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2012년까지의 SK 와이번스.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두산 베어스. KBO리그 역사에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한 팀들이다. '2010년대 중·후반의 두산이 과연 왕조였을까' 라는 논쟁이 무의미한 이유다. 두산은 8~90년대 KBO리그를 지배했던 해태 타이거즈조차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달성한 팀이다.

하지만 올해 두산이 역대 그 어떤 팀도 넘보지 못했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릴 수 있을 거라 예상하는 야구팬은 많지 않다. 두산은 작년 시즌 28승을 합작했던 두 외국인 투수와 32홈런177타점을 기록한 중심타자 2명이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수 육성에 남다른 노하우를 가진 '화수분 두산'이라 할지라도 주축 선수 4명의 공백을 메우기는 힘들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두산에게 김현수(LG트윈스)와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양의지(NC 다이노스),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 등 핵심 선수들의 이탈은 매년 겪는 '연례행사'나 마찬가지다. 두산은 그럴 때마다 새로운 전력으로 약점을 메워 매년 우승권에 근접하는 성적을 올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두산의 올 시즌 목표 역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함께 작년에 아쉽게 놓쳤던 한국시리즈 우승 탈환이 될 수밖에 없다.

[투수진] 외국인 원투펀치 이탈, 잇몸들에게 기대
 
 2021 시즌 두산 베어스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2021 시즌 두산 베어스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kt 위즈 시절 그저 준수한 선발투수였던 라울 알칸타라(한신 타이거즈)는 잠실 야구장과 두산의 쟁쟁한 동료들을 만나 20승 투수로 거듭났다. 좋은 구위를 가졌음에도 정규리그에서 크고 작은 부상으로 팬들을 애태우게 했던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은 가을야구에서 2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1.91로 마운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두산은 든든하기 짝이 없었던 외국인 원투펀치와 2021시즌을 함께 할 수 없다.

알칸타라와 플렉센이 떠난 두산은 빅리그 3년 경력의 우완 워커 로켓을 총액 100만 달러, 대만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좌완 아리엘 미란다를 총액 80만 달러에 영입했다. 로켓은 한 번의 시범경기 등판에서 3이닝4탈삼진1실점으로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지만 미란다는 1경기에서 0.2이닝7실점으로 무너진 후 현재 삼두근 근육통으로 개막전 등판이 무산됐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두산에게는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작년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불펜투수였던 사이드암 최원준이 작년 시즌을 통해 10승투수로 성장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통산97승, 8년 연속 10승에 빛나는 좌완 유희관도 FA계약을 맺고 올해 통산 100승과 함께 9년 연속 10승에 도전한다. 다만 올해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이영하가 시범경기에서 3.1이닝6실점(평균자책점16.20)으로 크게 흔들린 점이 김태형 감독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부분이다.

작년 함덕주(LG 트윈스)와 이영하가 번갈아 가며 뒷문을 지켰던 두산은 올해 통산 세이브가 한 개도 없는 우완 이승진에게 마무리를 맡길 예정이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가진 이승진은 작년 51.1이닝을 던지면서 피홈런이 3개에 불과할 정도로 구위가 좋은 투수다. 이승진이 든든하게 뒷문을 지켜주면 두산은 박치국과 홍건희, 윤명준, 김강률 등 나머지 불펜 투수들을 좀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두산은 가뜩이나 왼손 불펜 투수가 부족한 가운데 전천후 좌완 함덕주마저 LG로 이적했다. 사실상 불펜에서 활약할 수 있는 왼손투수는 올해 39세가 된 베테랑 이현승이 유일하다. 따라서 김태형 감독은 통산 129승의 장원준이 불펜에서 힘을 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장원준은 선발로 활약하고 싶겠지만 최근 3년 동안 3승 밖에 올리지 못한 장원준이 지금 찬밥과 더운밥을 가릴 처지는 아니다.

[타선] 주전 2명 이적? 알짜배기는 다 남았다

두산은 작년 FA시장에서 주전 1루수 오재일(삼성)과 2루수 최주환(SSG랜더스)을 붙잡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이 작년 FA시장에서 지갑을 닫았다고 이야기하는 야구팬은 아무도 없다. 두산은 지난 겨울 FA시장에서 팀 내 FA 허경민(7년 최대85억)과 정수빈(6년 최대56억), 김재호(3년25억)를 붙잡는데 무려 166억 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팀을 이끌어갈 '1990년생 듀오'와 내야 수비의 핵심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친구들의 FA 대박계약으로 가장 자극을 받은 선수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또 한 명의 1990년생 스타 박건우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3할 타율을 비롯해 통산 타율 .326를 기록하고 있는 박건우가 올해 2016~2017년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린다면 다가오는 겨울에는 여러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구애를 받을 확률이 높다(물론 .190에 불과한 포스트시즌 타율도 더 올라간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3월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의 시범경기. 3회 초 2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두산 페르난데스가 1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3월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의 시범경기. 3회 초 2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두산 페르난데스가 1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197안타에 이어 작년에는 200안타에 단 한개가 모자랐던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한껏 비대해진 몸으로 나타나 코칭스태프를 걱정시켰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시범경기에서 변함없이 정교한 타격을 뽐내며 걱정을 날렸다. 지난 2년처럼 1루 수비를 최소화하고 타격에만 전념할 수만 있다면 올해도 '안타 제조기'로 정상급 외국인 타자의 실력을 기대할 수 있다.

페르난데스를 1루로 투입할 정도로 1루수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던 두산은 LG와의 2:2 트레이드를 통해 거포형 내야수 양석환을 영입했다. 입대 전인 2018년 시즌 22홈런을 기록한 적이 있는 양석환은 지난 3월 30일 삼성과의 시범경기 마지막 날에도 솔로홈런을 포함해 3안타1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우타거포 양석환이 두산의 붙박이 1루수로 자리를 잡아준다면 타선의 균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두산의 수비 포지션 중 주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자리는 최주환이 빠진 2루수 자리다. 물론 개막전에는 '캡틴' 오재원이 나설 확률이 높지만 5월이 되면 최주환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강승호가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다. 물론 경험으로는 정규리그 1508경기, 가을야구 93경기 출전 경험을 가진 오재원이 크게 앞서지만 강승호가 가진 파워와 성장가능성은 김태형 감독의 마음을 움직일 확률이 높다.

[주목할 선수] '가을 영웅' 김민규, 풀타임 선발 될까

작년 11월21일 한국시리즈 4차전은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바꾼 분수령이었다. 하지만 이 중요한 경기 양 팀의 선발 투수는 2018년에 입단한 프로 3년 차와 2019년에 입단한 2년 차 신예 투수들이었다. 결과는 5이닝을 2피안타2사사구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NC선발 송명기의 승리였다. 4차전 승리로 시리즈의 균형을 맞춘 NC는 5,6차전을 내리 따내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비록 패했지만 이날 두산 선발 투수의 호투도 만만치 않게 훌륭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등판한 이 투수는 NC의 강타선을 맞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공을 뿌리면서 5.1이닝을 4피안타1사사구1탈삼진1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이 조금만 더 지원을 해줬더라면 충분히 4차전의 영웅이 될 자격이 있는 호투였다.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1승1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0.75를 기록한 김민규 이야기다.

작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약한 김민규는 정규리그에서 1승2패1세이브4.89의 성적을 기록한 후 포스트시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경기 만에 끝난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등판기회가 없었던 김민규는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에 등판해 5.2이닝 무실점으로 1승1홀드를 수확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의 대담한 투구를 통해 두산 마운드의 미래를 이끌 주역으로 떠올랐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등 나이에 비해 비교적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김민규는 불펜보다는 선발에 더 어울리는 투수다. 실제로 올 시즌 이영하, 유희관, 최원준 등과 함께 선발군에 포함됐는데 미란다의 부상과 함덕주의 이적으로 초반 기회를 얻을 확률이 높다. 만약 김민규가 시즌 초반의 기회를 잘 잡는다면 작년의 최원준이 그랬던 것처럼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올 시즌 두산 선발진의 신무기가 될 수도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전력분석 두산 베어스 워커 로켓 허경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