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구단 역사상 마지막 정규리그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팬들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동시에 6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확정지으며 기쁨이 두 배가 됐다.

전자랜드는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와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90-87로 승리했다. 전자랜드는 27승 26패를 기록하며 6일 열리는 전주 KCC와의 원정 1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리그 5위를 확정짓게 됐다.

올시즌을 앞두고 모기업인 전자랜드가 농구단 운영을 포기하며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공개 매각을 추진했고 지난달 2일 매각 입찰을 마감했다. KBL은 입찰과 관련해서는 시즌이 끝난 이후에 발표할 예정이며 오는 6월부터 현재의 선수단을 인수한 새로운 인천 연고의 농구단이 출범한다.

플레이오프가 아직 남아있지만 정규리그에서는 이날이 '전자랜드'라는 이름을 달고 마지막이 될 홈경기였다. 총 780명의 관중이 입장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전자랜드 선수단은 홈경기를 승리로 마친뒤 '팬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PO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뛰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홈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전자랜드 선수들은 코트 곳곳에서 팬들에게 사인볼을 전달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팬들도 따뜻한 박수와 응원으로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을 달랬다. 전자랜드 프런트는 팬들과 뜻깊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이날을 '팬 감사데이'로 지정하고 어린이 치어리딩 공연, 찐팬 공모전, 응원타임, 경품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여 눈길을 끌었다.

전자랜드의 연고지인 인천의 프로농구단 역사는 무척 파란만장하다. 프로 출범 원년(1997년) 신생구단인 인천 대우증권 제우스라는 팀명으로 처음 출범한 이래 신세기 빅스(1999년-2001년) 인천 SK 빅스 (2001년-03년)를 거쳤고, 2003년부터 인천 전자랜드가 탄생하여 초창기 블랙슬래머(2003년-09년)에서 현재의 엘리펀츠(2009년-21년)에 이르기까지 모기업과 팀명이 여러 차례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구단 역사상 최고성적은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모두 준우승만 각 1회로 프로농구 10개구단을 통틀어 유일한 '무관'이다. 부산 kt와 창원 LG도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없지만 두 팀은 정규리그 우승은 한번씩 차지해 본 일이 있다. 역대 한 쿼터 최소득점, 롤러코스터같은 경기력, 신인드래프트의 저주 등 각종 불명예스러운 기록과 징크스가 유난히 속출하며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한때는 '개그랜드'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으로 더 유명했다. 반면 슈퍼스타 없이도 끈끈한 팀워크와 강팀에 도전하는 언더독의 이미지 때문에 전자랜드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았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2009-10시즌 코치와 감독대행 시절을 거쳐 무려 11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구단 역사상 최장수 사령탑이다. 유도훈 감독은 이전까지만 해도 부정적으로 회화화된 이미지가 강하던 전자랜드에 '성장드라마'와 '도전자'라는 고유의 서사를 구축한 인물로 꼽힌다.

유도훈 감독이 부임하면서 전자랜드는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과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강팀들을 괴롭힐 수 있는 언더독 이미지를 구축했고, 꾸준히 플레이오프를 노릴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 유도훈 체제에서 전자랜드는 올시즌을 포함하여 9번이나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유 감독은 전자랜드에서만 통산 319승을 달성하며 구단 역사상 최다승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프로농구에서 '단일팀에서만 300승 이상'을 거둔 기록은 유재학 울산현대모비스 감독(543승)과 유도훈 감독 단 2명뿐이다.

하지만 유도훈 감독은 여전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유 감독은 "10개 팀 중 겨우 5~6위 한다고 만족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6강에서 탈락하면 꼴찌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전의를 다졌다. 그동안 플레이오프에는 여러 차례 올랐지만 끝내 우승이라는 종착역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아쉬움,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간절함까지 더해지며 전자랜드는 그 어느때보다 특별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 2월 휴식기 동안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에 교체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올 시즌 개막부터 함께 해왔던 헨리 심스와 에릭 탐슨을 보내고 수준급 득점력을 지닌 조나단 모트리(205cm)와 데본 스캇(202cm)을 영입했다. 기존 선수들로도 6강행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플레이오프에서 더 높은 곳을 기약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결과적으로 성적표는 아직까지는 반신반의할 정도다. 외국인 선수 교체 이후 전자랜드의 성적은 6승 8패(이전 21승 18패)로 오히려 5할에도 못 미치고 있다. 모트리와 스캇의 개인 기량은 나쁘지 않지만 국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시간이 짧다보니 전자랜드의 최대 강점인 조직력이 오히려 반감되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부상선수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도 아쉽다. 국내 선수 전력의 핵심인 정영삼과 정효근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PO 출전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가 3일 오리온전에서 이대헌마저 부상을 당했다.

특히 플레이오프는 수비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 전자랜드는 3일 상대한 최하위 창원 LG를 상대로 87실점이나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전반 한때 25점차까지 여유있는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막판 4점차까지 추격당하는 아찔한 위기를 겪었다. 그나마 LG 선수들의 외곽 성공률이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홈 마지막 경기에서 또다시 치욕적인 대역전패를 당할뻔했다.

모트리가 공격력에 비하여 수비 범위가 좁고 활동량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이 빈 자리를 메워줘야 하는 부담이 크다. 상대가 공간을 넓게 활용하여 빠른 패스워크를 전개하는 상황에서 전자랜드의 선수들의 스크린 대처능력이 떨어지며 볼없는 지역에서의 수비 운용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에서 객관적인 전력상 앞선 상위권팀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 전자랜드라는 이름으로 플레이오프라는 최후 항해만을 남겨두고 있는 코끼리 군단은 과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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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전자랜드 유도훈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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