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뛰어난 리더십과 함께 59.5%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흥국생명의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 ⓒ 한국배구연맹

 
2020~21시즌 V리그가 막을 내린 가운데 '배구여제' 김연경의 다음 행보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도쿄올림픽 출전과 경기력 유지를 명분으로 11년 만에 국내 무대 복귀를 선택한 김연경은 팀에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몸값까지 스스로 대폭 삭감하는 '페이컷'까지 감수했다. 해외진출 당시 소유권 문제를 놓고 소속팀 흥국생명과 갈등을 빚었던 김연경이 과거의 앙금을 지우고 화해하는 모양새도 훈훈함을 자아냈다. 김연경이 복귀한 흥국생명은 일찌감치 올시즌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등 김연경 효과를 실감케했다.

하지만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행보는 기대만큼 순탄하지 못했다. 올시즌 배구계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든 학폭 논란이 발생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팀의 핵심전력이던 이다영과 이재영 쌍둥이 자매가 과거 학창 시절 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자숙 차원에서 팀전력을 이탈했고, 초반 선두를 질주하던 흥국생명은 GS칼텍스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급격한 슬럼프에 빠졌다.

흥국생명은 올시즌 치른 컵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트레블을 휩쓴 GS의 벽을 넘지 못하고 3연속 2위에 그치며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해야했다. 김연경은 침체된 선수단을 다독이며 끝까지 분전했지만 혼자서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연경의 가치가 빛바랜 것은 아니었다. 어느덧 베테랑이 된 김연경은 정규리그에서 공격 성공률(45.92%)과 서브 (세트당 0.227개 성공)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여전히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외국인선수들이 장악한 공격 부문 타이틀에서 토종 스타의 자존심을 지킨 김연경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학폭 논란은 흥국생명에는 큰 위기이자 시련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김연경의 존재감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슈퍼스타이면서도 사적인 논란이나 구설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학폭논란으로 쌍둥이 자매를 비롯한 많은 배구계 유명인사들의 과거사가 도마에 오르던 상황 속에서 더 빛났다.

또한 김연경이라는 이름값이 주는 화제성이 국내 배구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그가 경기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물론이고, 사소한 일거수일투족까지도 팬들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경기는 물론이고 GS칼텍스와의 챔피언결정전은 여자배구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을 연이어 경신할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이슈를 몰고다닐 수 있는 슈퍼스타의 존재 유무는 리그에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김연경은 올시즌이 끝나고 국내 무대에 잔류할지 아니면 다시 한 번 해외무대에 도전할지 선택해야 한다. 김연경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국내에서 마지막 경기가 될수 있다'며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을 마치고 난 후에는 "시즌 중간에 제안이 많이 왔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천천히 결정할 것"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연경은 해외무대에서 뛸 때 약 20억원 이상에 이르는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은 국내 복귀를 결심하면서 한시적으로 연봉을 3억5000만원으로 크게 낮추며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맺었다. 김연경이 올시즌 개인적으로는 많은 손해를 감수했고, 여전히 김연경을 원하는 해외 구단들도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내년에는 제 몸값에 걸맞은 계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샐러리캡 문제가 걸려 있는데다 이다영-재영 자매의 거취 문제로 결정나지 않은 흥국생명으로서는 김연경을 붙잡을 카드가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국내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김연경은 해외 진출 기간을 제외하고 흥국생명 소속으로 5시즌을 뛰었고, V리그서 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흥국생명에서 한 시즌을 더 뛰어야 한다. 이미 30대를 훌쩍 넘긴 김연경에게 1년은 큰 시간이다. 흥국생명이 김연경을 타구단으로 보내줄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다. 현재로서 김연경이 내년에도 국내무대에서 뛸 수 있는 방법은 김연경이나 흥국생명 중 한쪽이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 이상, 배구연맹이 나서서 샐러리캡 제도를 바꾸거나 김연경만을 위한 특별룰(예외조항)을 도입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국내 팬들의 여론도 다소 갈린다. 김연경이 국내무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팬들도 많지만, 다시 한 번 해외무대에 도전하기를 바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김연경의 플레이를 가까이 지켜볼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축구의 손흥민이나 야구의 류현진처럼 세계적인 선수라면 역시 큰 물에서 놀아야하는 것이 선수를 위해서나 국위선양의 차원에서나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김연경같이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월드클래스 선수가 여자배구에서 다시 나오기 어렵다는 것도 김연경의 해외도전을 응원하는 이유다.

김연경이 국내에 남든지 해외로 다시 떠나든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대표팀에서도 소속팀에서도 어느덧 선수생활의 후반기에 접어든 김연경이 다음 시즌부터는 가장 마음이 편안한 환경에서 즐겁고 활기차게 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팬들의 사랑에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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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흥국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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