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엠블럼

SSG 랜더스 엠블럼 ⓒ SSG 랜더스

 
2021시즌 KBO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팀은 단연 SSG 랜더스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코로나 확산이 진정되지 않아 경기장 관중 수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팬들의 관심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악조건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신흥 명문구단으로 자리잡은 SK 와이번스를 전격 인수한 신세계 그룹의 SSG 랜더스는 해외파 특별지명 선수인 메이저리거 추신수까지 영입하면서 올 시즌 초반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급부상하였다. 여기에 구단주인 정용진 부회장은 야구에 대한 각별한 관심 및 활발한 SNS 소통 등을 통해 연일 새로운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의 이런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결국 성적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KBO 리그 역사를 돌아볼 때 랜더스와 비슷한 창단 사례는 2건을 꼽을 수 있다. 1990시즌 MBC 청룡을 인수하고 리그에 데뷔한 LG 트윈스와 1996시즌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하고 리그에 데뷔한 현대 유니콘스이다.

두 팀 모두 이전 구단의 재정난 없이 팀 전력이 온전하게 보전한 상태로 구단을 이어 받았고 기존 전력 극대화 및 새로운 전력 보강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1990년의 LG 트윈스는 창단 첫 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1996년 현대 유니콘스는 정규시즌은 4위로 마치고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여 준우승을 달성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

두 팀 모두 새로운 팀이 창단하기 전에 이전 구단에서 감독이 새로 임명되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1990년 LG 트윈스는 1982 원년 감독이었던 백인천 감독이 1989년 시즌 종료 후 MBC 청룡과 새로 감독계약을 맺었고, 1996년 현대 유니콘스 또한 1995년 시즌 종료 후 태평양 돌핀스 코치였던 김재박이 감독으로 내부 승격하였다. SSG 또한 SK 와이번스에서 2020 시즌 종료 후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김원형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가 감독으로 새롭게 임명된 상황이었다.

1990년 LG, 1996년 현대 모두 팀 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내부 프랜차이즈 출신(백인천) 및 코치(김재박)가 팀을 맡은 덕분에 팀이 새로 창단된 과정에서도 별다른 혼선 없이 팀을 무난히 이끌 수 있었다. SK의 기존 멤버들을 고스란히 승계한 SSG도 이런 부분에선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결국 변수는 팀 전력의 극대화 부분이다. 1990년 LG와 1996년 현대 모두 직전 년도의 MBC 청룡과 태평양 돌핀스였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환골탈태한 모습을 과시하였다. 바로 팀 전력의 전환점을 가져온 '게임 체인져 (Game Changer)' 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1. 1990년 LG 트윈스
포텐 터뜨린 대기만성형 투수들과 대어급 안방마님의 등장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5-3으로 승리한 SSG 랜더스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5-3으로 승리한 SSG 랜더스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1990 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는 트레이드를 통해 OB에서 최일언, 태평양에서 김신부 등의 두 명의 재일교포 투수들을 영입했다. 당시 팀 내 믿고 맏길만한 선발투수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백인천 감독은 최일언, 김신부 두 투수에게 합작 25승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 최일언과 김신부 모두 뚜렷하게 노쇠화된 모습을 보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백인천 감독은 시즌 내내 선발 투수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시즌 시작 전만 해도 기대를 걸지 않았던 '미완의 대기'들인 우완 정통파 김태원과 사이드암 문병권이 포텐셜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1986년 입단 당시 김건우와 더불어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김태원은 좀처럼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1989시즌까지 고작 4승 밖에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청룡 유니폼에서 쌍둥이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김태원은 막힌 혈이 뚫린 것처럼 140km대 중반의 강속구를 앞세워 리그 최고의 정상급 투수로 도약한다.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두 자리 승수를 거둔 것은 물론이고 무려 18승을 거두면서 트윈스 마운드의 1선발로 맹활약을 펼친다(193.1 이닝 18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51). 경북고 시절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전국무대를 평정한 사이드암 문병권도 1988년 입단 후 처음으로 두 자릿 수 승수를 올리며 선발진의 주축투수로 발돋움한다(138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72).

그리고 기존 마무리 투수였던 김용수와 선발 투수였던 정삼흠의 역할을 서로 맞바꿨는데 이는 결정적인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김용수는 특유의 면도날 제구력과 과감한 승부를 무기로 이미 선발 투수 준비가 완료된 듯한 절정의 활약을 펼친다. 김용수 역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 수 승수를 거둔다(149.2 이닝 12승 5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2.04). 정삼흠 또한 시즌 중에 갑작스런 보직 변경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전생에 소방수였던 듯한 신들린 세이브 행진을 펼친다(168.1 이닝 8승 9패 23세이브, 평균자책점 2.78).

투수진 뿐만 아니라 타선에서도 LG 트윈스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선보인다. 변화의 핵심에는 다름 아닌 그 해 신인으로 입단한 포수 김동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고 시절 전국무대를 제패했고, 한양대에서도 줄곧 국가대표 안방마님으로 활약한 김동수는 입단과 동시에 팀 내 심재원, 서효인 등 쟁쟁한 주전들을 제치고 안방을 차지한다.

영리한 투수리드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김동수는 장타력을 앞세워 팀 내 타선에 무게감을 높여준다. 기존 김상훈, 이광은, 김재박 등 노장들이 자리한 타선에 김동수의 활약은 시원한 사이다가 되었다. 입단 첫 해 110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0.290 13홈런 62타점을 기록한 김동수는 신인왕을 거머쥠과 동시에 1990년대 LG 트윈스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으로 자리하게 된다.

2. 1996년 현대 유니콘스
부활한 에이스와 괴물타자의 등장


1995시즌 태평양 돌핀스는 7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직전 시즌 1994년에는 정규시즌 2위에 오르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등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태평양은 투수진에는 정민태, 정명원, 위재영, 김홍집, 최창호 등 타 팀에 가면 1,2선발을 다툴만한 좋은 자원들이 넘쳐났으나 빈약한 타선이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1996시즌 이러한 고민을 단숨에 날려버린 해결사가 만화처럼 등장하게 된다. 광주일고 - 연세대를 졸업하고 아마야구 시절 '리틀 쿠바'라는 애칭을 얻었던 호타준족의 박재홍이었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박재홍은 원래 해태 타이거즈 지명 대상이었으나 연세대 졸업을 앞두고 당시 대어급 아마선수들을 싹쓸이했던 현대 피닉스에 입단한다. 이 때부터 현대는 프로야구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현대 피닉스를 통해 우회하여 프로에 진입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 유니콘스가 창단하면서 현대는 해태와 협상을 통해 당시 신예 에이스였던 최상덕을 넘기고 박재홍의 지명권을 받아오게 된다. 만약 박재홍이 당시 최강팀 해태에 입단했다면 이종범, 박재홍이 버티는 해태 타선은 또 다른 전설을 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해태는 같은 연고권 내에 김종국이라는 또 다른 대어급 신인 내야수가 있었던 상황이라 같은 내야수인 박재홍의 지명권을 쉽게(?) 넘겨줄 수 있었다.

4억 3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현대에 입단한 박재홍은 포지션을 내야에서 외야로 변경하게 된다. 그리고 프로무대에 데뷔하자마자 박재홍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 한 대활약을 펼치게 된다. 데뷔하자마자 당시 신인으로선 최다 홈런인 30홈런과 더불어 108타점을 기록하면서 홈런, 타점 타이틀을 휩쓴 것도 모자라 36도루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초로 30-30 클럽에 가입하는 기염을 토한다.

박재홍의 가세는 현대 유니콘스 타선에 윤활유 역할을 제대로 하였다. 기존 김경기, 이숭용과 더불어 현대 유니콘스 타선은 태평양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감을 타 팀 투수진에 전달한다. 여기에 고졸 신인 유격수 박진만이 입단하자마자 주전을 꿰차면서 현역시절 최고의 유격수로 군림한 김재박 감독의 수제자로 여겨질 만한 맹활약을 펼친다. 박재홍, 박진만 두 명의 신인이 들어오면서 현대의 전력은 상당히 탄탄해진다.

투수진에서는 입단 당시 최동원, 선동렬의 계보를 이을 우완 정통파 투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부상으로 2년 가까이 재활에 전념해야 했던 정민태가 마침내 자신의 포텐셜을 터뜨리게 된다. 1994, 1995년 각각 8승을 거두며 재기에 성공한 정민태는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은 1996시즌 무려 15승을 거두면서 리그의 정상급 투수로 도약함과 동시에 위재영(12승)과 막강 원투펀치를 형성한다.

정민태, 위재영 원투펀치에 가내영, 최창호, 전준호가 뒷받침한 선발진과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면서 맹활약을 펼친 정명원이 버틴 유니콘스 투수진은 당시 최강팀 해태 타이거즈에 이어 가장 안정된 전력을 구축한다.

1990년 LG, 1996년 현대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SSG 랜더스가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기존에 잠재력을 지닌 선수들 중에 그걸 폭발시키는 선수들이 나와줘야 한다. 타선에서는 추신수, 최주환의 가세가 공수에 확실한 업그레이드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변수는 투수진이다. 2019시즌 이후 해외로 진출한 원투펀치 김광현, 산체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면 올 시즌도 지난 시즌처럼 고전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새로 영입한 르위키와 폰트 두 외국인 투수가 최소 25승은 합작해줘야 투수진의 경쟁력이 올라올 수 있다.

여기에 국내 투수진은 문승원과 박종훈 외에 확실하게 5선발을 맡을 수 있는 투수가 나와줘야 한다. 5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수민, 이건욱, 김정빈 등이 5선발 포지션에서 7승~8승은 올려줄 수 있어야 한다. 선발진 보강도 시급하지만 SSG는 마무리도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 다닌다.

기존에 마무리로 활약했던 하재훈이 아직 재활중인데 그 공백을 메울만한 후보로 거론되던 서진용이 시범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마무리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키움에서 영입한 김상수가 얼마나 마무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가 변수가 될 것이다.

두산에서 투수코치로 능력을 인정 받은 김원형 감독은 시즌 초반 투수진의 안정을 조기에 달성할 필요가 있다. 시즌 초반 분위기 싸움에서 밀리면 지난 시즌 SK 처럼 SSG는 하위권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마케팅 기사 뿐만 아니라 스포츠 기사에서도 SSG의 긍정적인 뉴스가 자주 나오기 위해서는 결국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등장이 필요하다.

과연 올 시즌 SSG 랜더스에선 게임 체인저가 나올까? 시즌 초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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