '공정' 프레임에 젖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문제점은 능력주의의 경쟁이 이미 엘리트주의로서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극우 청년들은 나경원 전 의원의 자녀 입시비리가 검찰의 선택적 정의 때문에 불기소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부산 시장 후보인 박형준의 자녀 입시비리가 공익제보자에 의해 폭로되었지만, 항의의 표시로 촛불을 들지 않는다. 심지어 교육부에 밝혀진 연세대와 고려대 교수들의 입시 비리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이들의 공정은 참으로 이상한 잣대이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에 대해 불공정을 외치는 소수의 청년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신자유주의적 경쟁이 공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에 의하면 성적에 의한 능력주의가 "불평등한 사회에서 꼭대기에 오른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믿고 싶어" 하는 도덕적 가면일 뿐이다. 한마디로 '능력주의의 광채'는 허위의식의 도구이다. '능력의 지표'인 스펙을 자랑한다면 이는 "할아버지의 경제력, 어머니의 정보력"에 힘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 자기 능력인 양 '능력주의적인 오만'에 빠진 것이다. 

극우 청년들은 신자유주의적 경쟁 논리에서 자랐기에 능력주의적 오만을 공정하다는 외피로 포장한다. 거기에 가린 극심한 불평등의 구조와 부와 지위를 독점하는 엘리트층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보지 못한다. 정치적 비주류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 중에는 이러한 분노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헬조선과 세습자본주의, 대안은 있는가?'에서 피케티의 '세습 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 사회를 청년들이 '헬조선'으로 느끼는 이유를 분석했다. 최상층은 특히 세습자본주의의 모습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고 부자들인 상장사 100대 주식 부자 중에서 85명이 세습재벌 가문이고 게다가 이들은 경영권까지 상속한다. 이들 2세, 3세 세습경영자들이 지배하는 재벌들은 한국경제를 압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10대 재벌의 자산과 매출액을 GDP에 대한 비율로 평가했을 때 2003년~2012년 사이에 50% 내외에서 84% 정도까지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2030세대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쳐 세습자본주의로 변질되고 흙수저로 전락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절망했다. 그래서 헬조선을 외치고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들어 아직도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저 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시도, 공기업 블라인드 채용 강화, 학자금 금리 완화와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청년 정책이 시도되었다. 여전히 사학 개혁 및 국립대 혁신 그리고 대학 반값 등록금이나 주거 안정 및 좋은 일자리 제공 정책 등 해야 할 개혁이 많다. 

물론 이런 개혁 정책이 아직 부족하고 불평등 구조를 완전히 혁신하지 못한 까닭에 2030세대가 문재인 정부에 아쉬움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재벌 친화적인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와는 달리 청년 복지를 위해 노력한 점도 인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기에 우리나라를 헬조선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보수 야당을 옹호하는 극우 청년은 2030세대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부 청년의 목소리를 전체의 목소리라고 우기는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은 촛불시민이기도 한 청년들의 표심에 의해 이미 작년 총선에서 심판 받았다. 올해 재보궐 선거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박노자 , #극우 청년, #20·30세대, #능력주의, #공정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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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연구자로서 정치존재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장자와 푸코를, 지젝과 원효, 바디우와 나가르주나, 헤겔과 의상 등 동서양 정치존재론의 트랜스크리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에 상지대학교 교양대학에서 인문학과 철학을 강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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