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년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전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6회말 2사 만루. 키움 송우현이 2타점 1루타를 치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년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전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6회말 2사 만루. 키움 송우현이 2타점 1루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떠나보낸 키움이 개막전에서 승리를 따냈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6-1로 승리했다. 키움은 전국적으로 내린 비로 인해 잠실, 인천, 창원, 수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개막전이 우천 순연된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열린 고척돔 경기에서 깔끔한 승리를 통해 홍원기호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키움은 작년 평균자책점 1위(2.14)를 기록했던 에이스 에릭 요키시가 7이닝5피안타2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 호투로 승리를 챙겼고 김태훈과 오주원이 1이닝씩 책임지며 승리를 지켰다. 타석에서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 박병호가 1회 결승타를 포함해 2루타 2방을 터트렸고 이정후도 2번의 출루로 2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9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송우현은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신고하며 개막전의 스타로 떠올랐다.

키움에 유독 많은 야구인 2세 및 형제 선수들

최근 KBO리그에는 많은 야구인 2세 또는 형제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키움 역시 야구인 가족들이 많이 활약하는 대표적인 구단으로 꼽힌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키움의 간판스타 이정후의 아버지는 90년대 최고의 천재 선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LG 트윈스 작전코치)이다. 이정후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1차 지명을 받으며 KBO리그 최초로 '부자 1차 지명' 선수가 됐다.

대학을 마치고 프로에 입단한 아버지와 달리 이정후는 휘문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직행했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신인왕과 신인 최다안타(179개), 최다득점(111점), 최소경기 500안타(369경기), 단일시즌 최다 2루타(49개, 2020년), 골든글러브 3회 수상 등 많은 기록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만약 이정후가 큰 부상이나 해외진출 없이 KBO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한다면 도루를 제외한 아버지의 기록 대부분을 깰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까지 히어로즈를 이끌었던 장정석 전 감독의 아들 장재영도 올 시즌을 앞두고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은 장재영은 2006년의 한기주(1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9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 시범경기에서는 다소 흔들렸지만 성장 가능성 만큼은 팀의 마무리 조상우나 2018년에 입단했던 안우진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까지 주로 3루수로 활약하다가 작년 외야수로 전향한 임지열(개명 전 임동휘)은 90년대 빙그레와 한화 이글스에서 외야수로 활약했던 임주택(한화 스카우트팀 차장)의 아들이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하성보다 먼저 지명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임지열은 프로 입단 후 7년 동안 1군에서 1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키움이 내야에 비해 외야의 선수층이 얇은 만큼 올 시즌 임지열에게 기회가 올 확률도 적지 않다.

야구인 2세는 아니지만 키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야구인 가족이 바로 한화에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함께 원투펀치로 기대를 모았던 우완투수 양훈의 동생 양현이다. 구속이 느린 잠수함 투수 양현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후 군복무를 마쳤고 2018년부터 1군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시즌 58경기에서 8승을 따내면서 키움 불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송진우 차남'? 히어로즈의 주전 우익수 후보

송우현은 KBO리그 역대 최다승(210승)에 빛나는 송진우 감독(스코어본 하이에나들)의 차남이자 한화에서 외야수로 활약했던 송우석의 동생이다. 천안 북일고 시절 팀의 4번타자로 활약하며 청소년대표에도 선발됐던 송우현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6라운드(전체58순위)로 히어로즈에 지명됐다. 지명순위에 비해 비교적 많은 계약금(7000만원)을 받았을 정도로 송우현에 대한 기대치는 결코 작지 않았다.

고교시절 투수와 1루수, 외야수를 오가던 송우현은 프로 입단 후 전업 외야수로 변신했고 프로에서 3년을 보내다가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군복무를 마친 후에도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하던 송우현은 작년 7월 드디어 1군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송우현은 14경기에 출전해 3개의 사사구를 골라내며 3득점을 올렸을 뿐 12타수 무안타로 데뷔 첫 안타조차 신고하지 못했다.

올해도 1군 캠프에서 제외됐다가 캠프 중반부터 합류한 송우현은 시범경기에서 7경기에 출전해 타율 .471(17타수8안타)3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송우현은 작년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던 박준태의 부재를 틈 타 9번 우익수로 개막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송진우의 아들이 아닌 키움의 외야수로서 송우현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송우현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송우현은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로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리고 이어진 6회 3번째 타석에서는 삼성의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을 강판시키는 깨끗한 2타점 중전안타를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9번 타순에서 3타수 2안타2타점1볼넷.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활약이었다.

개막전 활약으로 홍원기 감독과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그렇다고 송우현의 주전 자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작년 .389의 출루율을 기록했던 박준태가 부상을 털고 돌아오면 언제든 주전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좌타일색인 키움 외야에서 유일한 우타 거포형 외야수 허정협도 위협적이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이 올 시즌을 운영하는데 있어 송우현이라는 좋은 옵션이 추가된 것은 키움에게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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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전 키움 히어로즈 송우현 에릭 요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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